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마민주항쟁 당시 경찰이 던진 최루탄 파편에 얼굴을 맞은 후유증으로 평생을 시름 하다 세상을 떠난 고(故) 서회인 씨(국제신문 2019년 8월 30일 자 6면 등 보도)의 어머니가 국가로부터 받은 보상금 일부를 항쟁 피해자를 위해 기부했다.

25일 부산 동구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에서 고 서회인 씨 유족 기부금 전달식이 열리고 있다. 여주연 기자 yeon@kookje.co.kr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은 25일 부산 동구 초량동 재단 사무실에서 ‘고(故) 서회인 씨 유족 기부금 전달식’을 거행했다. 이날 고인의 어머니 김영자(82) 씨는 ‘부마항쟁 피해자를 위해 써달라’며 수백만 원의 기부금을 재단에 전했다.

서 씨는 부마항쟁 때 진압 경찰에게 받은 피해로 평생을 괴롭게 살았다. 17세의 동주여상(현 동주여고) 학생이던 그는 1979년 10월 17일 밤 9시50분께 부산 중구 대청동 당시 한국은행 인근 육교를 통해 귀가하던 중 경찰이 쏜 최루탄(일명 사과탄) 파편에 얼굴 등을 맞았다. 이 때문에 6개월의 병원 치료를 받은 서 씨는 사고 후유증으로 오랜 시간 고생하다 2000년 39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서 씨는 정상적인 직장 생활이나 가사가 힘겨운 몸 상태로 평생을 살았다.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한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서 씨를 ‘상이를 입은 자’로 심의·의결했다.

이날 전해진 기부금은 서 씨를 대신해 유족에게 지급된 국가의 피해 보상금에서 나왔다. 고령인 데다 항암 치료까지 받는 김 씨의 사정은 결코 넉넉지 않다. 이날 그는 “딸이 고등학교 2학년 때 수학여행 간다고 날을 받아놨는데 사고가 났다. 딸 아버지도 오토바이 사고로 다쳐 병원 생활을 했다. 정신이 없어서 사는 게 말이 아니었다”며 “자식 넷을 데리고 살았다. 매일 병원을 쫓아다닌다고 집은 뒷전이었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 집을 팔아 병원비를 댔다. 친척들도 (사정을) 모르고 ‘여자가 집 팔아먹었다’고 했다. 가슴에 맺혔다. 아직도 심장이 떨린다”고 그간의 고통을 털어놨다.

김 씨는 또 “여러분(부마항쟁 관련 조직 관계자)이 욕봤다. 책(진상조사보고서)을 봤는데, 수고를 많이 했다”며 서 씨의 피해를 규명하기 위해 노력한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재단은 서 씨 등 부마항쟁 피해자를 기억하고 이들의 피해를 회복하는 데 기부금을 쓰겠다고 답했다. 재단 최갑순 이사장은 “서 씨가 역사의 파편, 최루탄 파편을 맞고 얼굴을 상했다. 어머니는 가슴에 묻었다. 그분이 살아계실 때 (피해 회복을) 못해 정말 죄송하다”며 “어머님이 따님을 잊히지 않게 하기 위해 흔적을 남기겠다고 결심한 건 기부금 액수에 동그라미가 몇 개인지보다 무겁다. 이 가슴 아픈 돈이 헛되지 않게 따님의 이름을 기억하는 데 쓰겠다”고 말했다. 재단은 부마항쟁 피해자들과 논의해 기부금의 용처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