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범 30주년 … 명예영사 인식 낮아
- 본무영사와 권한·특권 모두 같아
- 사무국 개소 계기 활동 적극 전개
- 부산월드엑스포 유치 큰 힘 될 것”

“아직도 명예영사에 대해 잘 모르거나 영사 활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관계기관과 시민이 많습니다. 이번 사무국 개소를 계기로 더욱 활발히 활동해 명예영사 확대와 도시외교력 강화에 앞장서겠습니다.”

강의구 부산영사단 단장이 명예영사의 역할과 권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올해 발족 30주년을 맞은 부산영사단을 8년째 이끌고 있는 강의구(76) 단장을 24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사무국에서 만났다. 사무국은 이달 초 코트디부아르영사관빌딩 6층에 둥지를 틀었다. 부산영사단 사무총장인 김인극 코트디부아르 명예영사가 임대료를 부담하고 강 단장이 사비를 들여 사무국을 단장했다.

부산영사단은 1991년 권병현 전 주중대사가 부산을 방문했다가 당시 미국 일본 본무영사 2명과 명예영사 8명와 함께 매달 1회 모임을 가진 데서 시작됐다. 영사단 규모는 현재 미국 일본 몽골 중국 러시아 등 5개국 본무영사와 38개국 40명의 명예영사로 확대 성장했다.

“영사단은 2002년 외교통상부가 발간한 ‘의전실무편람’에 ‘부산영사단이 조직돼 활동하고 있다’고 명시돼 있을 정도로 공식적인 모임입니다. 30년의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지만 명예영사에 대한 인식은 낮은 편이어서 안타깝습니다.”

영사는 임명국과 한국과의 관계 증진 및 우의 강화를 위한 외교활동을 벌이며 크고 작은 국제행사와 문화경제 교류 등 다방면에서 도시 외교의 첨병 역할을 한다. 본무영사는 정부가 파견하는 법적 영사다. 명예영사는 민간인 신분으로 양국 간 외교 업무를 담당하는 준외교관이다. 외국 정부가 각국에 일일이 본무영사를 파견하기 어렵기 때문에 해당 국가에 파견된 본국인이나 그 국가 국민 중 양국의 가교 구실을 할 수 있는 인사를 명예영사로 위촉해 선임한다.

‘명예’라는 단어가 붙어있다고 단순히 이름만 있는 명예직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명예영사는 1993년 4월 23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제정된 영사에 관한 협약에 따라 본무영사에 준하는 권한과 특권을 갖고 있다. 명예영사는 재외국민 보호, 통상 및 우호 교류 등 11가지 업무를 수행한다.

강 단장은 “본무영사와의 차이점은 특권과 면제가 본무영사의 경우 본인은 물론, 가족과 직원에게도 적용되지만 명예영사는 본인에게만 주어진다”며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여러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결혼증명서와 같은 각종 서류 발급 등 명예영사의 업무는 계속 수행해야 한다. 다만 가능하면 비대면으로 처리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명예영사의 인맥과 활동범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강 단장은 명예영사가 부산이 염원하는 2030 부산월드엑스포 유치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울 및 수도권에는 이미 100여 개국의 대사 및 영사가 활동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부산의 영사 수는 아직도 부족하다. 강 단장은 100명 정도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명예영사가 최선을 다해 업무를 수행하면 해당국의 신뢰와 인정을 받고 엄청난 영향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2012 여수엑스포 유치위원장을 맡았던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도 영사단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베트남의 경우 수상 등 귀빈이 한국에 오면 서울이 아니라 부산부터 먼저 방문할 정도로 박수관 명예영사의 역할과 영향력이 크죠. ”

50년간 영국 명예영사를 지낸 고 왕상은 협성그룹 명예회장에 이어 강 단장은 ‘명예영사의 전설’로 꼽힌다. 1980년대 중반 온두라스 명예영사을 시작으로 파나마를 거쳐 현재 포르투갈 명예영사를 맡고 있다. 그는 “점점 서울 및 수도권과 도시외교 및 국제교류의 감각 차이가 커지고 있다”며 “국제관광도시,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명예영사와 자매도시 수를 대폭 늘리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영사단 차원에서 영사가 없는 국가 및 대사 등에 영사 파견을 건의하기로 했다.

경남 합천 출신인 강 단장은 부산공업고와 미국 어시너스 대학을 졸업했으며 부경대 명예경영학 박사를 받았다.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캄보디아 국제선박등록청장을 지냈으며 2010년 파나마 친선공로포장과 2012년 캄보디아 왕국대훈장을 받았다. 현재 ㈜코스모스마린부류를 이끌고 있으며 부산시 국제자매도시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조민희 기자 c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