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대복음병원이 병원비가 없는 러시아인 장기 입원환자를 전액 지원하고,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환자의 고향인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동행해 가족에게 인계(사진)하는 선행을 베풀었다.
지난해 7월 러시아인 여성 루박(49) 씨는 뇌출혈로 의식을 잃어 119 구급대를 통해 고신대병원 응급실로 실려 왔다. 국내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외국인 환자는 내국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진료비 때문에 지불 보증이 있어야 입원이 가능하지만 병원 측은 인도적 차원에서 수술을 결정했다. 입원 8개월간 치료비는 2억 원을 넘어섰고, 입원 기간 환자의 비자가 만료됐지만 재활치료를 꾸준히 시행했다. 초반 보호자 역할을 했던 지인은 병원비 부담을 느꼈는지 도중 연락이 두절됐고, 환자의 러시아 현지 가족과도 연락이 끊겨 국제 미아가 될 위기에 처했다.
병원 측은 휠체어를 타고 생활이 가능한 수준이 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귀국을 추진했다. 병원 측은 치료비를 받지 않기로 했으며, 불법체류 신분으로 국내에 방치될 경우 수용시설에서 건강이 악화될 위험에 노출될 것을 우려해 특별 귀국편 항공권 마련과 출입국관리사무소 절차도 해결했다.
루박 씨는 지난 20일 인천 국제공항에서 블라디보스토크행 항공편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고신대병원 의료관광 러시아 코디네이터가 동행해 현지에서 가족에게 인계했다. 루박 씨가 현지에서 치료를 이어 나갈 수 있게 의사소견서, 의료기록, 치료약까지 함께 전달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동생을 인계받은 언니는 감사의 뜻을 전했다.
고신대병원 최영식 병원장은 “사실 부담이 컸지만 고 장기려 박사가 몸소 실천한 병원 설립이념을 지키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며 “앞으로도 이런 유사 사례가 있으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흥곤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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