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체 소각장과 발전소 직접 갖춰
- 탄소감축 및 거래까지 동시 운영
- 저변 확대 위해 아카데미도 추진

“올해 기록적인 폭우는 기후변화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시베리아가 30도를 넘는 이상고온 현상을 보이는 등 이 일대에 강력한 고기압이 자리 잡자 저기압이 더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우리나라 부근에 정체돼 큰비를 뿌린 거죠. 폭우에 따른 인적·물적 피해가 막심했던 것을 교훈 삼아 이제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탄소를 줄이려는 행동을 해야 할 때입니다.”

LF에너지 전성하 대표가 기후변화로 인한 막대한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탄소배출 감축이 우리 사회 가장 시급한 과제가 돼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탄소배출 거래 전문업체인 LF에너지㈜ 전성하(39) 대표는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는 데 가장 효과적인 탄소 감축이 단순히 환경을 보호하는 활동이 아닌 지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현재 탄소배출 거래 전문업체는 우리나라에 7곳이 있다. 대부분 탄소배출 거래가 허용된 2014년 이후에 출범했다. LF에너지는 2017년 창업해 올해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신생기업이다. 제조업체가 공정에서 규정된 총량 이상의 탄소를 배출하면 과태료를 내야 하는데, 탄소배출 거래업체를 이용하면 그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현재 탄소배출 거래 시세는 ｔ당 4만 원으로, 과태료(11만 원)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탄소배출 거래는 이처럼 총량을 넘어서는 탄소 분량을 감축분만큼 돈을 주고 교환하는 새로운 금융산업이다. “교토의정서와 파리협약에 따라 전 세계가 2050년까지 ‘탄소배출중립’(초과분과 감축분을 동일하게 맞춰 탄소의 실질적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을 실현해야 하므로 탄소거래는 앞으로 크게 주목받는 미래 신산업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탄소배출 거래업체는 우리 정부 허가 전에 국제기구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에 우선 등록해야 하는 등 설립 절차가 까다로워 업계 규모가 크지는 않다.

보통 초과분과 감축분을 각각 사들여 거래만 하는 다른 업체와 달리 LF에너지는 소각장과 발전소 설비를 직접 갖추고 탄소를 감축하는 일도 함께한다. 사명으로 쓰는 ‘LF에너지’는 메탄가스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친환경 재생에너지 사업을 뜻한다. 다른 업체가 그냥 ‘유통’업체라면 LF에너지는 생산 기능을 겸비한 종합 유통기업인 셈이다. 전 대표는 “생산(탄소 감축)과 유통을 동시에 하는 탄소배출 거래 전문업체는 LF에너지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다”고 말했다.

현재 발전소는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덕동 생활폐기물매립장에서, 소각장은 강원 강릉시에서 가동 중이다. 그는 “3~6개월 된 음식물쓰레기나 3년 정도 된 껍질 뼈 옷 등 일반폐기물에서 메탄가스(탄소)가 가장 많이 나오는데, 부산 생곡 등 대형 쓰레기매립장에는 이를 태우거나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설비가 갖춰져 있지만, 중소 규모의 매립장에는 이런 시설이 없어 메탄가스를 그냥 공중에 날려 보내고 있다”며 “이렇게 버리는 탄소가 없도록 중소 매립장에도 관련 시설이 대폭 증설돼야 한다. 환경을 보호하는 동시에 경제적 측면에서도 탄소배출 감축분을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소 규모 매립장은 전국에 90곳 정도 있는데, 메탄가스가 안 나오는 건축폐기물 매립장 등을 제외한 72곳이 이런 시설이 추가돼야 할 대상이다.

전 대표는 탄소배출거래소 본사가 부산(한국거래소 내)에 있는 만큼 부산이 탄소배출 거래 중심지가 될 수 있는 환경이지만, 관련 기업이 지역에 하나도 없다는 점을 아쉬워한다. 그 또한 부산에 거주하지만, 본사인 경기 과천을 오간다. 전 대표는 “탄소배출 거래소 본사가 있는 곳이라는 강점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탄소배출 감축 필요성에 관한 기본적인 저변이 더 확대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부산에서 시민 아카데미를 열어 교육을 하면서도 신산업 활로를 모색할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사상구 모덕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중학교 때부터 유학 생활을 한 전 대표의 전공은 생화학(런던대 학사)과 뇌과학(런던대 석사·맨체스터대 박사)이다. 그는 “우리나라를 위한 일을 하고 싶어 영주권을 포기하고 귀국한 뒤 엔젤투자를 하던 중 LF에너지의 경영까지 맡게 됐다”며 “기후변화로 야기되는 여러 이변을 보면 지금 하는 일이 바이러스 병리학과 뇌과학이라는 전공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