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대다수는 우리나라 전기생산에 가장 적합한 발전원으로 태양광발전을 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원자력학회(회장 김명현 교수)가 지난달 19일 오전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실에서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발표한 제2차 ‘2018 원자력발전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 조사는 한국원자력학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하여 지난달 8일과 9일 이틀간 만 19세 이상 1006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 방식으로 실시한 것이다. 한국원자력학회는 지난 8월 16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수행한 발표한 제1차 ‘2018 원자력발전에 대한 인식조사’와 같은 설문 내용으로 이번에는 조사기관을 달리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우리나라 전기생산에 가장 적합한 발전원(1,2위 복수응답)으로 ‘태양광’이 43.5%로 1위, ‘원자력’이 33.5%으로 2위, 이어서 ‘풍력’(10.2%), ‘가스(LNG)’(8.4%), ‘석탄’(1.7%)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원자력학회 조사보고서 중 전기 생산에 가장 적합한 발전원. 출처: 한국원자력학회 홈페이지. 제2차 ‘2018 원자력발전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보고서 PDF, p.29

태양광·풍력을 합칠 경우 ‘재생가능에너지’가 53.7%로 원자력(33.5%)이나 화석연료(10.1%)보다 훨씬 높았다.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재생가능에너지를 우리나라 전기 생산에 ‘가장 적합한 발전원’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그것도 한국원자력학회가 의뢰한 조사에서 말이다.

이것은 이 학회가 지난 8월 16일 발표한 제1차 ‘2018 원자력발전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와도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차 조사에서는 우리나라 전기생산에 가장 적합한 발전원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4.9%가 ‘태양광’이라고 밝혔고, 29.9%가 원자력, 12.8%가 풍력, 9.1%가 가스(LNG), 1.7%가 석탄이었다. 이 경우도 태양광·풍력을 합친 ‘재생에너지’가 54.0%로, 태양광(29.9%)보다 2배 가까이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차 조사와 2차 조사를 비교하면 발전원에 대한 선호 가운데 2차 조사에서는 1차 조사에 비해 ‘가스(LNG)’보다 ‘풍력’이 높게 나타나 우리 국민들이 탈원전에너지전환을 원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 전기생산에서 원자력과 석탄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신재생에너지 비해 월등히 높은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주는 것으로 우리 국민들이 ‘탈원전에너지전환’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다.

최근 글로벌 에너지기업 BP가 발간한 ‘2018 세계 에너지통계 보고서’에서 2017년 국내 발전량 중 원전과 석탄발전 비중은 각각 26.0%와 46.2%로 집계됐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원전 및 석탄발전 비중이 각각 17.8%와 27.2%인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2017년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2.8%로, OECD 회원국(12.2%)을 크게 밑돌며 전체 조사대상 30개국 가운데 20위에 그쳤으며 심지어 비OECD 국가의 평균(5.5%)보다도 낮았다. 또 천연가스 발전비중도 21.1%로 OECD 평균(27.4%)보다 낮았으며, 발전량도 세계 13위에 머물렀다(머니S, 2018.9.4).

이러한 현실에서 이번에 한국원자력학회의 1, 2차 조사 결과는 우리나라 국민이 원하는 발전원은 앞으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가야 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드러낸 것이다.

이는 또한 지난달 7일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워킹그룹’(민간 전문가 모임)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제출한 ‘안전하고 깨끗한 국민참여형 에너지시스템 구현’을 비전으로 하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 권고안에서 “공급 측면에서는 환경과 에너지안보 제고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보급이 계속 확대돼야 한다”는 권고와 일치한다. 이 권고안에서 워킹그룹은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비중(2016년 기준 폐기물 제외 2.9%)이 OECD 35개국 중 34위로 매우 낮고, 계통 유연성과 주민수용성 등 여러 제반 여건에 따라 보급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2040년 재생에너지 목표 발전비중을 25∼40%로 폭넓게 제시했다(한겨레, 지난달 7일 자).

2차 조사의 내용을 좀 더 분석해보면 우리나라 전기생산에 가장 적합한 발전원으로 생각하는 국민이 연령별로는 20대, 30대, 40대의 경우 ‘태양광’을 ‘원자력’보다 훨씬 선호하고, 50대, 60대 이상의 경우 ‘원자력’을 ‘태양광’보다 다소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을 태양광·풍력을 합친 ‘재생가능에너지’ 대 ‘원자력’으로 비교할 경우 20대(재생에너지 60.6%: 원자력 31.1%), 30대(60.0%: 22.3%), 40대(62.9%: 27.5%), 50대(54.7%: 40.5%), 60대 이상(54.9%: 41.8%) 전 연령대에서 우리 국민의 50% 이상이 원자력보다 재생에너지 발전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념성향으로 볼 때 진보, 중도성향의 경우 ‘태양광’을 ‘원자력’보다 선호했고, 보수의 경우 ‘태양광’보다 ‘원자력’을 선호했으나 ‘재생에너지 대 원자력’으로 비교했을 때 진보의 경우 68.1%(원자력 19.5%), 보수의 경우 재생에너지 39.1% 대 원자력 54.5%로 원자력을 선호했으나 그 폭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중도층의 의견으로 태양광, 원자력, 풍력으로 나눴을 경우 42.8%가 태양광으로 32.7%인 원자력을 능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재생에너지로 비교할 경우 중도층의 54.3%가 재생에너지를 원자력(32.7%)보다 큰 차이로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원자력학회가 언론에 내놓은 보도자료(2018.11.19)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계절이 바뀌어도 국민의 원자력발전 지지는 변함 없어. 지난 8월에 이어 11월 2차 조사에서도, 10명 중 7명은 여전히 원자력발전 지지. 원전제로로 만드는 탈원전정책 찬성률은 10명 중 1명에도 못 미쳐. 정부는 탈원전정책에 대한 국민의사를 공식 확인한 후, 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해야. 원자력발전 이용에 대한 찬반비율은 찬성 69.5%, 반대 25.0%로서 찬성이 반대에 비해 44.5%p 높았다. 선호 발전원으로 태양광 44%, 원자력 34%, 풍력 10% 순으로 택해, 우리 국민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같이 이용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됨. 이는 신재생 확대와 탈원전을 추구하는 정부 에너지정책에 대해 긍정과 부정 비율이 44.8%와 46.5%, 박빙으로 나온 것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번 2차 조사에서 ‘우리나라에서 전기생산 수단으로 원자력발전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비율이 ‘매우 찬성한다’(28.0%) ‘대체로 찬성한다’(41.5%), ‘대체로 반대한다’(18.0%), ‘매우 반대한다’(7.0%)로 나왔다. 이를 근거로 한국원자력학회는 ‘찬성한다’가 69.5%, ‘반대한다’가 25.0%로 나타났고 밝혔고, “10명 중 7명은 여전히 원자력발전 지지”라며 정부의 탈원전정책 수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국원자력학회 조사보고서 중 원자력발전 이용에 대한 찬반. 출처 한국원자력학회 홈페이지 제2차 ‘2018 원자력발전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보고서 PDF. p.9

그런데 설문조사가 다소 자의적으로 보이는 점이 있다. ‘전기 생산수단으로서 원자력발전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 하나만이 아니라 전기 생산수단으로서 ‘태양광’ ‘풍력’ ‘가스’ ‘석탄’으로 나눠 각각 물어보고 그에 따른 찬반 비율을 비교하는 것이 옳은 설문 아닐까 하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단순한 ‘원자력발전 이용에 대한 생각’만으로는 현재 원전은 인정하되 단계적으로 줄여야 가야 한다는 ‘단계적 탈핵’에 대한 응답자의 반응을 반영할 수가 없기에 설문 자체에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새 정부의 정책은 현재 수명이 남아 있는 안전한 원전은 계속 이용하되, 60여 년에 걸쳐 원전 의존도를 차츰 낮추는 에너지전환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은 향후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묻는 질문을 보면 2차 조사에서 ‘늘려야 한다’가 35.4%, ‘유지해야 한다’가 32.5%, ‘줄여야 한다’가 27.4%(‘20%대로 줄여야 한다’ 7.6%, ‘10%대로 줄여야 한다’ 8.9%, ‘한자리대로 줄여야 한다’ 4.2%, ‘0%대로 해야 한다’ 6.7%)로 나타났다.

	한국원자력학회 조사보고서 중 향후 원자력발전 비중2. 출처 한국원자력학회 홈페이지 제2차 ‘2018 원자력발전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보고서 PDF

그런데 이 질문은 ‘늘려야 한다’ ‘유지해야 한다’와 함께 ‘줄여야 한다’는 내용을 세분해서 색깔로 나눠놓아 ‘줄여야 한다’의 전체비율을 확인하기 어렵게 돼 있다. 반면에 ‘늘려야 한다’ 문항에서는 ‘줄여야 한다’에서와 같이 ‘몇 % 이상 늘려야 하는지’ 세분해 질문하지 않았다.

또한 이 학회의 2차 조사에서 원자력발전의 장단점 인식과 관련해 ‘원자력발전소에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위험을 끼치는 중대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문항에 응답자 4명 중 3명(78.3%)이 ‘동의한다’고 했고 ‘동의하지 않는다’는 19.1%에 불과했다. 또한 ‘원전은 사용후핵연료 등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한 관리가 까다롭다’는 문항에는 ‘동의한다’가 82.6%로 매우 높았다. ‘원자력발전은 사고대비 및 폐로비용 등을 충분히 고려하면 다른 발전원보다 비싸질 수도 있다’는 문항에는 61.6%가 ‘동의한다’, 28.6%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전체적으로 원자력발전의 단점에 대해서 지난 1차 조사에 비해 2차 조사에서는 위험성에 대한 동의 응답이 약간 더 높았다.

	한국원자력학회 조사보고서 중 ‘원자력발전 장단점 인식. 출처 한국원자력학회 홈페이지 제2차 ‘2018 원자력발전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보고서 PDF. p,16

2차 조사에서 ‘정부의 에너지정책 평가에 대해서는 현 정부의 전력 정책 등을 포함한 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라는 문항에 ‘잘 하고 있다’(44.8%), ‘못하고 있다’(46.5%)라고 두 가지로 나눠 밝혔다.

	한국원자력학회 조사보고서 중 ‘정부의 에너지정책 평가. 출처 한국원자력학회 홈페이지 제2차 ‘2018 원자력발전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보고서 PDF. p.27

그런데 원래 문항은 ‘매우 잘하고 있다’(4.3%), ‘대체로 잘하고 있다’(40.4%), ‘별로 못하고 있다’(29.5%), ‘전혀 못하고 있다’(17.0%) 네가지로 나눠져 있었는데 이 경우 ‘대체로 잘하고 있다’가 가장 높았다.

미디어오늘(2018.11.29)은 ‘원자력-신재생학회 원전 여론조사 큰 차이 왜?’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원자력학회가 ‘현재보다 많이 늘려야 한다’ 16.9%, ‘현재보다 약간 늘려야 한다’ 18.5%, ‘현재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32.5%를 ‘유지하거나 늘려야 한다’(67.9%)고 세가지의 답변 비율을 묶어서 집계한 반면, ‘줄여야 한다’는 항목은 ‘현재보다 약간 줄여야 한다’ 15.9%와 ‘현재보다 많이 줄여야 한다’ 12.6% 등 두 개의 답변(28.5%)만 묶었는데 이와 달리 두달 전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회장 진우삼)가 실시한 여론조사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와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가 지난 9월17일 발표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발전소를 추가적으로 건설해야 할 때 어떤 발전소를 기피하는지’를 물은 결과 ‘원자력발전소를 반대한다’는 의견이 47.1%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석탄발전소(35.6%)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발전소가 건설된다는 조건에서는 원자력발전소를 반대한다’는 의견이 57.4%, 석탄발전소를 반대한다는 의견이 30.0%였다는 것이다.

또 한국갤럽이 지난 6월 26~28일 전국 성인 1,001명에게 국내 원자력발전의 방향을 물은 결과 14%가 ‘확대’, 32%가 ‘축소’, 40%는 ‘현재 수준 유지’라 답했고 14%는 의견을 유보했다는 것이다. 특히 갤럽이 ‘원자력과 석탄화력 발전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을 묻자 응답자의 72%가 ‘찬성’ 답변을 한 반면, ‘반대’ 답변은 15%에 불과했으며 12%는 판단을 유보했다. 이번 원자력학회의 질문 문항에는 ‘원자력, 화력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정책’이라는 설명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한국원자력학회의 제2차 ‘2018 원자력발전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보고서를 보면서 조사설계나 결과처리에 객관성이 부족하고 작의적인 것이 많이 보여 씁쓸한 느낌이 든다. 이 학회가 지난 8월 1차 조사 결과를 내놓았을 때 에너지전환포럼(홍종호·유상희·임성진)이 해당 여론조사가 △질문방식에 문제가 있었으며 △답변 해석도 편향적이며 △일회성 조사의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http://www.energytransitionkorea.org/blog/417)고 밝힌 바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5월 30일부터 6월 7일까지 성인 1009명을 상대로 ‘정부는 원전과 석탄발전을 축소하고 신재생과 천연가스 발전을 확대하는 친환경 에너지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응답자의 84.6%가 ‘찬성’ 의견을 냈다. 한국갤럽이 지난 6월 26~28일 1001명에게 ‘원자력과 석탄을 줄이고 신재생을 늘리는 에너지전환’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도 72%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끝으로 한국원자력학회는 1, 2차 결과보고서에서 찬반에 대한 의견을 청색, 적색으로 명확하게 표시하면서도, 자신들이 의도한 결과와 달리 나온 경우 ‘태양광’ ‘원자력’ ‘풍력’ 등의 비교를 같은 청색에 채도만 달리해 구별하기 어렵게 하거나, 향후 원자력발전 비중2에서와 같이 ‘원전을 줄여야 한다’는 항목에서는 전체 합계를 표시하지 않음으로써 ‘꼼수’를 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앞으로 이래저래 많은 에너지정책 관련 여론조사 기사가 쏟아져 나올 텐데 그러한 기사의 행간을 읽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