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 음악극 ‘나혜석’ 직접 작곡
- “작품 통한 삶 기록이 예술 역할”

근대 신여성 나혜석(1896~1948)의 생애를 그린 창작 음악극 ‘나혜석’, 부산 출신의 독립운동가이자 작곡가인 한형석(1910~1996)을 조명하는 창작 오페라 ‘그 이름 먼 구름’, 부산시립예술단 연합공연 ‘크리스마스 캐롤’…. 지난해 열린 굵직한 부산표 공연들이다. 이 공연들의 작곡을 맡은 백현주(52) 작곡가는 이처럼 눈에 띄는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백 작곡가와 만나 작곡 세계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었다.

백현주 작곡가가 작품 활동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그는 학연·지연에 얽힌 음악계를 벗어나 독립군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백 작곡가는 새로운 음악 문화를 꿈꾸는 작곡가들의 모임인 부산작곡마당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통해 한국 창작 음악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청중과 소통·교감하기 위해 작곡마당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부산작곡마당은 2006년 8월 첫 정기연주회를 시작으로 한국 창작 음악의 대안을 제시하는 작곡단체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루체테 음악극연구소 소장이기도 하다. 루체테는 ‘밝게 빛나라’라는 뜻의 라틴어다. 백 작곡가는 어릴 때부터 극음악에 관심이 많았다. 다른 장르와 만나는 음악이 좋아 오페라, 뮤지컬을 많이 보러 다녔고 운 좋게 관련 작업 위촉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오페라 작업을 하다 제작자와 여러 갈등을 겪으면서 ‘오페라 제작 방식이 꼭 이래야만 하나’, ‘작품이 왜 이렇게 다양하지 않을까’에 대해 깊이 분노하고 고민했다. 루체테 음악극연구소는 그렇게 탄생했다. 이곳은 2015년 설립 이후 다양한 장르의 극음악을 연구하고 공연한다.

그는 “우연히 서점 미술 코너에서 나혜석과 관련한 책을 발견하고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며 “음악극 나혜석은 2019년 제작한 루체테 음악극연구소 오페라 두 번째 시리즈로, 인간 정신에 입각했을 때 남녀 성별을 떠나 누구도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정신을 담았다”고 말했다. 또 “작품을 통해 시대를 담아내고 삶을 기록하는 것이 예술의 역할이라고 믿는다”며 “여러 오페라 작품을 소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음악극과 창작오페라를 통해 부산지역 공연 양식이 다양해질 수 있도록 작품을 제작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창작 오페라 ‘그 이름 먼 구름’은 2020년 부산문화재단의 브랜드 콘텐츠 공모전에 선정됐다. 이 작품 역시 그의 작곡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다. 먼구름 한형석 선생은 독립군 활동 중에 수많은 군가와 가극, 아동극을 창작해 예술의 힘으로 일제에 저항하고자 했다. 이 작품에선 어린이합창단도 극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어린이를 그저 약하고 작은 존재가 아니라 이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기둥으로 여겼던 한형석 선생의 마음을 담고자 했다. 백 작곡가는 “대체 어떤 힘이 전쟁 중에 예술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그 시절 예술로서 저항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고민했다”며 “고통의 순간이 새겨질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의 꿈을 함께 생각하고 돌보는 마음을 갖게 된다. 여기에 공동체의 희망이 있다”고 했다. 그는 “다음 세대에게 ‘작곡가로 사는 인생도 재밌겠다’라는 도전 의식과 선향 영향력을 끼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 작곡가는 부산대 예술대학 음악학과 및 동 대학원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전문사 과정을 졸업했다. 부산대 예술문화와 영상매체 협동과정 미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또 부산지휘자합창단의 반주자로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