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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무인의 혼 사람의 길을 묻다 <6> 유도인 정삼현씨

"유도는 모든 격투기 기본 … 정신을 담아야 진정한 무도인"

  • 국제신문
  • 강춘진 기자 choonjin@kookje.co.kr
  •  |  입력 : 2010-07-08 19:10:40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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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도인생 54년 부산체육계 '대표'
-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하형주 등 수많은 제자 배출 부산 명성 높여

- "운동을 하거나 가르치는 사람은 돈 · 명예 등 사리사욕 멀리하고 세상 흐름 읽어 내는 지혜 갖춰야"

   
유도인 정삼현(69) 씨는 나이를 잊은 사람이다.

지난 2007년 35년 가까이 재직한 동아대 체육대학의 교수직에서 물려났지만 요즘도 매일 3~5시간을 운동에 투자할 정도로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 올해로 유도 인생 54년째에 접어든 그에게 운동은 여전히 자신의 인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그리고 오랜 교직생활에서 얻은 지혜를 설파하고 있다. 진정한 무도(武道)를 강조한다.


"좋아서 시작한 운동에 대한 순수한 마음을 끝까지 가져야 합니다." 그가 말하는 순수한 마음이란 무엇인가. '운동을 하거나 제자를 가르치는 과정에 사사로운 마음을 없애야 한다'. 돈과 명예 등만 추구하는 마음을 그는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그 자신 운동을 하면서 건강도 다졌고 정신이 맑아지고 마음까지 정화하는 등 '모든 것'을 이루었기 때문에 두려울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선의의 경쟁에서 이기는 법도 알았고,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바탕으로 남을 돌봐줄 수 있는 여유도 있다고.

"성실하게 노력한 뒤 최선을 다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그 같은 마음 자세로 사람은 스스로 자기 밥그릇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이 유도인이 던진 메시지는 단순명쾌했지만 세상 흐름은 그렇게 말처럼 쉽지 않은 것.

하지만 이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힘이 없을 때 욕을 들으면 얼마나 억울한지 겪어본 사람은 안다." 또 힘이 없는 상태에서 맞으면 얼마나 아프겠냐. 대신 "힘을 갖추고 있으면 욕을 들어도 개의치 않고 상대가 때리려면 때리라고 할 수 있는 배짱이 있다." 오랜 세월 운동과 수련으로 몸과 정신을 단련한 무인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한때 유도계 호령…"유도 기술 중 낙법이 가장 중요"

부산 체육계를 대표했던 정삼현 씨. 그는 태평양전쟁이 발발하기 3일 전인 1941년 12월 3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태어났다. 해방 후 귀환동포로 부산으로 왔으며, 어린 시절에는 외가가 있는 경남 산청에서 자랐다. 부산 해동고에 입학한 1956년 부산 광복동 입구에 위치한 런던양과점 4층 공수도지도관에서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 이후 곧바로 영도 국사관의 정유문 관장 눈에 들어 유도에 입문했다.

왜 운동을 했을까. 남들처럼 강해지기 위해서. 꼭 그랬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사회가 혼란해 어떻게 하면 내 몸을 보호할 것인가 고민하다 운동을 시작했는데 인생의 전부가 되었습니다." 당시는 자유당 말기 시절.

타고난 자질과 능력은 어쩔 수 없었는가 보다. 그는 국사관에서 유도를 제일 잘하는 사람이었다. 경남지역 유도대회에 출전해 1등을 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동아대 재학시절에는 1964년부터 전국대학개인유도선수권대회 3연승을 했으며, 1966년부터 전국체급별개인유도선수권대회 중량급 6연승을 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연히 유도 국가대표로 발탁. 1967년 일본 도쿄 유니버시아드(은메달), 1968년과 1971년 세계유도선수권대회, 1970년 아시아유도선수권대회(은·동메달) 출전 등의 경력을 자랑한다. 그리고 1980년 아시아선수권대회 한국대표팀 코치에 이어 1982년부터 국제심판으로 활동했다. 대학 시절에는 유도 선수로서 제45회 인천 전국체육대회에 출전해 씨름씨합에 나가 1등을 한 이색 경력도 있다.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그는 1970년 9월 문을 연 이후 부산을 대표하는 체육관으로 자리매김한 극동체육관 관장으로 22년 동안 활동하면서 수많은 제자를 배출하기도 했다. 동아대 체육학과 1회 졸업생으로서 1973년부터 이 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체육대학의 초대 직선 학장으로 뽑히는 등 대학체육의 행정가로 명성을 날렸다. 그 바탕에는 유도가 있었다.

"모든 운동의 기본이 육상이라면 모든 격투기의 기본은 유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 씨의 유도 예찬론은 55년 가까운 운동 과정에서 몸소 체득한 것이다. 그리고 유도에서 가장 소중한 요소가 낙법(갑작스럽게 넘어질 때 안전하게 몸을 보호하는 기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약하고 부드러운 것이 굵고 강한 것을 능히 제압

   
유도인 정삼현 씨가 현장을 떠난 몸이지만 능숙한 기술로 상대를 넘어뜨리는 등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을 자랑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살아 있는 사람은 병들어 죽을까 걱정하듯이 서 있는 사람은 넘어지면 어떡하나 염려합니다." 그는 뛰어가 넘어져도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 마음껏 운동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호신의 목적도 있지만 장을 튼튼하게 하고 모든 근육에 자극을 주는 등 건강에 좋은 낙법을 익히면 두려움이 없어지고 세상이 든든해집니다." 낙법이 저절로 나올 수 있어야 제 기능을 한다는 그는 낙법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를 몇 가지 들려줬다.

"1976년 1월 강병철 야구감독이 갑자기 찾아와 선수들에게 낙법을 가르쳐주길 원했어요." 그는 선수들에게 20일 동안 뛰다 넘어지고, 넘어졌다 또 뛸 수 있는 낙법의 묘미를 전수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동아대 야구팀은 그해 전국체전을 비롯해 대학동계연맹과 추계연맹을 휩쓸면서 3관왕이라는 전인미답의 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아마 그 이후 야구선수들에게 낙법은 필수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 획득에도 그의 영향이 미쳤다. 극동체육관 초대 유도사범을 거쳐 오랜 기간 관장으로 있으면서 동아대 레슬링부와 복싱부 창설의 산파 역을 한 그는 "한일체육관에서 레슬링을 하는 양정모 선수를 처음 만난 뒤 유도를 가르쳐보니 굉장히 잘했다"고 기억했다.

정 씨로부터 낙법 등 유도를 제대로 가르침을 받은 양 선수는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기염을 토했다. 낙법이 없는 레슬링에서 한국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하는 데는 "유도 기술을 익힌 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그는 보고 있다.
올림픽 금메달에 얽힌 일화는 하나 더 있다. "외사촌 누나의 아들인 하형주 선수가 중학교 3학년 때 찾아와 악수를 해보니 손힘이 엄청났어요." 잠시 유도를 배운 하 선수는 고향 진주 대아고에 입학해 씨름에 입문했지만 "씨름을 못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결국 정 씨의 권유로 동아대에 입학해 유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1984년 미국 LA올림픽 유도 금메달 획득. 그 이듬해 5월 정 씨는 하 선수의 올림픽 금메달 획득에 기여한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동아대는 그렇게 대한민국 체육계에 길이 남을 족적을 남겼다.

"대학에서 학생을 입학시킬 때부터 가능성을 보고 선발해야지요." 그는 현직에서 물러난 몸이지만 우리나라의 미래 체육계를 걱정하는 마음이 한결같다. 특히 "세계 수준의 인재가 될 수 있는 사람을 발굴하고 정신을 담아야 한다"며 대학은 선수들을 입학시킨 뒤 졸업할 때까지 과학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어쩌면 대학 체육계에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코치나 감독들이 자기 미래만을 위하거나 일종의 저축 형태로 선수를 선발하면 안 되지요." 뼈있는 충고다.

"현장에서 유도를 가르치는 사람들도 문제가 많아요. 진정한 무예 정신을 모르고 가르치는 데 급급하다 보니 그 가치가 사장되고 있지요." 지금 세상에는 유도를 호구지책으로 삼는 등 무예인으로서 결함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유도의 기본 정신은 '유능제강'(柔能制剛·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에 있다는 그는 세상 흐름을 아는 지식과 정보에다 지혜까지 갖춰야 한다고 했다. 새삼 지혜로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자문해본다. 사사로운 마음만 없다면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이 시대 사람들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실천의 길'이지만.


◇ 정삼현씨가 말하는 운동론

- "신체 모든 근육 다 사용하는 유도·수영이 가장 좋은 운동"

우리 몸은 60조 개의 세포와 206개의 뼈, 600개의 근육, 300억 개의 뇌세포 등으로 이뤄져 있다. 유도인 정삼현 씨는 운동을 한다는 것은 세포나 근육 하나하나에 움직임을 주는 것이라는 견해을 보였다. 그는 특히 사람은 성장기를 지나면 하루에 10만 개의 뇌세포가 죽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뇌세포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세 가지 조건을 알려줬다. 사람이 자신의 뇌세포를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기억을 해주어야 하고 ▷영양을 골고루 공급하면서 ▷운동을 시켜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에 이어 학계를 떠난 정 씨는 현재 민중의술국민운동본부 공동의장으로 활동하면서 운동과 민중의술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등 새로운 분야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그는 "모든 근육을 다 쓸 수 있는 운동이 좋다"며 수영과 유도가 이에 부합하는 운동이라고 소개했다.

운동은 일종의 '당기는 근육'인 굴근(팔다리를 구부리는 운동을 하는 근육)과 '미는 근육'인 신근(관절을 펴는 작용을 하는 근육)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씨름 레슬링 등은 굴근이 주로 작용하고, 축구 야구 태권도 등은 신근이 큰 힘을 발휘한다고 한다. 정 씨는 "굴근과 신근을 다 사용하는 유도는 호신도 되고 보신도 할 수 있는 좋은 운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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