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청역 직접고용촉구 농성 100회
- 오거돈 전 시장 돌연 사퇴로 허탈
- 내달부터 전국 이슈화 등 새 계획

“오거돈(전 부산시장) 나갔는데 이제 어떻게 됩니까.”

지난 24일 부산지하철노조 서비스지부 황귀순 지부장이 도시철도 1호선 시청역 농성장에서 청소 노동자 직접 고용 투쟁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오 전 시장이 사퇴한 다음 날인 지난 24일. 부산도시철도 1호선 시청역 부산지하철노조 서비스지부 농성장을 지나던 한 시민이 던진 말이다. “딴 사람이 시장 대행하겠죠, 뭐.” 황귀순(60) 지부장의 대답은 담담했다.

하지만 사실 황 지부장의 속은 누구보다도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 “난감했어요. 투쟁 회의를 하는 중에 시장이 사퇴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농담하나 싶었죠. 진짜로 사퇴한 뒤부턴 ‘시장이 저렇게 됐는데 우리는 어떻게 하냐’는 조합원 전화가 빗발쳤습니다.”

서비스지부는 지난해 12월 5일부터 도시철도 시청역에서 부산교통공사에 청소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고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부 방침에 대해 원청 기관인 교통공사가 직접 고용 대신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하겠다고 하자 이에 반발해 시작한 농성이다. 지난 1월 부산대병원 파업이 끝나면서 이들의 투쟁은 부산지역 공공기관 비정규직 처우 문제를 상징하는 유일한 싸움으로 남았다. 농성은 오는 29일로 100회를 맞지만, 양측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린다.

서비스지부가 교통공사 사옥이 있는 범일역 대신 시청역에 농성장을 차린 건 오 전 시장의 결단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청소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은 원칙적으로 교통공사가 결정하지만, 부산시 수장이 ‘힌트’를 준다면 공사가 태도를 바꿀 여지가 생긴다. 오 전 시장이 비교적 노동자와 서민에 가까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란 점도 기대를 하게 했다.

그러나 오 전 시장은 단 한 번도 서비스지부를 만나지 않았다. 그는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은 채 결국 쫓겨나듯 시장직을 내려놓았다.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황 지부장은 “농성 100일을 기준으로 잡아서 오 전 시장을 밀어붙이려 했다. 그런데 시장이 저렇게 돼버렸지 않냐”고 토로했다.

코로나19도 투쟁을 난국으로 몰아넣었다. “교통공사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용역비를 삭감할 수도 있다는 말을 흘립니다. 기존 청소 용역 업체 11개사와의 계약이 종료되면 용역비를 낮춰 새로 입찰을 받겠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보다도 노동자의 처우가 훨씬 후퇴합니다. 차라리 자회사 설립 안을 받아들였으면 공사가 저런 식으로까지 하진 않았을 거란 말이 나올 정도로 현장에선 불안감이 번집니다.” 게다가 도시철도 4호선에서 근무하는 청소노동자들은 2개월째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용역 업체가 채무 문제를 일으켜 교통공사로부터 받는 용역비를 전부 추심당한 탓이다.

도시철도 1호선과 2호선을 담당하는 일부 용역 업체 또한 코로나19를 이유로 어려움을 주장한다. 올해 임금협상은 고사하고, 지난해 끝냈어야 할 협상마저 차일피일 미룬다. 황 지부장은 “이 업체들은 2017년 7월 20일(정부의 정규직 전환 대상자 입사 기준일) 이후에 들어온 사람들에게 ‘어차피 정규직 안 될 수도 있는데 지금처럼 용역 형식으로 일하는 게 낫지 않냐’는 식으로 말한다. 용역 방식이 계속되면 직장을 잃지는 않는데, 정규직 전환이 진행되면 해당일 이후 입사자들은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거다”며 “이런 말들 때문에 불안해하는 노동자가 많다”고 했다.

연이은 악재로 상황은 점점 꼬여가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다. “오 전 시장이 사퇴한 날엔 우리가 복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지금은 마음을 고쳐먹었다. 어차피 오 전 시장은 우리 말을 제대로 안 들어줬지 않나. 차라리 새 사람이 더 말이 잘 통할 수도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며 “5월 계획으로 세운 투쟁 방안을 그대로 밀어붙이려 한다. 끝까지 해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앞으로 서비스노조는 노동·시민사회단체와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자 한다. 또 다음 달부터는 전국의 지하철노조가 부산에서 모여 기자회견을 여는 등 전국적 차원의 이슈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