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원전사고 이후 ‘안전신화’가 깨졌음에도 우리나라 원전당국은 여전히 ‘기술적으로 절대 안전하다’는 말을 계속해왔다. 일반 국민 사이에는 “원전은 위험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원전이 아니면 어떻게 현재의 성장구조를 유지해나갈 수 있겠느냐”는 믿음이 있어 여전히 ‘값싼 원전신화’는 살아있다. 후쿠시마참사 이후 원전에 대한 사회적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올라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친원전 학자들은 아직도 원전의 발전단가가 가장 싸다고만 강조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원전의 발전단가는 정말 제대로 계산된 것인가? 다른 발전원과 비교해서 정말 싼 것일까? 이제 ‘값싼 원전발전단가 신화’의 가면을 벗길 때가 왔다.

지난해에 펴낸 필자의 『원자력발전의 사회적 비용』(미세움, 2018)을 바탕으로 원전발전단가문제에 대한 논의를 소개한다. 우선 원전의 발전단가는 얼마인가? 우리나라 원전의 발전원가와 관련한 일목요연한 자료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수원에 요청해 입수한 ‘2004년 이후 원전원가, 정산단가 현황(2018년 8월 현재)’은 <표1>과 같다.

2017년 말 현재 Kwh당 원전의 원가는 53.37원이고, 판매단가(정산단가)는 60.68원이다.

최근 10여 년간 원전원가의 변화, 즉 상승추이이는 <표2 >와 같다.

한국전력공사 전력통계속보(2018년 제471호)에 공개된 발전원별 전력구입단가는 <표3>과 같다. 이 발전원별 전력구입단가는 한국전력공사가 전력구매가격으로 발전원별 원가에 마진이 포함된 가격이다. 이것이 그나마 원전과 타전원을 비교할 수 있는 자료이다. 세부항목에 대한 자료공개는 없다.

여기서는 그간 우리나라의 원전발전원가 연구의 흐름을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허가형(2014.23)이「원자력 발전비용의 쟁점과 과제」에서 제시한 ‘발전원별 계획 발전원가<표4>’를 한번 검토해보도록 하자. <표4>는 2013년 2월 발표된 제6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사용된 발전원별 발전비용이다. 가장 최근에 건설된 신형 발전소를 기준으로 균등화 발전비용평가법을 적용해 2012년 불변가를 기준으로 6%의 할인율과 90%의 이용률을 가정할 경우, 발전비용은 ‘원자력발전<석탄화력<가스화력’의 순으로 커진다는 것이다. 원전의 이용률을 90%로 잡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길 바란다. 1400급 원전의 발전비용은 Kwh당 41.9원, 1400㎿급 석탄발전이 61.9원, 800㎿급 가스화력이 117.8원으로 직접비용만 고려한 계획 발전원가로 볼 때 원전의 경제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여기서 허가형은 <표4>에 제시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 발전원가에는 2012년 말 개정된 방사성폐기물관리비 증가분이 누락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비용은 사용후핵연료와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에 대한 방사성폐기물관리비, 폐로처리비용을 포함해야 하는데 동 수치가 2012년 말 개정돼 큰 폭으로 상승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다음은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2014.1)’에 나온 발전원별 단가이다. 2013년 말 기준으로 원자력의 발전단가는 39.5원/Kwh로 석탄, LNG발전에 비해 싼 것으로 <표5>에 나와 있다. 여기는 원전 워킹그룹이 경제성 검토결과 사후처리비, 사고위험 대응비용, 정책비용 등을 반영해도 여전히 원전의 경제성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주를 달아놓았다.

<표6>에서는 원전의 경제성 검토결과를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 이용률에 따른 발전비용, 사후처리비용+사고위험대응 추정값+정책비용 등 외부비용을 포함한 경우의 발전비용을 비교해놓았다.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 이용률을 100만㎾(1000㎿) 규모 원전을 기준으로 90%로 가정했을 때 1Kwh당 발전원가가 47.08원이 나왔으나 80%의 경우 52.51원, 70%의 경우 59.50원, 60%의 경우 68.81원이라는 것이다. 이용률이 60%로 가정할 경우 석탄의 66.25원보다 오히려 비싸게 나왔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개정된 사후처리비용 반영시에도 100만 ㎾ 규모 기준으로 이용률이 90%일 때는 48.15원이지만 60%일 때는 70.43원으로 차이가 많이 난다. 또한 사후처리비용+사고위험대응 추정값+정책비용 등 외부비용을 포함한 경우 100만 ㎾ 규모 기준으로 이용률 90%인 경우 49.95~53.90원, 60%인 경우 72.23~76.18원으로 차이가 난다. 그런데 공통적인 것은 이용률을 90%로 가정할 경우 현재 산업부가 제시하는 원전발전 단가나 ‘개정된 사후처리비용 반영’ 또는 ‘사후처리비용+사고위험대응 추정값+정책비용 등 반영’의 경우가 3~6원 정도밖에 차이가 없다.

여기서 외부비용 반영값이 미미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무엇보다 원전 특성상 이용률을 높일 경우 발전단가는 당연히 싸질 수 밖에 없는 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이용률 80%에서 원전의 경제성은 유지되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이용률이 80% 미만일 경우 원전의 경제성이 없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이 자료에는 외부비용을 얼마로 잡았는지는 나와 있지 않아 원자력발전에 외부비용이 적절하게 반영되었는 지는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허가형(2014)은 정부가 2013년 수립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계획발전단가는 Kwh당 원자력 41.4원, 석탄화력 61.9원, 가스복합화력 117.8원으로 직접비용으로 비교시 원자력발전은 상당히 경제적이지만 동 비용은 발전원별 외부비용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직접비용은 발전사업자가 부담하는 반면 외부비용은 우리 사회 구성원 전부가 부담하는 비용이라는 점에서 직접비용과 외부비용을 합한 발전원별 사회적 비용의 규모를 추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결론으로 원자력발전은 중대사고 발생에 대한 우려, 사용후핵연료의 처분방식과 입지, 대규모 송전선로의 이용, 안전규제 수준, 미래세대의 국토이용 제한과 같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비용을 상당부분 반영하지 않은 측면이 있으며, 동 비용에 따라 원자력발전의 지속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발전원별 직접비용을 산정하고 있으나 이를 공식적으로 이를 발표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역대 원자력발전의 발전비용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는다. 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내부참고용으로 관련자료를 산출하고 있을 뿐이다(허가형, p107).

이창훈 외(2013.12)도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의 사적 비용을 정확하게 산정하기 위해서는 원자력발전사업자인 한수원의 비용 데이터의 분석이 필요하나, 이에 대한 정보는 사업상의 비밀로 미공개되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창훈 외는 사적 비용의 경우 한수원㈜의 내부자료를 활용할 수 없어, 공개된 자료에 기반해 산정했는데 기업 비용자료는 기업경쟁력을 드러내는 비밀자료이기는 하나, 한수원이 공기업이며, 또 원자력비용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매우 큰 상황임을 고려할 때, 내부 비용자료의 적극적인 공개가 필요하며 내부자료를 활용할 수 있을 경우, 좀 더 정확한 균등화원가의 산정 및 전망이 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말을 달리 해석하면 한수원측의 자료 미공개로 실질적으로 정확한 사적 비용의 검증조차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원자력발전의 사적 비용을 원자력발전사업자가 원전 건설 및 운영을 위해 지불하는 비용으로 규정하고 건설비용, 연료주기비용, 운전 및 유지비용, 원전해체비용으로 나누고 있다.

정연미(2014)는 핵발전의 현재 발전원가가 47.9원/Kwh로 가장 싼 것은 결국 핵발전의 낮은 단가를 유지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비용이 있다는 의미라며 핵발전의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채 현재 취합가능한 자료에 기반해 핵발전의 발전단가를 다시 계산하더라도 한국에서 핵발전비용은 가장 저렴한 수치로 도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한국의 핵발전 발전단가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공공부문 자본조달과 운영, 낮은 기자재 구입비와 건설비, 발전부지 집중, 정비기간 단축, 현장인원 감축, 끊임없는 핵발전 비리, 간소화된 인허가 절차, 낮은 핵발전 안전문화, 송전선 확장, 노후화된 핵발전소의 수명연장, 환경문제, 사회적 갈등 등 핵발전 비용에 포함되지 않은 많은 사회적 비용을 누락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는 원자력발전의 발전단가는 주로 사적 비용을 중심으로 계산하고 있으며, 그것도 명확한 자료공개 없이 전체 수치만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명확한 근거가 없는 원전 발전단가가 일반 국민에게 ‘원전발전단가가 다른 전력에 비해 훨씬 싸다’고 광범위하게 홍보되고 통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한 예를 한수원 측의 발표자료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표7>은 한수원 측이 공개자료로 밝힌 발전원별 비율 및 단가이다.

여기서 원자력발전의 발전단가는 Kwh당 39.1원으로 나와 있으나 정확한 출처를 밝히지 않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산업통산자원부 제출자료인 2013년 정산단가와 가장 유사하다. 문제는 사적 비용으로 볼 수 밖에 없는 발전단가 39.1원에 ‘원전폐로비용 및 중저준위폐기물 및 사용후핵연료 처분비 등 원전사후처리비용을 포함한 금액’이라고 주를 달아놓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내용이 일반 시민들에게는 ‘발전원별로 원전이 가장 싸다’는 잘못된 믿음을 심어줄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우선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의 발전단가 계산에 있어서의 가장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의 발전비용은 한수원이 공표한 단가 외에는 알 수 없다. 둘째, 한수원의 원자력발전 단가 계산의 정확한 근거가 빠져 있다. 따라서 전체적인 발전비용의 내역을 파악할 수 없게 돼 있다. 셋째, 정확하지도 않은 원자력발전 단가를 그동안 한수원이나 정부가 무책임하게 대중에게 홍보해왔다는 것이다.

앞으로 원전발전단가문제에 대한 자료 공개와 더불어 폭 넓은 학계의 논의가 필요하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