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년간 부산지역 빈곤층의 변화는 '동·서 양극화 고착'으로 요약된다. 빈곤층의 주거 분리 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인구 10만 명당 기초생활수급자 수가 서부산권 5000명, 동부산권 3000명으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빈곤층 증가율이 서부산권은 갈수록 가속화하고 있는 반면 동부산권은 둔화되고 있다.

금정구 서·금사 뉴타운 총괄계획가인 경성대 도시공학과 이석환 교수는 "도시 및 주택과 관련한 부산의 도시계획 정책이 동부산권에 치중돼 동·서 격차를 고착화시켰다"고 말했다.

본지는 2000년→2009년 부산 읍·면·동별 기초생활수급자(이하 수급자) 전수 조사를 토대로 구·군별 빈곤의 양상을 분석했다. 지역별 특징을 파악하는 것이 이번 기획의 취지이므로, 특정 복지시설에서 단체로 생활하는 시설수급자는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 서부산권

- 옛 도심지역 일자리 등 환경 악화 수급자 비율 9년새 3.2%→5%
- 경기호전 강서구 홀로 수급자 감소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부산의 중심이었던 중·동구가 쇠락하면서 주민들의 삶의 질도 후퇴했다. 수급자 비율도 3.2%에서 5.0%까지 치솟았다. 옛 도심지역의 사정이 가장 열악해졌고, 녹산·신호·지사산단의 도움으로 경제 발전을 이뤄낸 강서구는 유일하게 수급자 수가 줄었다.

■동구

수급자 비율이 2000년 5.0%, 2009년 7.9%에 달해 9년간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9년 새 수급자 비율도 2.9%포인트 올라 부산 전체에서 1위였다. 2009년 전체 4만2297세대 가운데 4898세대(11.6%)가 수급자 가구였다. 아홉 집 중 한 집은 빈곤 가구인 셈이다. 읍·면·동 수급자 비율 상위 20위 안에 무려 8개 동이 포함됐다.

■중구

한때 부산 행정과 상권의 중심이었던 이곳은 원도심 공동화의 현장이 됐다. 일자리 등 전반적인 환경이 나빠지면서 인구가 8806명 감소했고, 반대로 수급자는 930명 늘었다. 2000년 서부산권 중 유일하게 부산 평균보다 수급자 비율(2.8%)이 낮았지만, 2009년에는 5위(5.1%)로 껑충 뛰었다.

■영도구

임대주택이 밀집한 동삼동을 중심으로 수급자가 급증했다. 동삼3동의 수급자 비율이 2000년 9.6%에서 2009년 17.1%까지 올라 씁쓸한 현실을 주도했다. 구·군별 수급자 비율도 2000년 7위(3.1%)에서 2009년 2위(5.5%)로 상승했다. 많지 않은 인구(14만9787명)에, 수급자 수가 구·군 중 5번째(2379명)로 는 것도 특징이다.

■서구

인접한 중·동·영도구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9년 새 수급자 비율은 3.7%에서 5.2%로 높아졌고, 비율 순위로는 4위로 제자리 걸음이었다. 특별한 성장 동력이 없었던 탓이다. 서대신3·4동의 사정이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미동(4.6%→8.5%)과 초장동(3.6%→7.2%)의 빈곤 되물림이 심해졌다.

■북구

화명동 신도시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급자 비율이 1.4%포인트 증가해 2000년(3.9%)과 2009년(5.3%) 모두 부산에서 3번째로 높았다. 4646명의 수급자가 늘어 인원 증가로는 1위였다. 덕천3동은 수급자 수가 166명이나 줄었지만, 인구 역시 1332명이 동반 하락해 9년간 13%라는 높은 수급자 비율을 유지했다.

■사상구

부산시 정책이 만든 대표적 빈곤 형태가 발견된다. 대단위 임대주택이 자리 잡았고, 공단지역 특성상 저소득 노동자들이 몰리면서 낙후된 공간이 늘었다. 2009년 수급자 비율은 4.7%로, 부산 평균보다 0.8%포인트 높았다. 주례3동과 엄궁동의 수급자 비율이 2%로 비교적 낮은 것이 위안거리였다.

■사하구

서부산권 중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9년간 빈곤율이 부산 평균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수급자 비율이 2000년 3.1%에서 2009년 4.1%로 1%포인트 올랐고, 빈곤 순위도 8위에서 7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수급자가 2842명 늘어난 것보다 인구가 2만6668명이나 빠져나간 것이 아팠다.

■강서구

강서구의 발전은 돋보였다. 2000년 4%로 동구에 이어 2번째로 높았던 수급자 비율이, 9년 새 16개 구·군 중 홀로 감소하면서 11위(3.9%)까지 내려왔다. 수급자 수도 유일하게 252명이 줄었고, 인구는 1447명 늘었다. 명지동의 인구가 9157명이나 증가하고, 녹산동의 수급자가 278명 감소한 것이 눈에 띄었다.


# 동부산권

- 교육환경 양호·고급 주택 확산
- 빈곤층 밀려나고 중산층 이상 유입
- 연제·부산진구 상대적 가난

해운대구와 수영구를 중심으로 고급 주거지가 급속히 늘면서 '잘 사는 사람들'이 몰렸다. 해운대구 수영구 연제구 등의 수급자 수가 크게 늘었음에도, 수급자 비율에 큰 변화가 없었던 점이 이를 증명한다. 이 같은 결과는 동부산권 내에서도 빈곤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동래구

어느 지역보다 안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급자 비율은 2000년 1.5%, 2009년 2.2%로 9년 동안 최하위를 지켰다. 2009년 동별 수급자 비율을 보면 사직2동 0.9%, 수민동 1%, 안락2동 1.8% 등 14개 동 전체가 부산 평균보다 낮았다. 교육·문화 환경이 다른 구·군에 비해 발달한 것이 이점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남구

LG메트로시티 오륙도SK아파트 등 대규모 고급 주택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빈곤층은 밀려나고, 중산층 이상 인구의 유입이 많았다. 이런 영향으로 수급자 비율도 2%대(2000년 2.1%, 2009년 2.6%)를 유지했다. 수급자 비율 순위는 14위에서 15위로 개선됐다. 용호2동에서 수급자 비율이 5.6%포인트나 떨어졌다.

■수영구

수급자 비율이 15위에서 14위로 남구와 자리 바꿈했지만, 여전히 빈곤의 양상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다만 광안3동의 수급자 비율이 4.9%로 높고, 9년간 비율 증감도 3%포인트로 많아 다소 특이했다. 2009년 수급자 비율이 남천2동은 1%, 남천1동은 2.3%에 그쳐 대표적 부촌임을 과시했다.

■해운대구

'돈과 사람이 모두 쏠린다'는 말만큼이나 점점 고소득 주거지로 변하고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2009년 수급자 비율은 2.9%로 부산 평균에 1%포인트 미달됐다. 좌1·2·3·4동의 전체 수급자 비율은 0.6%에 불과해 빈곤층이 접근하기 어려운 동네로 인식됐다. 높은 교육열과 값비싼 사교육시장이 한몫을 했다.

■금정구

동별 수급자 비율이 1~7%대까지 골고루 퍼져 있었다. 극심한 격차를 보이지 않는 대신 다양한 소득계층이 섞여 있는 것이다. 2009년 구서2동이 1.3%로 가장 낮고, 부곡1동이 7.9%로 높았다. 정책 이주지인 서동의 빈곤층 비율도 높았다. 계층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복지정책이 필요하다는 자문단의 판단이 나왔다.

■연제구

행정 중심지로 탈바꿈하면서 소득 수준이 대체적으로 나아졌지만, 수급자 비율 순위는 9년간 13위에서 10위로 상승했다. 동부산권 중에서는 부산진구와 함께 빈곤층 비율이 높은 편이었다. 연산3동(6.3%) 연산6동(6.2%) 연산2동(5.4%) 등이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눈에 띄는 빈곤 양상은 없었다.

■부산진구

동부산권으로 분류됐지만 재개발구역 면적이 매우 넓은 것은 물론 수급자 비율이 높은 동도 다소 많았다. 재개발 예정지에 빈곤층이 밀집된 것으로 해석됐다. 구 전체로는 1677명의 수급자가 늘었고, 동별 비율은 범전동(7.0%) 당감1동(6.5%) 부전1동(6.3%) 범천1동(5.4%) 범천2동(5.4%) 등이 높았다.

■기장군

동부산권 중 유일하게 빈곤율이 부산 평균을 넘었다. 9년간 수급자 비율이 3.6%에서 3.9%로 조금 올랐다. 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은 "농촌지역이어서 주택이 상당히 낙후된 데다 노인 인구가 많기 때문"이라며 "그나마 정관신도시 등의 분산 정책이 있었기에 현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