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대 감시하고 도살장 구조 등 활동
- “부산 기반이지만 전국 활동 펼쳐
- 중앙부처에 전담부서 만들어져야”

부산에서 문을 연 동물보호단체 ‘라이프’가 출범 1년을 맞았다. 사무실은 부산에 있지만 전국에서 불법 사육 등 동물 문제를 감시하고, 필요한 경우 지역을 가리지 않고 대규모 동물 구조에 뛰어들었다. 그 덕에 수천만 원의 빚을 지기도 했지만 문을 닫지 않고 첫돌을 넘겼다. 7일 연제구 거제동 사무실에서 심인섭(48) 대표로부터 지난 1년간의 고군분투기를 들어봤다.

심인섭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대표가 설립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세상. 라이프의 설립 이념이자 목푭니다. 동물 학대 등 위법을 감시하고, 불법 사육장처럼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의 동물을 직접 구호하는 활동도 벌입니다.”

심 대표가 밝힌 라이프의 ‘미션’이다. 라이프의 활동은 동물 구조에서 그치지 않는다. 구조한 개·고양이를 치료하고, 사무실이나 위탁기관에 맡겨 입양될 때까지 돌본다. 돈이 많이 들 수밖에 없는 사업이다. 그는 “실제로 지난해 부산과 경남, 경기, 충북 등지에서 개와 고양이 150마리를 구조하는 동안 5000만 원가량 빚도 졌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활동을 줄이기보단 오히려 ‘광폭 행보’를 택했다. 그는 “지난해 경남 김해와 부산 수영구에서 고양이 약 40마리를 구조하며 이미 빚을 진 상태였다”며 “이런 상황에서 경기 김포 불법 사육장의 실태를 알았다. 망설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7차례에 걸쳐 개들을 구해내는 동안 단체의 이름을 알려 입지를 넓힐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개발 보상을 노려 마릿수를 마구잡이로 불린 것으로 추정되는 김포 사육장 개 90여 마리를 구조한 이 활동을 통해 회원 약 300명을 새롭게 확보했고, 4000만 원가량 의 일시 후원금도 받았다.

라이프는 회원 후원으로 운영된다. 현재 회원은 580명이며, 월 800만 원가량의 회비가 모인다. 이 돈으로 각종 구호활동 및 치료비용을 포함해 상근직 2명 등의 인건비를 충당한다. 심 대표 본인은 급여를 받지 않는다. 그는 “부산에 기반을 두고 활동한다는 점에서 결코 적지 않은 회원 수”라고 말했다.

라이프 설립에 앞서 그는 동물자유연대 부산지부 팀장으로 6년 정도 일했다. 2014년부터는 SBS 동물농장 등 TV에 60회가량 출연하며 ‘동물농장 아저씨’라는 별명도 얻었다. 심 대표는 “이 과정에서 전국에 산재한 동물 문제를 목도했다”며 “현행 동물단체들의 활동은 지나치게 서울·경기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외 지역의 동물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해결 방안을 찾고 싶어 라이프를 설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심 대표는 동물 학대 등 문제를 해결하려면 동물을 ‘산업’이 아닌 ‘복지’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제도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는 “비근한 예로 청와대에 사는 반려견들이 유명하지만, 실상 청와대 비서관 중에 동물 보호와 관련한 업무를 맡는 비서관은 없다. 농축산비서관실 산하에 행정관 1명이 다른 업무와 함께 일부 수행할 뿐”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농축산 등 관련 부서에 딸린 구조가 아닌, 동물 문제를 전담하는 곳이 중앙부처에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