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파 실시간 측정·옹벽 설치 시급
- 산정상 개방·구립공원 지정은 환영

“장산에 기습 설치된 공군 레이더는 원칙적으로 반출해야 합니다.”

장산마을대책위원회 손웅희 공동위원장이 레이더 반출을 주장하고 있다. 여주연 기자

최근 부산 해운대구청에서 만난 손웅희(56) 장산마을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공군의 레이더 반출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공군은 지난달 7일 장산 공군기지 내 군사용 레이더를 설치했다. 이 레이더는 탄도 미사일을 탐지, 추적하는 그린파인 레이더로 탐지 거리는 최대 900㎞로 알려져 있다. 공군 레이더가 장산에 설치된 지 두 달가량 지났지만, 손 위원장은 여전히 강한 반감을 내비쳤다. 그는 “주민 동의 없이 기습 설치한 것이라 공군과 해운대구에 원칙적으로 반출하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공군 측은 ‘어렵다’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손 위원장은 공군 레이더의 전자파 실시간 측정, 레이더 인근 옹벽 설치 등도 요구했다. 그러나 공군 측은 ‘전자파가 강하지 않아 의미가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다만 레이더 설치 때 파손된 장산 내 도로는 보수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손 위원장은 “주민의 요구 사항을 전달했는데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만 들었다”며 “공군과 해운대구가 장산마을 주민과 만남을 제안했지만, 현재 상황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 같아 고사했다”고 말했다.

레이더 설치로 장산마을 주민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지만, 지난 1일 장산 정상부가 71년 만에 개방되면서 위로를 받기도 했다. 장산 정상은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이후 미군 주둔지가 생기고 군 통신시설 등이 설치되면서 시설 보안을 위해 민간 출입이 통제돼 왔다. 2011년 지역 시민단체 등이 장산 정상 되찾기 운동을 전개했지만 군은 각종 통신시설 보안과 소파(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규정을 이유로 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개방을 유보해왔다. 이에 해운대구는 정상 개방을 위해 국방부 등과 여러 차례 협의를 거친 뒤 합의를 끌어냈다. 오는 4월이면 등산로, 안내 입간판, CCTV 등이 설치돼 누구나 장산 정상에 오를 수 있을 전망이다.

손 위원장은 “장산 정상은 부산을 넘어 전국적인 명소가 될 것 같다”며 “이제야 우리들의 품으로 돌아와 감회가 깊다. 특히 고령의 마을 주민이 정말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고 기뻤다”고 말했다.

손 위원장은 장산의 구립공원 지정으로 새롭게 정비하게 될 장산마을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해운대구는 장산구립공원 지정 이후 장산마을 재정비를 위한 용역을 하고 있다. 장산의 생태복원을 진행하면서 장산마을의 환경을 정비하는 것이다. 향후 장산마을의 이주단지를 인근에 마련해 명품마을로 지정하는 절차도 추진한다.

손 위원장은 “장산마을에 부족한 기반 시설을 조성하는 등 대대적인 정비가 이뤄져 마을 사람들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 위원장은 장산마을에서 10년째 농사를 짓고 있고, 4년 전부터 장산마을에 정착해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