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8년 시작 부산 북구 봉사단체
- 23년간 소외계층 찾아 무료급식
- ‘돈보다 덕담’ 흐뭇… 후임 양성 고민

“봉사활동을 하면 그 활동의 대상자도 좋지만, 직접 봉사하는 스스로가 가장 뿌듯하고 즐겁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노두석 중식 봉사단 협심회장이 봉사활동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노두석(56) 협심회장은 봉사활동의 의미를 묻는 말에 신념에 찬 눈으로 자기 생각을 전했다. 그가 몸담은 협심회는 1998년부터 명맥을 이어오는 부산 북구의 중식 봉사단체다. 조리사 등 정회원 60명과 명예회원 10명, 조리 전문이 아닌 비회원 60명 등 130명이 활동하고 있다.

협심회는 올해까지 23년간 170회에 걸쳐 경로당과 복지시설 등 지역 소외계층이 있는 곳을 직접 찾아 무료급식을 지원해왔다. 설립 당시 IMF 사태로 힘들어진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자는 취지로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한국중식봉사나눔회가 부산 내 지부별로 단체를 운영하고 있지만 북구지부인 협심회가 원조다. 노 회장은 “첫 봉사가 북구의 한 복지관에 주민 200여 명을 초청해서 짜장면과 탕수육을 대접한 자리였는데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처음 먹어본다’고 하시던 한 분의 말씀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며 “아직 주변에 손길이 필요한 곳이 많다는 걸 봉사 나가보면 새삼스럽게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회장직에 당선된 노 회장에게 시작부터 고난이 찾아왔다. 당선 직후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이전부터 찾아가서 진행하던 음식 봉사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대부분의 활동이 비대면으로 전환되고 단체 식사도 금지되는 분위기였다. “앞이 막막하던 차에 제가 ‘원래 식당 운영하면서도 배달을 하니까 봉사도 배달해보면 어떻겠나’하고 회원들에게 제안했습니다. 다들 동의해줘서 바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협심회 회원들은 지난 5일부터 사흘간 덕천·금곡·화명·만덕 등 북구 내 8개 복지관을 돌면서 짜장면 1050그릇을 배달했다. 지난 3월에도 750세대를 일일이 방문해 짜장면 나눔을 진행했다.

노 회장은 “코로나19 때문에 외출이 힘들었는데 오랜만에 사람이 찾아오니 이곳저곳에서 반겨주셨다. 짜장면을 받아들면서 ‘복 받으라’고 하시는데 돈보다 덕담을 받아 흐뭇한 마음이었다”고 회상했다.

노 회장은 봉사단체로 오랜 시간 버틸 수 있었던 힘으로 투명한 재정 집행을 꼽는다. 협심회는 매달 3만 원씩 회비를 걷어 운영하고 있다. 외부 단체로부터 후원이나 물품이 들어올 때도 있지만, 대부분 정중하게 거절하거나 다른 단체에 곧바로 전달한다. 노 회장은 “도움을 받은 순간 봉사를 위해 모인 단체의 의미가 퇴색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저희가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각종 봉사활동에 나선 결과 협심회는 행정안전부 주관 ‘2020년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에서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

중식 경력 21년째인 노 회장은 이제 후임 양성을 고민한다. 최근 외식 트렌드가 배달과 프랜차이즈 위주로 재편되면서 젊은 사장들이 늘었지만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이가 많지 않다. 노 회장은 이들도 봉사를 통해 뿌듯함을 느끼고 전통을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꼭 중식 조리사일 필요도 없습니다. 봉사의 참된 보람을 느끼고 싶은 분은 언제든 저희와 함께 활동하실 수 있으니 문을 두드려 주시기 바랍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