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이후 원거리 배송 걱정
- 지역서 생산 로컬푸드 관심 커져
- 여행 트렌드도 한 곳에 머무르기

“서울에서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이 주목받은 이유는 단순히 집값 때문은 아닙니다. 이전부터 동네를 중심으로 형성된 골목상권이 이곳으로 사람을 불러모았기 때문이죠. 골목상권이 뜨면서 동네 자체가 브랜드가 되고 경제 중심지로 자리 잡는 겁니다.”

지난 10일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7기 국제아카데미에서 연세대 모종린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코로나 시대의 도시와 산업’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조미령 프리랜서

연세대학교 모종린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지난 10일 오후 부산진구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7기 국제아카데미 7주 차 강연에서 ‘코로나 시대의 도시와 산업’을 주제로 골목상권과 지역에 기반을 둔 로컬 크리에이터의 성장이 두드러질 현상을 제시했다. 모 교수는 “최근 국내 도시 어디에서나 원도심의 골목상권이 부활한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대부분 곧 지나갈 유행으로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는 골목상권이 앞으로 주요한 시장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골목상권이 뜬 곳은 관련 기업이 모이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탄다. 그는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에 있는 세계적인 디자인 기업과 성동구 성수동으로 몰리는 국내 유명 소셜 벤처를 예로 들었다. 모 교수는 “오늘 부산에 도착해 강연 장소 인근 전포카페거리를 들렀는데 이곳도 골목상권이 부활한 좋은 예시”라고 말했다. 더불어 부산 영도의 ‘돌아와요 부산항 연합(RTBP·Return to Busan Port)도 소개했다. 영도 내에 젊은이들이 일하는 메이커 스페이스와 거주 시설, 상업시설 등 총 5개 단지가 모인 도시재생 스타트업이다. 조선·수리공업이 쇠락한 지역에서 빈집과 건물을 활용해 그들만의 도시 모델을 완성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일상도 가까운 동네와 골목상권에 익숙해질 전망이다. 원거리 배송의 안전성에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지역에서 생산한 로컬푸드를 찾기 시작한다. 간단한 물품은 동네에서 구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동네 중고거래를 연결하는 ‘당근마켓’ 서비스가 인기를 끈다. 더불어 여행 트렌드도 한 동네에서 오랜 기간 머무는 방식으로 변화는 추세다. 모 교수는 “자전거나 도보로 가까운 곳만 돌아보고 소소하게 즐기는 여행객이 늘어나는 추세다. 식당과 게스트하우스 등 간단한 관광자원만 있으면 우리 동네에도 많은 사람이 머물다 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 교수는 미국 코넬 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 대학교 조교수를 역임하고 1996년부터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