자동판매기의 동전 구분 원리.

물건을 파는 사람이 없어도 물건을 살 수 있는 자동판매기. 커피나 캔 음료를 파는 것이 고작이었던 자동판매기는 이제 각종 생활용품과 라면, 팝콘 등의 음식을 제공하기도 하고, 사진을 찍어 주기도 하며 심지어 고가의 휴대전화까지 판매를 한다. 기계가 스스로 장사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인류 최초의 자동판매기

인류 최초로 '자동판매기'가 등장한 것은 기원전 215년이다. 당시 과학자 헤론은 이집트의 한 사원에서 성수를 파는 자동판매기를 발명했다. 사람들이 동전을 투입하면 동전이 시소 모양으로 된 접시 위에 떨어진다. 동전의 무게로 인해 접시는 기울어지고, 기울어진 접시가 원래대로 되돌아오는 동안 출구에서 물이 나오는 원리였다고 한다. 사람들은 문헌을 통하여 성수판매기의 모습을 상상해 보지만 정확한 모습은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힘의 평형을 적절히 이용한 뛰어난 발명품에는 틀림없다. 현재의 자동판매기가 본격적으로 유통된 것은 1940년대 이후로 추정하는데, 비싼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 미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는 1970년대부터 자동판매기가 등장했다.

#어떻게 동전을 구별할까?

인류 최초 자동판매기 '성수기' 상상도.

그럼 현재의 자동판매기는 어떻게 사람이 넣은 동전을 식별할까. 헤론이 만든 판매기처럼 무게를 이용할까? 만일 무게만을 이용한다면 같은 무게를 가진 물체를 투입하면 자동판매기는 우리에게 물건을 내어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자동판매기는 사람보다 정확하게 가짜 동전을 알아내고 동전이 가짜일 경우 물건을 내놓지 않는다.

사람은 동전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구분하지만, 눈과 손이 없는 자동판매기는 다른 방법으로 동전을 구분한다. 우리나라 동전들의 주성분을 보면 1원짜리는 알루미늄, 5원과 10원은 황동, 50원은 양은, 100원, 500원은 백동으로 만들어진다. 각각의 크기와 모양, 무게도 모두 다르다.

이렇게 다른 특성들을 이용하여 동전을 구분하는데, 그 절차는 생각보다 까다롭다. 먼저 자동판매기의 동전 투입구에 동전을 넣으면, 전기적 검사가 이루어진다. 이 안에서는 동전의 금속 함유량과 크기를 검사한다. 동전의 성분에 따라 흐르는 전류 값이 다르기 때문에 진짜 동전일 때만 일정한 전류가 흐르게 장치돼 있어 가짜 동전은 다시 되돌아 나온다.

2단계는 자기적 검사로 자석의 자극 사이를 통과하게 된다. 이 사이로 동전이 지나가는 순간, 동전 속에 소용돌이 형태로 전류가 생기게 된다. 이것을 '맴돌이 전류'라고 하는데 이로 인해 동전의 속도가 줄어든다. 이 속도의 변화는 동전의 크기에 따라 다르다.

마지막으로 광학적 검사를 통하여 동전의 종류를 좀 더 확실하게 확인한다. 동전이 발광 다이오드와 광센서가 늘어서 있는 곳을 지나갈 때 동전의 지름과 속도가 측정된다. 동전마다 통과 속도와 지름이 다르기 때문에 그 차이를 가지고 동전의 종류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가짜 동전은 다시 제거되고 진짜 동전만 자동판매기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은정·부산청소년과학기술진흥센터 전임강사 ejlee@fobst.org


후원:부산과학기술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