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황장애로 고통 겪다 빠지게 돼
- 15년째 매일 30㎞씩 걷는 게 일상
- 귀한 스승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

“건강의 중심은 심장입니다. 강도 높은 유산소 활동을 위해선 꾸준히 수십 ㎞를 걷는 것만큼 좋은 게 없습니다. 걷다 보면 달라지는 자신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 이서원 씨가 걷기에 빠지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 이서원(60) 씨는 벌써 15년째 하루도 빠짐 없이 30㎞씩 걷는다. 거주지인 부산 해운대에서 울산 진하해수욕장까지(거리 약 35㎞) 걷는 일은 그에게 일상이다. 전라도와 강원도까지 수백 ㎞를 걷기도 한다.

그에게 ‘걷기’는 삶 그 자체다. 걸음의 중요성을 모든 사람에게 알리는 걷기 전도사로서 오늘도 쉼 없이 달리는 그를 24일 부산 기장군에서 만나 왜 그토록 걷는지 이야기를 들었다.

“시작은 공황장애 때문이었습니다. 고통이 심할 땐 터널을 지나가지도 못했죠. 그러다 산책 겸 걷는데 기분이 한결 가볍더라고요. 밤에 공황이 심해지면 무작정 나가 밤새도록 걸었습니다. 조금씩 나아지는 걸 느끼면서 걷기의 매력에 빠졌죠.”

그가 걸어온 길은 그가 살아온 발자취를 닮았다. 그는 5년 전 강원도 고성에서 부산까지 약 560㎞를 7박8일 동안 걸었다. 속초와 울진을 지나 포항과 울산을 거쳐 부산으로 오는 길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의 연속이었다. 사업에 뛰어든 뒤 성과를 내지 못한 그는 걷기에서 삶의 지혜를 얻었다. 이 씨는 “걸으면서 희로애락을 모두 느낀다. 여름에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걷거나 오르막길을 긴 시간 걷다 보면 희열과 동시에 눈물이 나기도 한다”며 “자연히 인생을 통찰하게 되고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살아야 할지 깨닫게 된다. 걷기는 그 자체만으로 인간에게 귀한 스승이 돼 준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걷기만 해선 안 되고 잘 걸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허리를 쭉 펴 몸을 바로 세운 뒤 오금을 당긴 채 흉식 호흡하며 진자운동하듯이 걸음을 내디뎌야 한다는 그는 순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씨는 “몸에는 심장과 관절 및 근육, 횡경막 등 3개의 펌프가 있다. 그중 본인 의지로 가장 조절이 쉬운 관절 및 근육의 펌핑이 중요하다”며 “걷기를 통해 근육 펌프가 원활해지면 심장과 횡경막 순환도 자연히 잘된다. 빠르게 걸어 강도 높은 유산소 운동을 하면 더욱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걷기도 꾸준해야 한다’는 그는 음악과 함께 걸어야 한다는 철학 아래 강습도 진행한다. 지난 5월부터 해운대 장산 입구에서 주민 수십명을 상대로 재능기부를 통해 걷기의 중요성을 전파한다.

그는 “걸을 때 음악이 필요한 이유는 리듬을 타고 관절에 무리 없이 걷는 데 도움 주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가 심하지만 마스크를 쓰고 음악 비트와 함께 걸음에 집중하면 되레 건강을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