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까지 300억 투입 계획
- 주거지 재생사업 부작용 많아
- 철저히 상업지 재생 초점 맞춰
- 지역민 참여한 협동조합 꾸려
- 온천수 활용한 상품 개발 추진

부산 동래구 온천장은 한때 관광의 중심지였다. 금강공원, 동물원, 식물원, 동부시외버스터미널, 세원백화점, 스파쇼핑 등이 어우러져 관광·쇼핑·힐링을 동시에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시외버스터미널이 이전하고 동물원은 폐쇄, 세원백화점·스파쇼핑이 부도로 사라지자 점차 ‘유흥 거리’로 변했다. 가족·친구·연인 단위 방문객이 줄어 상권이 전성기보다 크게 위축됐다.

	부산 동래구 온천수 가압장에서 이석환 온천장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장이 6일 동래온천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부산 동래구는 이 같은 온천장의 쇠락을 타개하기 위해 청사진을 세웠다. 지난해부터 2023년까지 5년간 300억 원을 투입해 온천장 일대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온천동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시행한다. 온천장 도시재생 사업에서 관과 민간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기관이 바로 지난해 2월 설립된 ‘온천장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다. 센터는 주민 교육, 주민 대상 홍보, 주민협의체 운영, 성과 관리와 백서 제작 등을 담당한다.

이석환(56·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 센터장은 6일 “도시재생에서 주거지 재생, 산업지 재생, 상업지 재생을 구분해 목표를 정하고 세부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거지 재생의 성공 기준은 ‘살고 싶은 동네가 되었나’이고, 상업지 재생의 성공 여부는 ‘방문해서 돈을 쓸 의사가 있는가’로 평가할 수 있다”며 “온천장 도시재생은 철저히 상업지 재생에 초점을 맞춰 진행한다”고 했다. 부산에서 시도한 주거지 재생 사례에서 “주민은 떠나고 관광객만 몰리는 양상은 결코 성공한 도시재생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이 센터장은 대학에 몸담고 있지만 도시재생 현장에서 잔뼈가 굵다. 2006~2008년 부산 서금사 도시재정비 촉진지구 지정·계획수립 총괄계획가, 2015~2018년 사상구 새뜰마을 사업총괄코디네이터를 맡았다. 또 국토부 부산권 도시재생대학 학장, 동래 창조도시대학 학장, 연제구 도시재생대학 학장 등을 맡아 주민에게 도시재생이 무엇이고, 도시재생에서 주민의 역할과 책임은 무엇인지를 가르쳤다.

이 센터장은 “도시재생은 ‘공간’ 만들기가 아니라 ‘장소’ 만들기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시재생 사업이 마무리된 뒤 관이 빠졌을 때 건물 등 거점시설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활용할 주민이 없다면 그 거점은 의미를 상실한다. 주민이 없는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주민이 모여 소통하는 장소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온천장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는 장소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한다.

온천장 도시재생 사업은 거점시설인 혁신어울림센터를 조성하는 한편 온천장 주민이 참여한 협동조합을 만든다. 협동조합의 구성원은 온천장 도시재생 사업을 기획하고 이끄는 주민협의체 소속 주민과 지역 상인 등으로 구성됐다. 향후 혁신어울림센터의 일부 공간을 관리하고 온천 특화 상품을 개발해 수익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주민협의체에서 활약하는 주민 60여 명을 교육한 이 센터장은 “협동조합도 하나의 회사다. 처절함과 절박함으로 온천수를 활용한 미용 제품 등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했다.

이 센터장은 “온천장을 가족과 연인, 친구들이 찾아 힐링 하는 장소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서도 “온천장의 역사와 정체성을 잃지 않고 ‘온천장다움’을 살릴 수 있는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이 센터장은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이다. 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