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수 등 전문가 13명 구성
- 1999년 첫 건립 추진하던 중
- 장소·예산 확보 문제로 무산
- 종합적인 지역 문화 담아야
- 단순 자료관으로 지으면 안돼

천년 고도 경남 진주는 13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예부터 ‘부유하고 멋스러운’ 고장으로 알려져 왔다. 남강이 시내를 가로질러 흐르며 오랜 세월 진주의 역사를 묵묵히 지켜오고 있다. 1925년 경남의 도청 소재지를 부산으로 옮기기 전까지만 해도 진주는 경남의 중심이었다. 임진왜란 때는 왜구에 맞서 진주 관민과 의병이 혼신의 힘을 다해 싸웠다. 조선 철종 때인 1862년 지배층의 수탈에 농민들이 반기를 들고 일어설 만큼 불의에 저항하는 의기가 깃들어 있는 곳이다.

진주역사관 건립추진위원회 리영달 위원장이 추진위 구성에 따른 의미와 앞으로 계획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진주시가 최근 진주 역사와 진주 정신을 후손에게 물러주기 위한 진주역사관 건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를 구성했다. 리영달(86) 위원장을 만나 추진위 구성에 따른 의미와 앞으로 계획 등을 들어봤다.

추진위는 시민과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과 경험을 수렴하고자 교수 역사관 운영자 등 전문가 13명으로 구성됐다. 리 위원장은 “지난 1월 조규일 시장과의 원로회의 때 진주역사 박물관 추진 경위 등을 적은 메모를 전달했다”며 “문화와 역사에 관심이 많은 시장이 메모를 보고 생각 끝에 추진위를 구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추진 경위를 설명했다. 이어 “진주역사관을 만들기 위해 시가 중심이 돼 첫발을 내디딘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1300여 년의 진주 역사와 정신을 오롯이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추진위 구성은 이번이 두 번째다. 1999년 7월 리 위원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던 ㈔진주문화사랑모임이 천년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진주정신과 진주의 정체성을 알리기 위해 진주역사박물관 건립운동에 나섰다. 이어 범시민기구가 결성돼 시민운동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장소 선정과 예산확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두 번에 걸쳐 시장이 바뀌는 사이 무산됐다. 고령에도 그가 위원장을 맡게된 것은 과거의 경험 때문이다.

리 위원장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전체회의를 갖고, 중요한 이슈는 소위원회를 만들어 논의를 해 나갈 생각이다”며 “소위원회에서 신속하게 중지를 모으면 현안이나 복잡한 문제에 도 대처가 빠르게 이루어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가장 관심을 끄는 장소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여론 조사결과 청소년 수련원(옛 진주시청) 부지가 1위, 2위는 옛 진주역으로 나왔으나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리 위원장은 “역사관은 단순히 자료관에 불과하다. 많은 사람이 역사박물관으로 건립하자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며 진주의 역사와 함께 ▷진주 정신 ▷진주의 풍물 ▷진주 인심 ▷진주의 나라사랑 등 종합적인 진주 문화가 담긴 제대로 된 역사박물관이 건립되도록 하겠다”며 시민의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

진주 농고를 졸업한 리 위원장은 서울대 치과대학을 나와 치과의사의 길을 걸었다. 진주문화사랑모임을 만들고 사재를 털어 올곧은 ‘진주 정신’과 ‘진주문화사랑’에 헌신해 왔다. 진주 삼일만세의거기념 걸인기생 횃불시위를 재현한 데 이어 진주대첩의 주역 김시민 장군 공신교서 반환운동을 전개해 해외유출 문화재 반환의 이정표를 세우기도 했다. 천년도시 진주의 역사성을 알리기 위해 진주역사 표지 세우기 운동도 전개했다.

글·사진=김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