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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의 책과 세상 <27> 히말라야부터 화명동까지, 책나눔의 현장들

잠자는 책들 더 좋은 주인이 필요해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2-08 20:17:34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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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동무도서관의 햇살 드는 창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사진=맨발동무도서관 홈페이지 www.maenbal.org
옷장을 정리할 때, 일 년 동안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을 과감히 버리라는 조언을 들었을 때 맞는 말이다 싶었다. 내가 가진 책들 중 지난 일 년 동안 한 번도 들춰보지 않은 책들은 얼마나 될까 슬슬 점검해볼 때가 됐다.

몇 권씩 책을 사서 집으로 올 때는 가슴이 뿌듯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했을 때 마음에 들지 않아 그냥 꽂아둬 자리만 차지했던 책도 있고, 십년도 전에 샀는데 아직 읽고 또 읽는 책도 있다. 사은품에 눈 멀어 구입했던 잡지도 여러 권이다. 이렇게 책을 정리하다보면 나보다 더 좋은 '그 책의 주인'이 생각날 때가 있다. 그렇게 새 주인을 찾아갈 책을 골라내는 시간은 주변 사람들 생각도 함께 하게 되어 더 행복하다. 의외로 책꽂이 속에서 잠자고 있는 책들이 적지 않다.

독서습관은 어릴 때부터 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자녀가 스스로 세수하고 양치질할 수 있게 가르치지 않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얼굴과 몸을 가다듬는 이 기본적 행위가 중요한 것처럼, 마음을 가다듬는 책을 가까이 하도록 이끌어주는 것은 모든 교육의 기본이다. 그런데 경제적인 이유로 책을 마음껏 접할 수 없다면 얼마나 안타까운가.

저개발국 어린이들을 위해 도서관과 학교를 세우고 책 기증 운동을 벌이는 '룸투리드'재단 설립자 존 우드가 쓴 '히말라야 도서관'(세종서적 펴냄)은 가난한 나라 아이들의 독서 현실을 잘 보여준다. 10년 전 마이크로소프트 중국지사 서열 2위의 촉망받던 30대 이사로 엄청난 연봉에 성공의 탄탄대로를 걷던 존 우드는 히말라야 트래킹 중 한 시골학교를 보고 수백만 달러 판매실적보다 오지 아이들에게 책을 주는 것이 훨씬 가치 있는 일임을 느꼈다.

3명이 교과서 한 권을 보는 현실, 존 우드가 가진 여행엽서를 얻어 낡은 세계지도 위 한 지역에 붙이며 "이 엽서사진이 이 나라 풍경"이라 설명하는 교사와 그 사진을 보려고 몰려든 아이들이 신기해하는 표정을 보면서, 그는 책이 흘러넘치는 자신과 주변의 환경을 떠올렸다. 회사를 그만둔 그는 인맥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책을 기증받기 시작했고 이것이 룸투리드 재단 설립의 기초가 돼 히말라야 오지에서 베트남 인도 아프리카까지 약 200개 학교와 도서관 3000곳을 세웠고 책 150만 권을 기증했다. 스타벅스가 6년 동안 전 세계에 500개 매장을 열었다면 존 우드는 3000개 도서관을 지었다.

나라 자체가 가난해 책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도 안타깝지만, 사회적 여건이 충분한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마음껏 책을 접하지 못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현실이다. 그래서 어린이재단 부산본부와 국제신문이 저소득 가정 어린이 500명에게 책을 선물하기 위해 진행하는 '책 읽어주는 산타' 행사는 더 빛이 난다.

도서관이 지역 어린이를 위해 충분히 봉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이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지는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사회단체와 주민이 나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부산 북구 화명2동 주민들은 십시일반 힘을 모아 2005년 어린이도서관을 만들었다. 책 1000권으로 시작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소장자료와 회원들이 늘어나며 활성화됐고, 지난 10월 30일 새 보금자리로 이사했다. 이사하는 장면을 국제신문(11월 1일 자)에서 보았을 때 가슴이 뭉클했다.
청소년 126명이 저마다 보자기에 책을 한아름 안고 30분을 걸어 새 도서관으로 책을 옮기는 길은, 저마다 꿈을 안고 걸어가는 길이 아니었을까.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때 그들이 직접 만든 '맨발동무 도서관'을 어떻게 생각하고 후원할지, 그래서 그 도서관이 얼마나 더 아름답고 튼실하게 자라있을지 벌써 기대가 된다. 이런 활동이 많아질 때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해질 것이다. 집에서 잠자고 있는 책들을 살펴 그 책이 가 있어야 할 최적의 장소를 생각해보자. 다만 책을 기증할 때는 그냥 책을 치우는 게 아니라는 것, 받는 사람이 필요로 하는 깨끗하고 좋은 책이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동의대 문헌정보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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