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민공원에서 건립 중인 부산국제아트센터 공사 현장에 여성 혐오를 유발하는 시대착오적 표어가 대형 안내판을 통해 게재돼 시민의 공분을 샀다. 논란이 불거지자 시공사 측은 하루도 안 돼 급히 안내판을 철거했다.

　부산시는 8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북문에서 건립 중인 부산국제아트센터에 대한 민원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공사 현장 컨테이너에 걸린 안내판의 문구가 문제였다. 안내판에는 “사고 나면 당신 부인 옆엔 다른 남자가 누워 있고 당신의 보상금을 쓰고 있을 것입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문구 주위에는 눈만 내민 채 이불을 덮고 있는 여성과 5만 원권 화폐 다발이 그려졌다.

　시공사 ㈜태영건설컨소시움과 시의 설명을 종합하면 해당 안내판은 이날 오전 설치됐다. 공사장으로 화물차가 드나드는 입구 사이로 시민의 눈에 띄었고, 이를 인지한 부산진구가 시에 부적절한 문구의 안내판을 조처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시는 건립 현장을 찾아가 해당 민원을 전달했다. 안내판은 이날 오후 2시께 철거됐다. 시 관계자는 “비상식적인 문구가 사용돼 우리도 놀랐다. 공사 현장과 관리소가 멀리 떨어져 있어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내판 문구를 본 시민은 하나같이 상식 밖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김정민(여·24·부산진구 부암동) 씨는 “여성 혐오가 느껴져 굉장히 불쾌한 말이다. 그 누구도 유머로 생각하지 않을 거다”고 꼬집었다. 김선용(56·부산진구 연지동) 씨는 “출근길에 이 안내판을 봤는데 보자마자 이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제정신이라면 저런 문구를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부산국제아트센터는 지난 1월 15일 착공했다. 사업비 974억 원(국비 459억 시비 458억 부지 57억 원)을 투입해 2만9408㎡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진다. ‘시민공원 내 시민 휴식공간 줄어든다’는 지적을 딛고 우여곡절 끝에 추진됐다. 가뜩이나 시민공원 잔디밭 인근에 공사장이 차려져 시민 불편이 큰데, 이 같은 ‘혐오 문구’까지 게재됐다는 지적이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근로자 안전에 주의하자는 차원의 문구였다. 뒤늦게 문제를 인지하고 안내판을 떼려 하는 찰나에 시로부터 관련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