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진공모전
부산도시공사

공공예술은 지금 <4> 부산지역 공공예술의 현황과 과제

예산 끊기면 관심도 끊겨…'통합지원 시스템' 서둘러야

공공예술-도심재생 한줄기인데 분리된 행정체계 탓에 '중구난방'

도시 정체성·삶의 질 함께 높일 민관협의체 구성·운영 절실

  • 국제신문
  •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 2008-11-24 21:15:16
  • / 본지 22면
  • 싸이월드 공감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 10일 부산 동구 범일동 안창마을에서 커뮤니티 아트 '안창마을 두 번째 이야기'에 참가한 동의대 학생들이 벽화를 그리고 있다. 서정빈 인턴기자
'가시밭길' 부산의 커뮤니티 아트

지난 10일 오후 부산 동구 범일동 안창마을. 부산의 대안공간인 '오픈스페이스 배'가 이곳에서 커뮤니티 아트(지역공동체에 기반한 공공예술) 프로젝트 '안창마을 두 번째 이야기'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작년에 비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지난해의 경우 문화관광부 공공미술추진위원회의 '아트 인 시티' 사업에 참가, 6000만 원을 지원받아 6월부터 11월까지 마을 일대에 벽화를 그리고, 조형물을 설치하며, 자료실도 만들었다. 참여작가만 30명 가량이었고, 작업자가 102명에 달했던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올해는 공공미술추진위가 정부로부터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사업 항목 자체가 없어졌다. 오픈스페이스 배 서상호 대표는 "기금이 있으면 하고 없으면 안 한다는 것은 문제"라며 "공공예술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친다는 비판을 들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무작정 시작했다"고 말했다.

인력은 서 대표가 강의하는 동의대 미술학과의 도움으로 해결했다. '현장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작업에 참여한 것. 도료 등 재료비는 서 대표가 부담했고 정종훈 등 작가 2명도 참여하기로 했다. 지난 9월부터 주민들과 협의해 디자인을 정하는 과정을 거쳐 이달 말까지 벽화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처럼 부산의 커뮤니티 아트는 갈 길이 멀다. 안정적 재원 확보가 되지 않아 기획자나 작가의 '헌신'을 요구하는 것이 현실이다. 여러 프로젝트 기금이 있어 커뮤니티 아트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 미국 시카고와 상황이 다른 것이다. 또 정부와 별도로 '공공미술위원회'를 두고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한국의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 볼 때도 부산의 여건은 더욱 열악해 보인다.

커뮤니티 아트를 대하는 작가들의 태도에도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주의 동문거리 남문시장 등 구도심에서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벌인 '공공작업소 심심' 김병수 대표는 "예술가들은 '내 작품'이라는 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길 꺼려한다. 그러다보니 한 번 참여했다 다시는 함께 작업하지 않는 작가도 있다"고 말했다.

문화연대 이원재 사무처장은 "커뮤니티 아트는 공동체와의 대화, 과정을 중요시하는 예술활동이다. 기금을 받기 때문에 참여는 하지만, 작품을 놓고는 소통하지 않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부산 수영구 광안동 '대안공간 반디'에서 열린 '액티비스트 포럼'에서 한 참석자는 "1980년대 민중미술 이후 사회참여를 요구하는 공공예술이 다시 주요 흐름이 된 현 상황에서 (충분한 고민없이) '등 떠밀려서' 하는 작업은 분명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미술품을 설치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와 함께 하고, 그들의 삶을 이야기할 때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많은 작가들이 이러한 변화를 겪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공공예술 총괄 지원체계 마련을

커뮤니티 아트는 물론 공공예술 전반에 관한 총괄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부산시의 경우 공공예술과 연관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문화체육관광국(문화 전반), 도시경관기획단(공공디자인), 건축정책관실(도심재생) 등으로 나뉘어져 있어 통합적 정책 생산,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기초 지자체도 거리·경관사업 등을 별도로 벌이고 있어 '중구난방'이다.

한 지역 미술인은 "공공디자인 도심재생 등이 별개의 일이 아닌데도 행정이 분리되다보니 제각각 진행되고 있다"며 "단순한 미관 조성 같은 도시재개발 논리에 빠지지 않고 문화를 중심으로 '도시 아이덴티티'를 정립, 지역민 삶의 질을 높이는 공공예술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서울시 사례는 참고가 될 만하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 시장 직속기구의 디자인서울총괄본부(본부장 부시장급)를 만들어, 도시경관 공공디자인 등 관련 행정라인을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민간 전문가도 참여시키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본부내 '도시갤러리 추진단'을 두어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는 것.

도시갤러리 추진단 이광준 책임큐레이터는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공미술위원회(15명)'가 심의하고 '도시갤러리(6명)'가 기획, 집행하는 방식으로 공공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카고 다운타운 리처드 J. 달리 시 센터플라자 앞에 설치된 파블로 피카소의 '무제' 위에서 어린이들이 미끄럼을 타고 있다. 작가가 기부한 이 공공조형물은 거대한 예술품이자 시카고 시민들에게 친근한 놀이공간이다. 이선정 기자
■ 공공조형물 관리 미국과 어떻게 다른가

- 설치 과정 불투명…관리도 부실
- 후원·기부로 명물된 美와 대조

1%미술, 조각공원 조성 등으로 부산 전역에 공공조형물은 넘치지만 질적인 면에서 '랜드마크'가 될 만한 미술품을 찾기란 어렵다. 1% 건축조형물의 경우 우리나라는 건축비의 1%(이하)를 미술품 설치에 사용하도록 하는 1% 미술장식품 제도를 1982년 권장사항으로 도입, 1995년 의무화했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 건축물도 이 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

건축주가 작가와 작품을 선정, 조형물 모형을 시에 제출하고 이것이 시의 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면 설치가 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건축주의 안이 대부분 그대로 통과되면서 심의위가 견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다보니 건축주와 작가가의 작품가격 '이면 합의'가 은밀하게 이뤄져 이것이 여러 차례 비리사건으로 터져나오기도 했다. 부산시는 올들어 심의를 강화, 승인률을 84%(지난해 96%)로 낮추는 등 제도 개선에 뒤늦게 나서고 있다.

1% 미술품에 대한 관리도 부실하다. 부산시 관계자는 "민간 건축물의 1% 미술장식품의 경우 관할 구청이 사후 관리를 맡고 있지만 건축주에 보수를 요구할 수는 있어도 사유재산이다보니 강제할 수는 없다"며 "제대로 관리, 활용하고 싶어도 법적 근거가 약하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공공조형물이 대거 설치된 조각공원의 경우 부산에는 ▷중구 영주동 중앙조각공원 ▷해운대 올림픽조각공원 ▷남구 유엔조각공원 ▷서구 천마산조각공원 ▷사하구 을숙도조각공원 ▷해운대 APEC나루공원 ▷아시아드조각공원 ▷암남조각공원 등 8개이며, 233점에 달하는 많은 작품이 설치돼 있다. 그러나 홍보 기능을 하는 종합 안내서가 없고, 사후관리 주체가 시 산하 관리사업소 구청으로 이원화돼 있는 등 관리 운영에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반면 미국 시카고의 경우 공공기관만 1%법의 적용을 받는다. 건축비의 1.33%를 조형물 설치에 사용하도록 했으며, 건축비가 기금으로 시에 납부되면 시가 해당 공공기관과 협의를 벌여 장소에 걸맞은 작가와 작품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때로는 민간 건축주가 작품을 설치한 뒤 시에 기부채납하기도 한다. 다운타운 디어본 몬로가의 체이스타워 앞에 설치된 마르크 샤갈의 '사계'가 대표적 사례. 밀레니엄파크와 그랜트파크 같은 시민공원에도 기업이나 문화재단으로부터 후원받아 공공조형물을 제작, 배치하고 있다.

유명 작가의 기부도 많다. 이렇게 모인 다운타운의 공공예술 조형물은 100개가 넘는다. 알렉산더 칼더의 '플라밍고', 장 드뷔페의 '서 있는 야수상', 피카소의 '무제'(시카고 시민들은 '시카고 피카소'라는 애칭을 붙였다), 후안 미로의 '미로의 시카고' 등 공공조형물은 시카고의 랜드마크로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또 시카고시는 '공공예술 가이드' 책자를 배포해 1%미술을 포함한 공공예술 조형물을 적극 홍보하고 있으며, 사후보수 작업도 시가 예산(현재 연간 15만 달러)을 별도로 책정해 통합 관리하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경제

  • 사회

  • 생활

  • 스포츠

스토리텔링협의회 홈페이지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