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벼 대신 조사료·논콩 재배
- 합천군 전국 최고 실적 올려
- 목표 449㏊ 중 536㏊달성
- 작물 판로 확보로 차별화

지난해 농업인의 날(11월 11일), 경남 합천군에는 경사가 겹쳤다. 대통령 표창과 국무총리상을 휩쓸면서 농업 분야 으뜸 자치단체로 인정을 받았다. 대통령 표창은 ‘신뢰받는 농업정책’을 구현한 공무원에게, 국무총리상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우리 밀 살리기운동’을 시작한 합천우리밀영농조합법인이 받았다.

경남 합천군 농업기술센터 식량작물담당 이재숙 지방농촌지도사가 2일 ‘논 타 작물 재배 지원사업’ 전국 최고 실적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2일 대통령 표창의 주인공인 합천군 농업기술센터 식량작물담당 이재숙(53) 지방농촌지도사를 만나 표창의 의미와 배경을 들어봤다.

“개인의 역량보다는 농정을 믿고 따라준 농민과 관련 직원 모두에 대한 표창”이라는 그는 “이번 표창은 농민과 소통을 잘했다는 칭찬인 만큼, 앞으로도 농민과 소통하는 농정에 더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공적은 ‘논 타 작물 재배 지원사업’과 관련 전국 최고의 실적을 올린 것이다. 농민이 아니라면 사업명만큼이나 낯선 사업이지만, 정부가 지난해부터 공을 들이고 있는 농정 역점사업이다.

정부는 쌀 공급 과잉과 소비 감소가 겹치면서 쌀 값이 내려가자 지난해 벼 재배면적 5만 ㏊ 감축 목표를 세웠다. 이 같은 감축을 위해 도입한 사업이 ‘논 타 작물 재배 지원사업’이다. 논에 쌀 대신 콩 등 소득작물 재배 시 ㏊당 평균 340만 원을 지원한다.

“벼농사를 짓다 갑자기 다른 작물을 재배한다는 게 농민 입장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라는 그는 “무엇보다 다른 작물을 재배해서 나오는 수익이 벼농사를 지어서 나오는 수익에 못 미칠 것이라는 염려가 많았다”고 말했다. 정부 말만 믿고 타 작물을 재배했다가 손실을 보게 되면, 원성이 담당 공무원에게 쏠릴 수밖에 없으니 무턱대고 타 작물 재배를 권할 수도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전국 목표 5만 ㏊ 가운데 신청면적은 3만962 ㏊에 그쳤고, 준비 없이 참여했던 농가들의 실패사례가 속출하면서 ‘졸속행정’이라는 원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합천군의 사정은 달랐다. 지난해 목표면적 449㏊ 가운데 431㏊를 달성해 96%의 실적을 올렸다. 전국 평균(61%)을 훨씬 웃돌았다. 올해 들어서는 목표면적 496㏊ 중 536㏊로 110% 달성했다. 전국 평균이 제자리걸음인 목표 대비 60% 수준에 그치면서 합천군의 농정비결에 전국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다른 산업도 그렇겠지만, 농정은 무엇보다 농민과의 신뢰 구축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한 그는 “사업 추진에 앞서 농민의 고민과 걱정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할 대안을 체계적으로 제시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타 작물 재배에 대한 농민의 불안감을 걷어내는 일과 생산된 작물의 판로 개척 등을 함께 진행, 농민들의 지지를 얻어냈다는 설명이다.

그는 무작정 타 작물 재배를 권장하기 보다는 생산된 이후의 작물 판로에 심혈을 기울였다. 먼저 쌀 재배 농가와 한우 사육 농가의 연계를 추진했다. 쌀 대신 조사료를 재배해, 한우 사육 농가에 공급할 수 있도록 판로를 연 것이다. 또 수익성 보장을 위해 정부가 전량 수매하는 ‘논콩’ 재배를 권장하고, ‘논콩’ 종자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별도로 채종단지 8㏊를 운영했다. 이밖에 타 작물 재배에 따른 배수 불량과 조류 피해 방지를 위해 배수 개선 사업과 방조망 설치 사업 등의 행정지원도 빼놓지 않았다.

“지난해 추진한 타 작물 재배사업에 대한 원성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올해 110%의 실적은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그는 “반신반의하면서도 농정을 믿고 동참한 농민께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1991년 2월 공직생활의 첫 발을 내디딘 그는 2002년 농림부장관 표창, 2017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그는 “쌀 수급과 밭 식량 작물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농민들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만큼, 국민도 국산 농산물 애용과 판로 확대에 관심을 가져 달라”는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이민용 기자 my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