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구 임시수도기념관 인근에 있는 고운들로에는 6·25전쟁 피란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조각물들이 있다. 그중에 학생이 낮은 책상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열심히 책을 읽는 조각상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조각상의 '이 학생'은 지난 2월 '공중부양'을 한 적이 있었다.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책상이 앞으로 쏠리면서 공부하던 학생이 책상과 함께 앞으로 쏠리게 된 것이다. 그래서 부산시에 "이른 시일 내 보수공사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얼마 후 담당구청인 서구청에서 원상태로 보수해 놓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현장을 찾아가니 완벽하진 않지만, 공중에 떠 있던 조각상이 땅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그런데 불과 4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지난 6월 중순부터 조각상의 '이 학생'은 다시 앞으로 쏠려 있었다. 공부하는 학생이 아니라 체육대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으로 변신한 듯 완벽하게 앞구르기를 하려는 모양새였다. 앞서 지난 2월에 한 보수공사는 조각상을 벽이나 땅바닥의 구멍을 메우듯이 그저 붙여만 놓았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떨어진 부분을 살펴보니 접착한 것이 확연하게 표시가 났다. 

이런 식의 보수공사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 보수공사를 한 지 6개월도 안 돼 다시 해야 할 정도라면 아예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것이다. 예산 낭비는 물론 담당자의 시간 낭비도 문제다. 그리고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등 스트레스를 준 점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도대체 얼마일까.

당장 급한 것만 모면해보겠다는 식의 날림공사를 구청 측이 걸러내지 못한 것도 안쓰럽다. 같은 일로 구설에 올라서야 어찌 잘 되는 구청이라 할 수 있겠나. 한 번 하더라도 제대로 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