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년체전 이어 성인무대 석권
- 지역 고등부 22년 만의 쾌거
- 최근 모래판 오빠부대도 등장
- “관심 가져주니 기분 좋아요”
- 내년 동아대 입학… 성장 기대

지난 10일 막을 내린 제100회 전국체육대회에서 부산 씨름단은 유의미한 기록과 함께 낭보를 전했다. 남자 고등부가 22년 만에 금메달을 따낸 것이다. 역사 100㎏급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뽐낸 차민수(반여고 3) 군이 주인공이다. 소년체육대회 금메달에 이어 전국체전까지 석권한 것은 부산에서 그가 유일하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토종 에이스 차민수를 전국에 알린 사건이었다. 출중한 실력에 겸손함까지 갖춘 그를 만나 못 다한 이야기를 들었다.

	차민수 군은 “최근 씨름 팬이 늘어 기쁘다. 부산 씨름계를 이끄는 선수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부산 남자 고등부에서 22년 만에 딴 금메달인지 몰랐습니다. 정말 우승하고 싶었는데 더욱 의미 있는 메달까지 따 기분이 좋았습니다.”

차 군은 고교 1, 2학년 때도 전국체전에 나갔지만 모두 예선에서 탈락하며 고배를 마셨다. 올해는 고교생 신분으로 뛰는 마지막 전국체전이었기에 더욱 간절했다. 대회가 열리기 2주일 전부터는 개인 운동을 병행하며 집중했다. 그 덕분에 예선부터 준준결승, 준결승까지 상대에게 한 판도 내주지 않는 완승을 거듭하며 결승까지 진출했다.

그는 “결승 첫 판에서 진 뒤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됐다. 절대 지고 싶지 않았다”며 “두 번째 판을 이긴 뒤 마지막 판에서는 자신감이 붙었다. 부모님이 경기장에서 많이 응원해줘 긴장이 덜 됐다. 좋은 결과를 얻어 마음이 편해졌다”고 웃었다.

그는 초등학생 때 축구 클럽에서 먼저 운동을 시작했다. 우연한 계기로 초등학교 3학년 때 씨름을 했고, 금세 빠져들었다.

차 군은 “어느 날 어머니가 밥 먹으러 가자고 해서 따라간 곳이 학교 씨름장이었다”며 “며칠 구경하면서 모래판에서 놀다 보니 정이 들어 씨름부에 정식 입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모래판에 올라서자마자 두각을 나타냈다. 6학년이던 2013년 소년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며 씨름판에 이름을 알렸고, 신곡중과 반여고에 진학해 계속 씨름에 매진한 결과 소년체전에 이은 전국체전 금메달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소년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도 꾸준히 잘해야 하기 때문에 전국체전까지 우승하기가 힘듭니다. 높은 체급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어 일부러 살을 찌우면서 더 열심히 했어요.”

최근 유튜브에서 황찬섭(연수구청) 선수의 경기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씨름 인기도 높아졌다. 실제 이번 체전에서 수많은 인파가 경기장을 메웠다. 특히 어린 여성 팬들이 선수들의 이름이 적힌 카드를 흔들며 열심히 응원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씨름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듯한 모습이다. 그는 “경기장에 가면 확실히 예전보다 관중이 늘었다. 씨름에 관심 가져 주는 팬이 늘어나 기분이 좋다”면서도 “관중이 많고 적은 것이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씨름의 인기가 나의 인기는 아니기 때문에 씨름장에서는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내년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차 군은 동아대 씨름단 진학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제대로 된 씨름장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연습해 온 그는 대학에서 더욱 자신의 기량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차 군은 “학교에 연습장이 없어 서구에 있는 씨름 경기장에 가서 훈련을 해 왔다”며 “대학에 진학해서는 더 나은 환경에서 다치지 않고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는 것이 목표다. 부산 씨름계를 이끄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