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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장 명품 <47> 삼천포 유람선

"한려해상국립공원 비경 저희 유람선 타면 다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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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1년 선주 24명 유람선협회 결성이 계기
- 사천 남해 통영 고성 부속섬과 주변 해안 돌아
- 매년 100만 명 찾아 지역 경제 활력소
- 주차장 부지 도움 준 사천시의 협조도 큰 역할

육지 경관과 달리 해안 경관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철칙이 있다. '바다로 나가라'는 것이다. 육지에서 해안을 바라보면 바다는 잘 볼 수 있지만, 바다와 맞닿은 육지는 뒷모습만 눈에 들어올 뿐이다. 이러고선 해안 경관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즐겼다고 말하기 어렵다. 사물의 앞뒤 양면을 보지 않고 그 실체를 안다고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절경으로 소문난 경남 사천 일대 남해안에 이르러선 이 철칙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 같다. 즐비한 기암괴석과 울창한 해송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남해안의 수려한 경관은 바다에서 보지 않고는 제맛을 즐길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사천 해양관광의 가이드 역할을 맡고 있는 삼천포 유람선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신종플루가 기승을 부렸던 2009년을 제외하곤 삼천포 유람선 이용객이 매년 100만 명을 웃돈다. 998명이 승선할 수 있는 한려수도호(934t)와 700명 승선 규모의 훼밀리호(438t)를 포함해 6척이 운항 중인 삼천포 유람선은 주말이나 휴일이면 관광객이 넘쳐난다.

■ 해양 명승지 즐비…"이대로 시간이 멎췄으면"

   
삼천포유람선협회 소속 한려수도호가 관광객을 태우고 창선삼천포대교 밑 해안을 지나고 있다.
신묘년 새해 첫날, 경남 통영시 사량도의 부속섬인 동백섬(수우도) 해안에 정박한 삼천포 유람선 6척에는 일출을 보러온 승객들로 가득했다. 사천시 대방동 삼천포유람선협회 선착장에서 직선거리로 1시간 남짓 걸리는 이곳에는 지난 2000년 밀레니엄 해맞이행사 이후로 해마다 이 같은 모습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날 한려수도호에는 850여 명이 승선했다. 승객이 많아 갑판에서 이동하기가 쉽지 않았다. 일부 승객들은 두꺼운 옷과 담요 등으로 무장한 채 갑판에서 추위에 떨면서 새해 첫해를 맞았다. 훼밀리호와 소형 유람선 4척에도 해맞이객들로 북적거렸다. 이들 승객은 지난 여름부터 전국의 여행사들과 유람선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승선 예약한 사람들이었다.

한려수도호에 탄 승객들은 흔들림을 거의 느끼지 못한 채 미끄러지듯 바다 위를 떠다니며 유람할 수 있다는데 감탄했다. 배멀미를 하는 승객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융단처럼 펼쳐진 바다, 일렁거리는 물결에 온 몸을 내맡긴 섬들, 그 모든 것을 투망하듯 끌어안으며 떠오르는 황금빛 태양. 이대로 시간이 멎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삼천포 유람선이 사천 앞바다로 출항하고 있다.
"동백섬에는 400년 전부터 사람이 살았고, 지금은 34가구 100여 명이 고기잡이와 양식을 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섬 주변에서는 감성돔과 볼락이 많이 잡힙니다." 명승지를 만날 때마다 이어지는 선장의 설명도 유람의 재미를 더했다.

현재 한려수도호와 훼밀리호는 A, B 두가지 정기코스를 운항하고 있다.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 선착장에서 출발해 삼천포대교와 실안죽방렴, 마도, 남해 단항대교, 신수도, 코끼리바위를 돌아오는 것이 A코스다. B코스는 삼천포대교, 코섬, 신수도, 동백섬, 삼천포화력발전소, 씨앗섬을 경유한다. 요금은 어른 1만6000원, 어린이 8000원.

3층으로 설계된 한려수도호는 2층과 3층 갑판에서 바다를 조망할 수 있으며, 수용인원이 500여 명에 달하는 1층 선실에서는 각종 공연은 물론 강연회와 세미나 개최가 가능한 시설도 마련돼 있다. 초속 10m 안팎의 바람에는 흔들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승객들이 안전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훼밀리호의 운항 상품은 훨씬 다양하다. 봄철 등반 시즌이면 삼천포항에서 통영 사량도까지 6개의 코스로 나눠 운항한다. 사량도 아랫섬인 하도의 칠현산 등반코스와 동백섬을 돌아오는 2시간30분짜리 코스, 사량면 돈지항을 왕복하는 3시간 코스, 돈지리와 지리망산, 불모산, 옥녀봉, 대항을 돌아오는 5시간 코스가 있다. 요금은 한려수도호와 같다.

98명이 승선할 수 있는 소형 유람선(29t급)은 운항시간이 따로 없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언제든지 승객들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를 운항한다. 고성의 상족암이나 병풍바위, 삼천포화력발전소, 코끼리바위 등을 돌아오는 1시간30분짜리 코스를 주로 운항하지만, 계모임이나 동창회, 수련회 같은 단체손님이 원할 경우 멀리 남해 세존도나 통영 두미도까지 나간다. 승객의 80% 이상이 희망하면 선장이 즉석에서 코스를 변경해 운항하기도 한다.

■ 삼천포 해양관광 기수…지역경제 효자

   
삼천포유람선 선착장 주변에 위치한 주차장.
삼천포 유람선이 등장한 건 1991년 말이다. 그 전까지는 섬과 섬, 섬과 육지를 오가는 배라곤 대절선 뿐이었다. 남해와 창선도, 통영의 사량도, 수우도 등지의 섬마을 주민들은 대절선을 이용해 잡은 물고기를 육지에 내다팔고 생필품을 구입해 돌아왔다. 1980∼90년대 들어 주민들의 소득이 높아지면서 하나 둘 선박을 보유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대절선을 이용하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대절선 수요는 여가와 피서를 즐기려는 도시인들로 대체됐다. 이에 따라 유람선 운항을 희망하는 선주 24명이 모여 삼천포유람선협회를 결성, 유람선 운항을 시작했다. 삼천포 해양관광의 개막이었다.

삼천포 유람선이 성공한 데는 사천시의 노력도 적지 않다. 사천시는 유람선 선착장 주변 부지 1만8000여㎡를 매입해 350여 대를 댈 수 있는 주차장을 조성한데 이어 거북선 모형의 유람선을 건조해 위탁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삼천포 유람선은 창선 삼천포대교와 함께 외래 관광객을 끌어들여 많은 수입을 낳는 지역경제의 효자로 자리매김했다. 단순 계산으로 연간 100만 명에 달하는 삼천포 유람선 승객들이 1인당 1만 원어치씩의 지역 특산품을 구입한다면 100억 원의 수입이 사천에 떨어지는 셈이다.

삼천포유람선협회 김근태(62) 상무는 "삼천포 유람선은 사천 해양경관을 널리 알리는 홍보일꾼이자 지역경제의 활력소"라며 "앞으로 남해안 선벨트사업이 추진되면 삼천포 유람선의 가치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한려수도호 조문규 선장

- "5층 건물 높이와 맞먹어 웬만한 풍랑에도 끄떡없어요"

   
"우리 유람선 승무원들은 승객 여러분들이 남해안의 비경을 편안하게 감상하실 수 있도록 안전 운항과 쾌적한 승선 서비스 제공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유람선으로는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큰 한려수도호(934t)의 키를 잡고 있는 조문규(53·사진) 선장. 그는 30년 넘게 배를 타며 살아오다 지난 1992년 유람선협회 설립과 함께 삼천포유람선의 선장을 맡았다. 삼천포유람선의 산증인인 셈이다. 그는 처음에는 20t급의 작은 유람선을 운항하다 2008년 2월 한려수도호 취항과 함께 이 배의 책임자가 됐다.

"항해사와 기관사, 갑판원 등 모두 11명의 승무원을 제외하고도 998명의 승객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한려수도호는 길이 53.8m에 폭 11m, 높이 15m로 5층건물과 맞먹습니다. 한려수도호는 크루즈급 대형 유람선으로 웬만한 바람이나 풍랑에도 끄떡없어요."

조 선장의 한려수도호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다. 웬만한 바람에는 출항을 못하거나 배가 심하게 흔들려 승객이 멀미하는 일은 없다. 선실 안에 있으면 바다 위에 떠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다.

조 선장은 유람선 성수기인 봄철에는 하루 3∼4차례 출항한다.

통영 동백섬과 고성 상족암을 둘러오는 1시간30분 코스가 많지만, 사량도와 동백섬 일대를 관광하는 2시간 코스도 있다. 조 선장은 운항 외에도 남해안 곳곳의 절경을 전설과 설화로 버무려 풀어놓는 걸쭉한 입담으로 승객들의 귀를 즐겁게 하는 일도 한다.

건어물이나 해산물과 같은 특산품은 물론 지역내의 유명관광지와 주요 먹을거리를 승객들에게 안내하는 관광전도사 역할도 그의 몫이다.

조 선장은 "우리 고장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수려한 남해안의 절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최상의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며 "추억과 낭만이 있는 남해안 관광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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