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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준 편집국장 신문은 지식의 숲<17> 대선 후보와 펭귄

대선후보님들! 펭귄의 허들링 배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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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2월 11일 자 14면(책 면)에는 부산지역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60대 외과 전문의가 쓰고 번역한 『남극일기』 『남극대륙』(미다스북스)이 소개됐습니다. 부산대학교 의대를 졸업한 김용수 (68)외과 전문의는 7년 전인 2015년 환갑을 넘긴 61세의 나이에 1년간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에서 월동대 의료대원으로 근무하는 일에 도전했습니다. ‘가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그를 남극의 매력에 빠지게 했습니다. 그는 영하 40도가 넘는 혹한과 90일 이상 밤만 이어지는 극야, 100일 가까이 해가 지지 않는 백야를 경험하고 사색의 시간을 많이 가지면서 인간으로서 한층 성숙해졌다고 했습니다.

국제신문 2월 11일 자 14면
국제신문 2016년 12월 9일 자 19면
●멀고도 가까운 남극

필자가 2015년 11월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에 취재 갔을 때 김용수 전문의를 처음 만났습니다. 한국이 아닌 남극에서. 그는 필자에게 영국 작곡가 본 윌리암스의 ‘남극 교향곡’ CD를 빌려줘서 해가 지지 않는 백야 기간 밤에 들었던 추억이 있습니다. 이 교향곡은 남극점 정복을 놓고 노르웨이 탐험가 아문센과 경쟁하다가 뒤처져 장렬히 숨진 영국 탐험가 스콧을 다룬 곡입니다. 남극의 바람을 황량하고 스산하게 표현했고 전체적으로 비장한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필자는 2019년 남극 취재기 『남극이랑 카톡하기』(호밀밭)를 냈습니다. ‘멀고도 가까운 남극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았습니다. 의외로 남극이 우리 일상생활과 가까이 있어서입니다. 남극에 관해 궁금하다면 『남극이랑 카톡하기』, 필자와 남극 취재를 하러 같이 갔던 박수현 국제신문 사진부 기자(현 마이스사업국장)가 쓴 『북극곰과 남극펭귄의 지구사랑』(부산과학기술협의회) 같은 책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겁니다.

남극이랑 카톡하기
북극곰과 남극펭귄의 지구사랑
국제신문 2015년 11월 26일 자 9면
국제신문 2015년 12월 8일 자 16면
●허들링과 퍼스트 펭귄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인 데다 추운 겨울이어서 대선 주자의 선거운동과 황제펭귄의 허들링(Huddling)이 오버랩됩니다. 허들링은 황제펭귄 무리가 영하 40~50도 혹한과 블리자드(눈 폭풍)를 견뎌내려고 서로의 몸을 밀착 시켜 몇 겹의 원으로 한 덩어리를 이루는 것을 말합니다. 바깥쪽에 선 펭귄의 체온이 떨어지면 안쪽에 있는 펭귄이 자리를 바꿔줍니다. 안쪽 대열의 펭귄은 바깥에 있는 펭귄이 눈 폭풍을 막아줘 상대적으로 따뜻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안쪽과 바깥쪽 온도 차이는 10도 안팎. 혹한에도 얼어 죽지 않고 살아남으려고 짜낸 황제펭귄의 지혜이자 공동체적 삶의 방식을 보여줍니다. 배려와 협력이 생존 비결입니다. 서로 배척하지 않고 부둥켜안음으로써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꿨습니다.

신영복 선생의 옥중 서간집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 1985년 8월에 계수님께 보낸 구절을 떠오르게 합니다.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여름 징역은 자기와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삼십칠 도의 열 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황제펭귄의 허들링은 우리 정치권 모습과 너무나도 대조적입니다. 우리 정치권은 표를 얻으려고 서로를 배척하고 싸우고 편 가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국민을 어루만지고,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는 깊이 있게 고민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정치권은 허들링과 함께 ‘퍼스트 펭귄’의 지혜를 겸허하게 배웠으면 합니다. 퍼스트 펭귄이란 펭귄 무리 중 가장 먼저 바다에 뛰어드는 펭귄을 말합니다. 바다표범 범고래 같은 천적에 잡아먹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이겨내는 게 중요합니다. 말보다는 행동, 솔선수범의 자세가 요구됩니다. 현재의 불확실성에도 용감하게 도전하는 선구자를 의미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력을 가지고 새로운 시장에 과감하게 뛰어드는 사람이나 기업을 일컫기도 합니다.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을 뚫고 대한민국을 미래로 인도하는 ‘퍼스트 펭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대통령이 탄생하길 기대해봅니다.

황제펭귄의 허들링. 황제펭귄은 남극의 혹한을 견디려고 줄 지어 서로를 품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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