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50세대 전직 지원 프로그램 운영
- 첨단기업 정책 도입해 청년 잡아야

“어린 여공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것을 보면서 직로상담의 중요성을 깨닫고 40여 년간 한 길을 달려왔어요. 이제는 150세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4050세대를 위한 전직 지원 프로그램으로 진로상담 영역을 확장하려 합니다.”

김병숙 한국직업상담협회 이사장이 국제신문 편집국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진로상담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경기대에 직업학과를 설치해 후학을 키웠고 직업상담사 제도를 도입하는 등 40여 년간 직업연구 외길을 걷고 있는 ‘직업학의 선구자’ 김병숙(78) ㈔한국직업상담협회 이사장이 지난달 부산을 찾았다. 한 독서모임에서 김 이사장이 쓴 책들을 읽고 책에 관한, 인생에 관한, 직업에 관한 철학을 듣겠다며 저자와의 대화에 초청한 것이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 전국을 누비면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부산시민의 초청에 망설임 없이 응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활력이 넘쳤다.

“직업교육이나 직업상담, 직업의 역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시절이 있었다. 50대 초반에 국가 직업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직업 관련 역사 연구에 집중했는데 그때 진로유산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내가 제안한 진로유산 개념을 처음으로 이해하고 수용해 준 곳이 부산이다.”

그와 부산의 인연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부산시교육청 진로담당 장학사로, 교육부 지정 선도교육청 프로젝트 기획을 담당한 이미선 씨가 김 이사장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인연의 고리가 닿았다. 그때만 해도 대학진학지원센터 형식만 존재했던 터라 색다른 접근이 필요했는데 김 이사장이 제안한 역사를 입힌 ‘진로박람회’가 프로젝트에 선정되면서 오늘에까지 이어진 것이다. 당시 경기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던 김 이사장은 프로젝트 선정 후 부산에 전셋집을 얻어 직원들을 상주시키고 본인도 수없이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역사가 길을 묻다’는 주제로 진로박람회를 성공시켰다. 진로박람회는 3년간 계속됐고 이후 진로진학박람회, 부산교육박람회로 이름을 바꿔가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3년 동안 부산에서 진료유산 개념을 적용한 콘텐츠를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었고 이는 진로유산의 중요성을 알리는데 결정적 계기가 됐다. 젓가락 문화, 스피드, 인쇄술에서 스마트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까지 모두 우리 민족이 일궈낸 진로유산의 저력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관심은 이제 미래를 향하고 있다. 100세 시대라는 말이 유행하기 전부터 이미 150세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4050세대를 후기청년기라 말하면서 ‘중간인생점검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90세까지 일해야 하고 120세까지 파트타임으로 일한 뒤 은퇴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의 저서 ‘사십과 오십사이’나 ‘은퇴 후 8만 시간’에는 그런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는 “150세 시대를 믿지 않았지만 이제 현실이 됐다. 고 이순재 배우는 92세까지 연기 열정을 불태웠고 현역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 나이에 뭘 할 수 있겠느냐고 머뭇거리면 안 된다. 가족문제 건강 직장 경제력 등 40대 초반부터 점검하고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 호기심 천국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과 청년에게도 멀리 내다보라고 조언했다. AI시대, 쳇GPT가 파고든 초스피드 시대에 전문직도 안전하지 않다며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구글처럼 변화를 이끌어가는 정책과 직업과 진로에 관심을 가지라고. ‘나이 타령을 버리고, 호기심을 잃지 말라’는 그의 일성이 귓가를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