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대청 옛 위치도 다르게 소개
- 값진 유산의 품격 바로 잡아야

국내외 관광객과 시민이 부산 중구 광복동과 용두산공원을 찾고 있다.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명소를 따라 걷는 발걸음도 분주하다. 그러나 도심 곳곳에 세워진 역사 안내판들이 서로 다른 내용을 전하고 있어 이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부산 중구 역사 안내판들이 서로 다른 내용을 전하고 있다. 왼쪽부터 초량왜관 서관 삼대청 안내문과 용두산공원 명칭 유래 설명문.

대표적인 사례가 조선 후기 초량왜관의 유산인 서관 삼대청의 위치와 관련된 안내문이다. 광복동 시티스팟 앞 안내판에는 옛 유나백화점 뒤편이 서대청 자리였다고 설명한다. 반면, 동주여고 앞 안내문은 서대청이 BNK부산은행 갤러리 자리에 있었다고 적고 있다.

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용두산공원의 명칭 유래를 설명하는 안내문 중 하나는 용이 바다에서 솟아올라 하늘로 승천하는 형상을 보고 ‘용두산’이라 불렀다고 말한다. 또 다른 안내문은 태백산맥에서 내려온 용이 부산 앞바다로 향했다는 전설을 소개한다.

문제는 이 두 전설이 단순히 이야기 구조만 다른 것이 아니라, 지형과 공간 해석 자체가 다르다는 점이다. 태백산에서 내려온 용이라면 머리는 바다 쪽, 꼬리는 육지 쪽이어야 한다. 그런데 과거 용의 꼬리를 닮아 ‘용미산’이라 불렸다는 곳은 오히려 바다 쪽인 현 롯데백화점 광복점 자리에 있었다. 결국, 같은 용두산과 관련된 설명임에도 불구하고, 위치와 의미가 어긋나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은 단지 정보가 틀렸다는 차원을 넘어서, 부산의 얼굴에 먹칠하는 일이다. 관광객들은 “과연 역사에 관한 자부심이 있는가?”라는 의문을 품게 되고, 시민조차 자신의 도시를 신뢰할 수 없게 된다.

부산은 한국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은 도시이자 살아있는 교과서와 같은 곳이다. 아무리 값진 유산을 품고 있더라도 그것에 대한 해석과 설명이 제각각이라면 유산조차도 믿을 수 없게 된다. 관계 당국은 지역 내 주요 역사 콘텐츠를 전면 재점검하고 전문가의 검토를 통해 일관된 안내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올바르고 통일된 설명이 필요하다. 역사적 공간에 대한 정확한 안내는 단지 옛날이야기를 바로잡는 일이 아니라, 부산의 품격을 지키는 일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시민기자면은 부산시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