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영도 토박이 20대 청년
- 매일 11시간 자신 갈아넣는 열정
- 지역 이슈 챙기는 뉴스레터 희망

“2030세대도 세상 돌아가는 소식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데 치우치거나 파편화 되고 불친절한 정보, 기성 뉴스는 달가워하지 않아요. 그렇다면 비슷한 연령대의 관점으로 이미 보도된 정보를 취합해서 해설을 덧붙이면 좀 더 손쉽게 읽히지 않을까? 그냥 ‘기사 묶음’이 아닌 진짜 뉴스를 가지고 쓴 편지. 저는 이게 승부수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미스터동 뉴스레터 김동현 대표가 7일 사무실이 있는 서면 위워크에서 매체 창립배경과 앞으로의 운영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부산 영도 토박이인 20대 청년이 이메일 기반 뉴스레터 서비스 창업에 뛰어들었다. 학창시절부터 밥상머리에서 매일 보수·진보 일간지를 두루 섭렵한 내공과 1년가량 언론사 인턴 생활에서 어깨너머로 체득한 기사 쓰기 요령, 대학에서 전공한 행정학 지식이 이 청년의 밑천 전부다. 하지만 SNS와 메일을 기반으로 수없이 독자의 마음을 두드린 끝에 확보한 ‘진성 구독자’ 수가 1만 명에 달한다. 7일 서면 위워크에서 ‘미스터동 뉴스레터’ 김동현(28) 대표를 만나 그간의 고군분투기를 들어봤다.

김 대표는 “매주 월 수 금요일 오전 7시 구독자들에게 이메일 뉴스레터를 발송한다. 보도된 주요소식의 정보와 관점, 논평을 취합하고 미스터동의 해설을 곁들이는 ‘심층뉴스’ 2건, 뉴스를 간략히 정리한 ‘이어진 뉴스’ 4건이 통상적인 분량”이라고 말했다. 덤덤한 설명이지만 ‘1인 기업’인 이 매체가 매주 3회, 회당 6건의 뉴스를 다루는 셈이다.

뉴스편집 이외에 회사 운영의 온갖 실무도 오롯이 김 대표 몫이다. 그렇다보니 매일 11시간 넘는 격무가 일상화됐다. 주중 하루도 못 쉬는 일이 다반사다. 그는 “마감 전날엔 느지막이 출근해 레터 발송 직전까지 뉴스를 업데이트한다. 전달은 압축적으로 하지만, 레터 콘텐츠가 될 원재료는 최대한 풍부하게 수집하려는 것”이라며 “업데이트 정도에 따라 독자 반응도 확연히 갈린다”고 말했다.

미스터동이 정식 사업자로 등록한 건 지난달이지만, 같은 이름의 SNS 페이지는 그가 대학생이던 2013년 만들어졌다. “처음엔 정치 관련 소식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단순한 플랫폼 형태였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페이지는 부경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그가 공무원 학원에서의 ‘공시족’ 생활을 접은 뒤 방황하던 때 만든 일종의 탈출구 같은 공간이었다. 그는 이 페이지에서 어렸을 적부터 꾸준히 관심을 둔 정치·시사 이슈를 통해 소통하는 데 큰 흥미를 느꼈고, 페이지 팔로워가 1만6000명 수준까지 도달했다.

이 페이지 운영을 계기로 김 대표는 지역 언론사 SNS 관리를 담당하는 계약직 직원으로 채용됐다. 그는 “1년 남짓 실무를 통해 뉴스 관련 페이지 운영 요령과 호흡, 독자 반응 패턴 등 실전 경험을 얻었다. 특히 카드뉴스를 만들고, 실제로 간단한 온라인 기사를 작성해보면서 사람들이 어떤 소식에 관심을 두는지도 공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퇴사 이후 김 대표는 재직 기간 소홀했던 미스터동 페이지 관리에 치중했고, 올해 3월 SNS에 중점을 두던 이 매체를 ‘이메일 기반 뉴스레터’로 변모시켰다. 그는 “실제 사업자 등록에 앞서 뉴스레터 베타 테스트를 시작했던 셈이다. 그런데 SNS 페이지 팔로워 1만6000명 가운데 단 60명만 뉴스레터 수신에 동의해줬을 때는 말로 못할 충격을 받았다”며 웃었다.

지난 3월 이래 김 대표는 이달 추석연휴 때를 제외하면 뉴스레터 발송 약속을 모두 지켰고, 기존 페이지 팔로워 등 구독자를 꾸준히 확보해 최근 1만 명을 채웠다. 60명으로 시작해 7개월 만에 구독자 수가 166배 증가한 셈이다. 그것도 6회 연속 뉴스레터를 열어보지 않은 구독자는 미련 없이 삭제하며 쌓아 올린 탄탄한 독자층이다. 김 대표는 “뉴스레터가 한 번 발송되면 평균 400건 안팎의 피드백이 들어온다. 기사 비평은 물론 마치 미스터동의 주주인 것처럼 ‘뉴스레터를 이런 식으로 운영하면 수익이 날 수 있다’는 조언도 이어져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12월까지는 일에 스스로를 ‘갈아넣을’ 각오를 다지고 있다. 김 대표는 “사무실 임대료는 부산진구의 청년 창업자 지원을 받아 부담을 크게 낮췄지만, 현재 100여 명의 ‘후원 구독자’가 이 매체의 유일한 수익원”이라며 “임대료 지원은 12월 종료된다. 그 전까지 구독자와 후원자를 늘리고, 이를 기반으로 광고 등 실제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엔 ‘뉴닉’ 같은 뉴스레터 업체가 있지만 지역엔 손꼽을 정도로 드물다. 지역 이슈도 늘 염두에 두는 부산 1호 뉴스레터로 살아남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