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문화 담은 ‘부산에 살지만’ 출간
- 경계문화 등 몰랐던 이야기들 소개

부산에 살면 ‘부산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 문화를 키워드로 부산의 속살을 들여다 본 책 ‘부산에 살지만(비온후책)’에 따르면 대답은 ‘아니오’이다.

‘부산에 살지만’을 출간한 박훈하 교수가 ‘부산 사람’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부산문화와 역사를 소개한 K-MOOC(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 강의를 묶어 대중적 어법과 나름의 관점으로 서술한 책 ‘부산에 살지만’의 저자인 경성대 박훈하(국어국문학과) 교수를 만나 그가 정의하는 부산 사람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박 교수는 부산 문화와 사람의 특징을 두 가지로 압축했다. ‘개방성’과 ‘혼종성’이다. 그는 부산이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통합적 성격을 지니는, 하나의 도시로서 시작점을 엄청난 사람과 물자가 몰렸던 일제강점기로 본다. “이때 일본인이라는 이질적 사람도 텃세 없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었던 분위기가 부산이라는 도시의 기본 동력인 겁니다. 이러한 특징은 피란과 압축적 경제성장이라는 한국 근대사에서도 부산을 거대도시로 성장시키는 데 강점으로 작용했고요.”

그렇다면 왜 지금 ‘부산 사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걸까. “지금 부산은 젠더·세대·계급·인종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부산의 토대 변화가 그만큼 극심하다는 뜻이겠죠. 부산의 문화적 공통성을 공론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하나의 도시가 자신의 생명을 보존해온 방식을 들여다보면서 ‘우리’라는 공통성의 실체를 보다 분명히, 또 깊이 파고 들어가고 나아가 부산이 꿈꿔야 할 미래가 어떤 것인지 가늠해보고자 했습니다.”

박 교수는 ‘같은 곳에 살고 있다’는 지리적인 관계만으로 사람들을 하나로 묶기 어렵다고 본다. “이사를 자주 하는 한국에선 주거 중심적 사고가 일반적일 수 있겠지만, 같은 도시의 사람이라고 말하려면 조금 더 적극적인 공통성이 필요합니다. 바로 ‘공통감성’이죠.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공통의 언어인 사투리 등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공통감성을 공유하고 살아야 ‘부산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이어 그는 부산의 현실을 자각하는 주체로서 ‘부산 사람’이 되길 주문했다. 이른바 ‘서울공화국’에서 자율성이 상실된 지방은 서울 없이는 아무것도 상상할 수 없고, 자신의 힘으로 성장하는 방법을 잃어버린 ‘식민도시’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부산은 지금 ‘경동맥에 칼이 들어와 있는 상태’에요. 고통스럽지만 칼을 빼면 과다출혈로 죽기 때문에 이 칼이 나를 살리고 있는 모순적 상황인거죠. 병이 너무 깊어서 당장 해법을 찾기란 어렵습니다. 다만 현실의 모순이 어디서 비롯된 건지 자각하고, 지금 부산이 어디로 가는지, 나아가 미래에 대한 상상을 함께 나눠봐야 할 시점이라 말하고 싶어요.”

‘부산에 살지만’은 바다 시장 언어문화 음식문화와 함께 경계문화, 공론장과 시민사회 등 부산에 살지만 몰랐던 이야기를 12강으로 구성했다. 쉽게 읽히지만 가볍게 책장을 넘겨선 안 된다. “챕터와 챕터 사이 빈 공간에 자신의 얘기를 채워 넣어야 비로소 완성된 독서를 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