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간의 임기 이달 27일 끝마쳐
- “헬싱키~부산 노선 유치 등 성과
- 새 시장 엑스포·신공항 역점 둬야”

“2019년 11월 개최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부산에 유치할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서울과 인천도 유치전에 나섰는데 외교부 내에 인천이 1순위라는 소문이 돌아 비상이 걸렸습니다. 시는 포기하는 분위기였는데 ‘인천은 수도권이어서 지역 균형발전 취지에 맞지 않다’는 논리를 펴 분위기를 역전시켰습니다. ”

우경하 부산시 국제관계대사가 임기 중 성과에 대해 말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오는 27일 3년간의 임기를 마치는 우경하(60) 부산시 국제관계대사는 4일 기자와 만나 이 같은 일화를 소개했다.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상회의가 끝난 뒤 당시 회의장 바닥을 장식했던 상징 조형물을 부산시청 1층 국제교류전시관 앞 벽면에 설치해 보존·기념하게 된 것도 그의 숨은 공로다. 이 작품은 한국과 아세안 10개국을 각각 대표하는 나무를 현지에서 직접 가져와 사람의 모습으로 조각해 붙인 것으로 ‘평화를 향한 동행, 모두를 위한 번영’이라는 뜻으로 제작됐다. 우 대사는 “누리마루와 달리 벡스코는 행사가 끝난 뒤 설치물을 모두 철거하는데 ‘이 작품은 부산시에는 뜻깊은 조형물이지만 외교부에는 관리 비용만 드는 천덕꾸러기가 될 수 있다’고 외교부 관계자를 이틀간 끈질기게 설득해 얻어냈다”고 귀띔했다.

도시외교를 통한 성과도 남달랐다. 핀란드 헬싱키와는 첫 장거리 노선인 부산 취항을 약속받았고, 중국 상하이·광저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우수리스크와는 각각 금융·물류·4차산업, 북방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했다. 이외에도 외빈 면담을 통해 만난 각국 대사에게 가덕신공항 건설,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의 당위성을 적극 알려왔다. 그는 “시장을 보좌하고 각 부서의 국제협력 업무가 효율적으로 추진됐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며 공을 시장과 담당 공무원에게 돌렸다.

여수엑스포 유치 과정에 관여하고, 월드엑스포를 담당하는 외교부 지역통상국장을 역임해 엑스포 전문가로 꼽히는 그는 가덕신공항과 엑스포 유치는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범정부적으로 나서 부산의 발전과 대한민국의 도약, 인류의 미래를 위해 2030월드엑스포를 반드시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새로 선출되는 시장은 미래 부산을 위해 이 두 가지 사업을 역점추진 과제로 인식하고 시의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국제관계대사는 외교관으로서 공무뿐만 아니라 국제실무에서 얻은 다양한 경험을 많은 사람과 나눌 준비가 돼 있다. 어려워하지 말고 적극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우 대사는 중앙대부속고, 한국외대 영어과 학사와 정치학 석사를 마쳤으며 제20회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통상부에서 미국 세네갈 제네바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등에서 활동했다. 외교통상부 APEC(지역협력) 과장, 지역통상국장, 주호주연방 특명전권대사를 역임한 뒤 2018년 2월 부산시 국제관계대사로 임명됐다.

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