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민은 3000만 원부터 과세
- 농작물은 세금 전액 면제
- 차별이 수산업 침체로 직결

- 유통 시장구조도 불합리해
- 안정적 수급 기반 확보할 것

최근 한 제주 어민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한 농어업 간 세제 불평등 호소를 시작으로 어업인이 불만을 터뜨리면서 어업인 대표기관인 수협중앙회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수협중앙회 임준택 회장이 농어업 간 세제 불평등과 수산업 발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수협중앙회 제공

취임 6개월 차를 맞은 수협중앙회 임준택 회장을 만나 농어업 간 세제 불평등에 대한 속내와 수산업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들어봤다. 임 회장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어민의 호소는 여전히 그들과 수산업이 정부로부터 제대로 된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증거”라며 “세제뿐 아니라 유통 중간단계만 이익을 보고 어민과 소비자는 손해를 보는 불합리한 수산물 유통의 구조적 현상을 개선해야 한다”며 수산업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농업과 어업의 소득세제 차별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어민이 연간 소득을 3000만 원 넘기면 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농민은 논과 밭에서 재배하는 곡물과 식량 작물에 대해 소득세 전액을 면제받고 있다. 과일이나 인삼 같은 작물도 10억 원까지의 매출액에 대해서 세금을 면제받을 수 있지만, 어업은 해당하지 않는다.

“동일한 1차 산업에 종사하면서도 세제상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것에 어민의 불만이 누적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 온 것이다”며 임 회장은 “수협이 정부와 국회를 대상으로 10년 가까이 어업소득에 대한 비과세 적용을 건의했지만 제자리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농어업 세제의 불평등은 곧장 수산업 침체로 연결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임 회장은 “국내 어가 인구는 2005년 22만1000명에서 지난해 11만7000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며 “어가 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머지않아 국내 수산업이 멈춰서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경고 신호”라고 강조했다.

세제 불평등과 어가 인구 감소를 타개하기 위해 임 회장은 정부와 국회의 관심, 어업에 대한 국민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임 회장은 “세제 불평등과 수산물 유통 구조 문제는 정책적 변화가 필요한 만큼 정부와 국회를 대상으로 설명회와 세미나 등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접근하고, 어업인 감소 문제는 안전한 조업 환경 구축 등을 통해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어업에 진출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협은 현재 ‘인명피해 제로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일평균 1만 5000여 척의 어선과 상시교신이 이루어지는 수협의 인프라를 활용해 조난신고 즉시 어선들이 참여하는 구조 체계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 안전한 조업 환경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취임과 함께 ‘더 강한 수협, 더 돈 되는 수산’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임 회장은 “수협은 2016년 사업구조를 개편한 이후 연간 세전이익 규모가 5000억 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며 “공적 자금을 조기에 털어내 수협이 은행에서 본 수익으로 수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투자하면 어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낮아지고 귀어 인구도 늘 것”이라고 자신했다.

수산물 유통의 구조적 문제점을 풀 대안도 제시했다. “수산물 유통은 동맥경화에 걸린 것처럼 제대로 돌지 못하고 비용만 늘어 소비자와 어업인 모두가 불만인 상황”이라고 진단한 임 회장은 “수출 가공 등 새로운 유통 경로를 발굴하고, 식자재 가공산업과 의생명공학 분야 재료산업 등으로 수산물 수요를 확대해서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수급 기반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유통구조를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국내 수산업의 발전은 안전하게 조업할 수 있는 환경, 가격 걱정 없이 내다 팔 수 있는 유통시장을 만들어 어업인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때 가능하다”며 정부와 국회, 국민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이민용 기자 my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