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째 위판고 1000억 달성
- 지난해 병어 1상자 98만 원
- 중국 바이어들 발길 줄이어
- 생산자 소득증대 꾀하려면
- 법 개정해 의무상장제 해야

인구 14만 명에 불과한 소도시, 경남 통영의 통영수협이 내리 3년 째(2017~2019년)한해 위판고 1000억 원 돌파했다. 국내 91개 수협 중 연간 위판고 1000억 원을 넘긴 곳은 10여 곳에 불과하다. 특히 통영은 다른 도시와 달리 지구별 3개 수협(통영·욕지·사량)과 업종별 4개 수협(굴·멸치·장어·멍게) 등 7개 수협이 분산 위판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영수협의 3년 연속 1000억 원 돌파는 더욱 값지다는 평가다.

경남 통영수협의 김덕철 조합장이 21일 2020년 수협 운영 방침을 밝히고 있다.

그 중심에는 21일 만난 김덕철(65) 조합장이 있다. 2015년 3월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당선된 김 조합장은 수협 위판장을 통한 적정어가 형성에 사활을 걸었다.

“인근 삼천포수협이나 부산수협보다 어가를 더 책정해 주다 보니 자연스레 통영수협 위판장을 찾는 어선들이 늘어날 수 밖에 없었죠”

신선도가 뛰어난 물량이 넘쳐나면서 위판고는 상승 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취임 3년차인 2017년, 통영수협이 설립된 이후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넘어 위판고 1226억 원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1914년 통영수협이 문을 연지 104년만이다.

바다 일을 하는 사람들은 수덕(水德)이 있어야 한다고 했던가. 행운도 따랐다. 그 해 갈치 대풍어를 기록한데 이어 2018년에는 삼치가 위판장을 가득 메우면서 또다시 1000억 원을 넘어섰다.

이 같은 위판고 대기록에 힘입어 지난해 3월 치러진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무투표 당선되면서 재선에 성공했다. 지난해는 병어가 풍어를 이뤄 3년 연속 1000억 원을 돌파했다. 이중 36억 원 상당은 중국에 수출됐다. 중국 부호들이 미 FDA(식품의약국)에서 인정한 청정해역인 통영 앞바다에서 잡히는 생선, 특히 병어를 선호하면서 중국 바이어들이 통영수협 위판장을 줄지어 찾았다. 이런 이유로 값이 치솟으면서 지난해 병어 1상자 (38마리)가 98만 원에 거래되는 국내 최고 위판가를 기록했다.

김 조합장은 “통영 앞바다에서 어획된 생선이 중국 식탁 점령에 나섰다”며 “올해는 중국 수입상들이 통영수협 위판장을 더 많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보세 냉동창고’ 지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수산물을 수출할 때 세관이 지정한 보세 냉동창고에 보관 후 외국으로 수출하는데, 통영수협의 경우 보세 냉동창고로 지정되지 않아 한 단계 유통과정을 더 거쳐야 하는 불편이 뒤따른다는 설명이다.

올해부터는 가두리양식활어도 위판에 들어갈 계획이다. 양식활어 적정 어가 형성으로, 유통시장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김 조합장은 “현재 수산물은 사매매가 가능한 임의상장제에 따라 중간 유통업자 농간에 휘둘리고 있다”며 “생산업자의 소득증대와 권익보호를 위해, 수협 위판을 통한 의무상장제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도권의 상호금융 지점 확대에도 나선다. 조합장 취임 후인 2018년 경기도 하남시에 수도권 첫 신용지점을 개설한데 이어 오는 5월 서울에 제2 신용지점을 오픈한다.

수협 고유의 위판 업무를 더 활성화하기 위해 물량장 확장도 추진 중이다. 수협 위판장 앞 매립을 통한 물량장 확장으로 대형선사를 더 많이 유치하겠다는 각오다.

중형쌍끌이선단을 운영 중인 김 조합장은 바다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정부가 어자원의 보고인 욕지도 앞바다에 추진 중인 해상풍력단지 건설과 바닷모래 채취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장학사업에도 남다른 열정을 보여 (재)오산장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4800여 명의 조합원과 85개 어촌계를 관할하는 통영수협은 경남도내 최대 규모 수협이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