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가슴이 탁트인다. 눈앞에 거칠 것이 없네.”

　함양 삼봉산(三峰山·1,186m)에 오르면 누구나 이같은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힘겹게 정상에 올라선 사람에게는 시원한 조망이 가장 큰 선물이다.

　지리산 북쪽에 자리잡은 삼봉산은 전북과 경남을 경계지으며 우뚝 솟아 있다. 이 때문에 지리산과 덕유산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천혜의 전망대가 됐다.

　지리-덕유에 둘러싸인 삼봉산은 옛부터 골 깊고 산세가 좋았다. 명산에는 이야깃거리도 많기 마련. 흥미롭게도 삼봉산 인근은 한국 고전문학의 백미인 흥부전과 가루지기전의 주요무대다. 기점인 남원시 성산마을은 흥부의 출생지인 ‘흥부마을’, 종점인 함양 등구마을은 변강쇠와 옹녀가 살았던 ‘변강쇠마을’이다.

　삼봉산은 두가지 코스로 오를 수 있다.

　첫번째 코스는 ‘함양군 함양읍 팔령마을~상수락마을~밤밭~임도’를 초입으로 잡는다.

　두번째 코스는 ‘남원시 동면 성산마을~임도~국유림 시범경영단지~임도’로 따라간다. 일단 임도를 오른 다음에는 ‘능선~삼거리~삼봉산~제1 헬기장~제2 헬기장~삼거리~바위전망대~삼거리~제3 헬기장~안부 삼거리~빈대굴~함양군 마천면 촉동’으로 산행을 마무리한다. 산행시간은 4시간30분~5시간.

백무동·삼정행 버스를 타고 가다 팔령너머 성산마을에서 내린다. 팔령고개와 성산마을 사이의 거리는 불과 100여곒. 이 사이에는 경남과 전북의 경계를 알리는 표지석이 서있다.

　먼저 함양군을 초입으로 하는 코스를 따라가보자.

　버스에서 내린 뒤 100여m 함양군쪽으로 걸어가면 팔령고개다. 이곳에는 세갈래 길이 있다. 오른쪽 길섶에 동서가든이 보인다. 이 도로를 따라 40여분 들어가면 삼봉산 밑자락의 상수락마을에 닿는다. 마을회관을 지나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스피커가 달려있는 큰 나무를 만난다. 이 나무와 빨간 벽돌집을 차례로 지난 뒤 300여곒 올라가면 삼봉농원 표시목이 있다. 계속 직진해 개울을 건너면 임도다. 밤나무밭을 가로질러 삼거리에서 오른쪽 오솔길로 접어든다. 들머리다.

길이 좁아지면서 능선길이 나타난다. 산죽이 무성한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틀면 깨끗한 산길이 드러난다. 무덤 3기를 지나면 잣나무 조림지역이다. 잣나무가 무성한 사잇길로 20분 꾸준히 오르면 너른 임도에 다다를 수 있다.

　두번째 코스는 남원군에서 시작할 수 있다. 이 길은 산책로 같은 호젓한 탐방로다. 버스에서 내려 도로를 건넌다.

‘흥부마을’ 표지석을 지나면 임도가 시작된다. 임도를 따라 15분쯤 오르면 차량진입을 막는 철제구조물 옆에 산불조심 표지판이 서있다. 이 지역은 지리산 삼봉 국유림 시범경영단지. 1960년대 후반부터 국가적인 조림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다.

　철제구조물에서 10여분 오르면 세갈래 길에서 국유림단지 안내판을 만난다. 삼봉산 가는 길은 왼쪽 너른 임도다. 굽이굽이 산허리를 감고도는 임도를 따라 여유롭게 걸어본다. 40년된 잣나무와 낙엽송 리기다소나무 왕벚나무 등이 아름드리 자라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나무들이 있나 싶을 정도로 쭉쭉 뻗은 나무가 인상적이다. 1시간 정도 임도를 따라 모롱이를 돌면 오른쪽 비탈길로 산길이 열린다. 이곳이 상수락 마을에서 올라오는 첫번째 코스와 만나는 지점이다.

비탈길은 잡목이 많다. 그만큼 때묻지 않은 길이다. 10여분 흐린 길을 헤치면 작은 개울이 나타난다. 개울 건너 계곡 산행이 시작된다. 산죽군락을 오른쪽에 끼고 바위를 넘어간다. 100여곒 지난 뒤 오른쪽 경사 급한 비탈로 붙으면 곧 가지능선 길이다.

　이곳이 산행의 가장 험한 구간이다. 급경사 길을 40분 이상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별달리 쉴 곳을 찾을 수 없으므로 숨을 돌리고 싶다면 나무등걸에 기댈 수 밖에 없다.

　비탈의 끝에는 봉우리처럼 봉긋 돋은 주능선이 기다리고 있다. 능선에서 왼쪽으로 난 깨끗한 길이 삼봉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오른쪽 희미한 길은 감투봉으로 빠져나간다.

　능선에서 50여곒 내려선 뒤 다시 오르막 산길을 탄다. 이곳 안부에서 오른쪽으로 꺾어내려가면 남원시 산내면 중황리다. 마지막 오르막을 타고 10여분간 오르면 삼봉산 멧부리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거칠 것이 없다. 남동쪽으로는 지리산 주능선이 하늘 선과 맞닿으며 병풍처럼 이어진다. 천왕봉을 중심으로 왼쪽으로 하봉 쑥밭재, 오른쪽으로는 제석봉 촛대봉 영신봉 칠선봉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북쪽은 덕유산 주능선이다. 기백산을 출발한 스카이라인이 금원산 남덕유산 향적봉을 지나 끝도 없이 뻗어간다.
동쪽으로는 왕산 필봉 정수산 뒤로 황매산이 수를 놓는다.

　하산길은 동쪽과 남쪽으로 갈라진다. 취재팀은 촉동으로 가기 위해 동쪽을 택했다. 만약 남쪽으로 가면 등구재 백운산으로 산행을 이어갈 수 있다.

50여m 떨어질 듯 내려오면 큰 바위봉우리가 앞 길을 막는다. 오른쪽으로 살짝 비키면 로프를 잡고 올라갈 수 있다. 풀이 많이 자라있는 제1 헬기장을 지나 20여분 동안은 기복이 있는 능선길이다. 두어개의 완만한 봉우리를 넘어서면 오른쪽 능선으로 내려가는 길이 뚜렷한 또다른 봉우리에 닿는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떨어지면 곧 제2 헬기장을 만난다.

　안부에 잠시 내려선 뒤 직진해 치달아 오르면 철쭉이 무르익는 봉우리다. 세갈래 길이 열리는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왼쪽으로 가면 함양읍 독종골로 곧바로 떨어질 수 있다.

5분 정도 산마루를 타면 암봉 전망대를 만난다. 두개의 큰 바위덩어리로 이뤄진 이 전망대는 드물게 흰 색을 띠고 있다. 이곳에 올라서서 보는 지리산과 덕유산 능선의 절경도 짜릿하다.

바위 봉우리를 지나면 곧 삼거리를 품은 또다른 봉우리를 만난다. 왼쪽으로 꺾어 내려서면 간벌지역에 들어선다. 잡목들이 어지러이 쓰려져 산길을 흐려놓고 있다. 풀이 없어 헬기장 표시가 선명한 세번째 헬기장을 지나면 낙엽송이 하늘 위로 치솟아 있는 산림지대다. 안부로 내려닿으면 오른쪽으로 내리막길이 열린다. 낙엽송 사이로 뚫린 길은 아래로 시원스레 이어진다. 10여분 길을 따라 내려오면 표고버섯재배지다. 너른 임도를 따라 내려오다 보면 잘 다져진 평지 위에 탑 한 기가 눈에 띈다. 최근 복원된 듯한 이탑에는 ‘금보탑’이라는 글이 음각돼 있다. 이 일대가 가락국의 마지막 왕인 구형왕이 머물렀던 궁궐터라고 한다.

　이 터를 받치고 있는 축대 아래에는 작은 굴이 있다. 축대에는 ‘상산 김씨 묘동’이라 새겨져 있고 굴 옆에는 나무팻말이 ‘가락국 구형왕 궁전 빗대궐’을 가리키고 있다. 마을사람들은 이 굴을 일명 ‘빈대궐’이라 부른다. 임도를 따라 15분 내려오면 해발 600곒의 오지마을인 촉동마을에 내려선다.


# 교통편

　부산에서 출발한다면 함양은 진주에서 갈아타는 것이 편하고 빠르다.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진주행 버스가 5~1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소요시간 1시간 30분. 요금은 4천9백원.

진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함양행 버스가 5~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첫차는 오전 6시10분. 요금 4천1백원. 1시간40분 소요.

　함양에서는 백무동·삼정행 버스를 탄다. 팔령 혹은 성산마을에서 하차한다. 백무동·삼정행 버스는 오전 9시, 10시20분, 10시50분, 11시20분 등에 있다. 요금은 1천원. 소요시간 20분.

　산을 내려오면 함양군 마천면 촉동이다. 함양까지 가는 버스가 오후 4시20분, 오후 6시50분 등에 있다. 요금은 2천5백원.

　촉동에서 버스를 놓쳤다면 마천까지 나와야 한다. 마천에서는 30분 간격으로 함양행 버스가 있다. 오후 7시55분이 막차. 요금은 2천원. 마천개인택시 055-962-5110. 촉동까지 택시 요금은 약 6천원.

　함양에서 진주행 버스는 오후 8시10분, 밤 9시 등. 진주에서 부산행 막차는 오후 9시10분이다. 더 늦으면 부산행 심야버스를 탄다. 밤 11시, 0시에 있다. 요금은 8천5백원.

　함양 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는 먹을만한 흑돼지 집이 있다. 우성식육식당(대표 조래문)은 흑돼지 고기를 직영하는 농장에서 직접 가져온다. 055-963-2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