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창간… 8호까지 발간
- 지역 청년 재능기부로 제작
- 핫플 소개보단 동네 이야기
- 인문학적 감성 담아 차별화
- 잡지 만들며 애향심도 쑥쑥

부산 젊은이들이 지역 구석구석을 돌며 관광지 맛집 역사 전설 사람들을 주제로 고구마 줄기처럼 끊임없이 이야기를 끌어올리며 만든 ‘로컬 문화잡지’가 있다. 2017년 11월 부산 동구 ‘초량동’을 주제로 창간호를 발간한 후 계간 형태로 지난 6월 여덟 번째 잡지를 발간했다. 한 번에 200부씩 인쇄하는데, 출간 당시 다 팔리지는 않지만, 뒤늦게 알고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독자층은 20대에서 60대까지며, 잡지를 만드는 7, 8명의 에디터(사진작가 웹툰작가 에세이스트 등)는 재능기부로 열 일 제쳐놓고 이 일에 매달린다. 주위에서는 ‘젊은이들이 대견하다’며 박수를 쳐 주면서도, 이런 질문을 꼭 한다. “(돈 안 되는 일) 언제까지 할 수 있겠어요?”

로컬 문화잡지 ‘하트인부산’의 김다은(왼쪽) 편집장과 장혜원 발행인이 잡지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정말, 그들은 왜 이 일을 시작했을까. 대학 졸업과 동시에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부산을 떠나는 수만 명의 청년층 대열에 끼지 않고 문화 지킴이로 고향을 지키겠다는 포부를 지닌 채 말이다. ‘부산하면 떠올리게 되는 대표 문화 매거진을 만들고 싶다’는 야무진 꿈을 가진 두 사람을 최근 만났다. 부산 문화계간지 ‘하트인부산’을 발행하는 장혜원(30) 발행인과 김다은(28) 편집장이다.

“같은 청년으로서 안타까웠습니다. 왜 다들 고향을 떠나려고만 하나 싶어서요. 남아 있는 우리가 부산을 제대로 기록하고 기억할 만한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존의 부산 관광 블로그나 관광책자는 음식점이나 관광지 위주의 ‘핫플’을 소개하는 데 그치는데, 하트인부산은 이런 내용과 함께 부산지역 전반의 인문학적 요소를 포함시켜 차별성을 꾀했습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생각을 정리하며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하트인부산은 부산을 사랑하고, 글쓰기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의기투합하면서 세상에 나왔다. 사단법인 PNAC에서 근무하는 장 발행인이 부산지역 청년 작가 모임인 ‘글담’에서 활동하는 김 편집장과의 친분으로 글쓰는 지역 청년들을 알게 됐고, 오랜 기간 교류하면서 ‘부산을 제대로 소개하는 잡지를 만들자’는 데 뜻을 모았다.

부산사람에 의한, 부산을 위한 로컬 문화잡지인 만큼 잡지명 HEART IN에 많은 뜻을 담았다. H는 History(역사), E는 Emotion(감정 정서)·Episode(감성 포토그래피), A는 Art&Culture(예술 문화), R은 Relationship(소통), T는 Trip(여행), 마지막 IN은 사람 人을 뜻한다.

장 발행인은 “잡지명에 걸맞게 책에는 부산과 관련된 사람, 장소, 이야기 등을 싣고 있다. 매 호 새로운 부산, 매력적인 부산사람, 놀라운 부산 이야기들을 취재하고 알아간다는 사실은 엄청난 감동이다”고 소개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묻자, 창간호 만들 때라고 답한 김 편집장은 “할 줄 아는 게 글 쓰기였는데, 편집장을 맡고부터 편집부터 디자인까지 모두 배우면서 1년 정도 준비했다. 창간호로 취재한 동구는 6·25 피란지로, 가장 부산스러우면서 애잔하고 슬픈 70여 년 전 이곳의 이야기를 모두 품고 있었다. 하트인부산을 통해 우리도 몰랐던 부산을 속속들이 사람들에게 알리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울산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부터 부산에서 살고 있다는 김 편집장은 잡지를 만들면서 애향심이 더 샘솟는다고 했다.

그동안 부산에서는 여러 종류의 문화잡지가 생겼다 사라졌다. 언제까지 하트인부산이 나올 수 있을까.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고,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잖아요. 구성원 모두가 잡지를 만들려고 모인 게 아니고, 모여서 글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부산을 담아내기 위해 책을 만들고 있어요. 목적이 뚜렷하고, 가야 할 길이 멀기 때문에 멈출 겨를이 없습니다.” 두 사람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패기 넘치게 말했다.

“하트인부산을 부산의 대표 잡지로 만들어 매력적인 부산을 느끼게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이들의 당찬 꿈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을 것 같다.

임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