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보수적인 농업 분야
- 유리천장 이겨낸 성과 의미
- 농민·도민에 보탬되게 노력
- 배려하는 태도로 소통할 것

경남지역 농업 정책을 수립하고 재배기술을 개발하는 경남도농업기술원 설립 112년 만에 첫 여성 수장이 탄생했다.

14일 최달연 신임 원장이 경남농업기술원의 향후 운영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2일 취임한 경남도농업기술원 최달연(59) 신임 원장이 주인공이다. 경남도농업기술원 첫 여성 기술국장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던 그는 고위공무원 나급(2급) 승진과 함께 원장에까지 올랐다. 1908년 진주종묘장으로 출발한 경남도농업기술원의 첫 여성 원장에 거는 주변의 기대가 사뭇 크다.

14일 만난 최 원장은 “원장으로 오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농민들의 어려움을 들어주고 해결하는 상담치료사 역할을 하면서 농업인들의 응원을 많이 받았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이어 “농업기술을 책임지는 수장이 돼 영광스러우면서도 막중한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겁다”며 “아낌없이 보내주신 응원에 힘입어 농업인과 도민을 위해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페이스북에 원장 승진 내용을 알렸더니 좋아요 500여 개와 100여 개 댓글이 달렸다고 한다.

그는 첫 여성 원장이 된 데 대해 “공공부문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농업 분야에서 오랜 시간 두껍게 덮여 있던 유리천장을 깼다는 데 의미가 있고, 후배들에게도 남을 배려하고 노력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고 생각한다”며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30여 년 생활 지도사로 통영, 창원 등에 근무하면서 싱크대 개념이 없을 때 부엌 개량을 위해 우리가 직접 벽돌로 쌓아 올리고 고무대야를 이용해 허리를 굽혀서 일하는 어머니들의 근골격계 질환을 줄여 준 것이 생각난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직원들과 소통하는 한해를 만들고 더 나아가 농업기술원이 도민과 함께하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운영 방침을 밝혔다.

경남도가 한층 더 앞선 농업기술을 갖고 농업인과 도민에게 보탬이 되도록 하는 ▷스마트 기술 확산 ▷농산물종합가공센터 활성화 ▷체험-교육-치유 등 농촌체험의 다각화 등을 임기 동안 우선 추진하겠다는 각오다.

최 원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남을배려하는 마음이다, 요즘 신규 공무원은 의사 표현, 지식의 응용력 등 업무능력이 매우 뛰어나지만 남을 배려하는 부분이 부족한 느낌을 받는다. 사회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친척과 가족끼리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아갔으면 한다”며 공무원의 자질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퇴직 이후 제가 다니는 성당 화장실 청소를 하거나 어려움에 처하는 사람을 돕는 등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 1984년 통영군과 충무시 농촌지도소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2012년 7월 농촌지도관으로 승진한 후 농촌지원과장을 지냈다. 지난 20017년 도농업기술원 최초로 여성 국장(기술지원국장)으로 발탁돼 업무능력을 인정받은 데 이어 경남도농업기술원장으로 승진 임용됐다.

최 원장은 ‘농촌 여성을 위한 기술교육의 활성화 방안’ 외 7편의 논문과 기능성 김치, 키즈푸드, 실버푸드 외 13종 특허를 받았다. 또 솔선수범과 적극적인 업무 수행 능력을 인정받아 농림부 장관 표창(2000년)과 국무총리상(2008년), 근정포장(2016년)을 수상했다. 경남과기대를 졸업한 최 원장은 경상대 행정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경상대 농생명과학대학 대학원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은 학구파이기도 하다.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