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는 참으로 매력 있는 도시다. 그래서 그런지 전주 여행 일정이 잡히고부터는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최명희 문학관이 있고, 이성계의 어진(임금의 초상화)가 있는 경기전이 있다. 또한 700여 채의 한옥이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내고, 한옥마을 끝자락에 한국 천주교회 최초의 순교 성지인 전동성당이 있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전주라는 한 곳에서 보고 느낄 수 있으니 전주를 매력적인 도시라 하지 않고는 배길 재간이 없다.

한국 천주교회사에 있어 한 획을 그은 전동성당은 호남 지역 최초의 서양식 건물이다. 유럽의 성당처럼 뾰족한 돔을 세웠으며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전동성당은 천주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천주교 순교자가 탄생한 곳이라 거룩한 땅이다. 제사를 폐하고 신주를 불태운 일로 인해 윤지충과 권상연은 진산에서 체포되어 전주로 압송되었다. 1791년 12월 현재 전동 성당 자리에서 참수 되었다. 한겨울 혹한에도 두 사람의 피는 응고되지 않고 선혈 그대로였다고 한다. 이렇게 한국 교회의 첫 순교자가 탄생하였다. 성당 마당에 한국 최초 순교터 비석이 세워져 있다.

뿐만 아니라 전동성당은 유항검과 아들 유중철, 며느리 이순이(루갈다), 윤지충의 동생 윤지헌, 유항검의 동생 유관검, 김유산과 이우집 등 한국 천주교회 초창기 7인의 순교한 성지다. 조선 말 4대 천주교 박해 중 첫 박해인 신유박해(1801년) 때 신자 500여명이 체포되었으며, 전라도에서만 무려 200여명이 체포되었고 유항검을 포함해 많은 신자들이 순교하였다.

유항검은 중국인 주문모(야고보)신부를 조선에 들어오게 하여 신앙의 자유를 갈구하였다. 외국의 큰 배를 불러들여 신앙의 자유를 얻으려는 대박청래운동을 전개하였다. 이로 인해 유항검은1801년 9월 풍남문 밖에서 능지처참당형으로 순교하였다. 조정은 유항검의 머리를 풍남문 누각에 매달아 백성들에게 경각심을 일으키게 하였다. 전동성당이 자리 잡고 있는 풍남문 밖은 한국 천주교회 최초의 순교자인 윤지충(바오로)와 권상연(야고보)이 순교한 곳이며, 유항검(아우구스티노)와 초기 전라도 교회의 많은 인물들이 순교한 거룩한 땅이다.

전동성당은 이들의 순교한 뜻을 기리고자 1908년 프랑스 신부 보두네가 성당을 건립에 착수하여 1914년 완공되었다. 성당의 주춧돌은 순교자들의 참수를 지켜 본 성곽의 돌을 사용했으며, 벽돌은 성벽 흙을 구워 만들었다고 한다. 붉은 벽돌은 중국인 인부 100여명이 직접 구워서 만들었다. 성당 마당에 보두네(한국 이름 윤사물) 신부 두상과 윤지충, 권상연의 석상이 세워져 순교 당시의 상황을 상상하게 한다.

지난 8일 교황 프란치스코가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시복 결정을 내렸다. 1984년 효한 바오로 2세가 병인박해 순교자 103명을 성인으로 시성한 바 있고, 이번에 결정된 인물들은 제 2차 시복 대상자이다. 비록 전동성당이 명동성당보다는 다소 작지만 이처럼 한국 천주교회사에서 매우 중요한 곳이다. 그러니만큼 천주교인이 아니어도 좋다. 전주에 간다면 전동성당을 꼭 한번 가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