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한 모금/이슬 한 모금//담장 밑에/꽃구슬 동동/꽃구름 동동'(김용섭의 동시 '앵두')

여름을 맞은 햇살은 점점 강렬해진다. 작열하는 햇볕을 온몸으로 떠안은 산천초목은 나날이 푸른 빛깔을 더하고 있다. 싱그러운 녹음에 돗자리를 깔고 낮잠이라도 자고 싶은 심정이다. 온갖 과일과 채소는 눈부시게 성장한다.

이 같은 여름철에 유달리 눈길을 끄는 과일은 단연코 앵두(사진)다. 새빨간 빛깔의 잘 익은 앵두는 마치 짙은 립스틱을 바른 매혹적인 여인의 입술 같다. 알알이 탐스럽게 영근 앵두는 보는 것만으로도 고혹적이고 서슴없이 다가가서 따 먹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앵도(櫻桃)·차하리·천금이라고도 불리는 앵두는 6월을 전후해 붉게 익으며 새콤달콤한 맛이 난다. 고려 때부터 제사에 공물로 쓰이거나 약재로 썼다. 사과산·시트르산 등의 유기산이 들어 있으며, 붉은 빛깔의 색소는 물에 녹아 나온다.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수분대사를 활발하게 하는 성분이 들어 있어 부종을 치료하는 데 좋다. 허파 기능을 도와주어 가래를 없애고 소화기관을 튼튼하게 해 혈색을 좋게 한다. 날로 먹거나 젤리·잼·정과·앵두편·화채·주스 등을 만들어 먹는다. 

잘 익은 앵두는 속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다.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났네'라는 옛날 유행가가 있는데, 이는 앵두나무가 물기가 많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자라기 때문에 동네 우물가에 주로 심었던 데서 비롯됐다.

옛날 고향 집에서 자라던 앵두는 주인에게 행복과 평화를 주고 나그네에겐 먹는 재미를 주던 자연의 선물이었다. 앵두가 무르익는 가운데 여름은 시나브로 짙어가고 있다. 

 부산 북구 화명수목원의 앵두나무에 빨간 앵두가 익어 방문객의 눈길을 한몸에 사로잡고 있다. 마치 여인의 입술처럼 빨갛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