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동물단체 12년간 싸움
- 사람들 몰라주니 조금 섭섭

- 상인들 전업약속 파기 우려
- 개농장 등 동물학대 여전해
- 단속 업무 전담조직 있어야

지난 1일 부산 북구 구포가축시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개고기를 판매하는 시장이 완전히 사라진 전국 첫 사례다. 전국 최대 규모의 개고기 시장인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에서는 도축만 금지됐을 뿐 여전히 개고기를 판매하고 있다. 구포가축시장이 사라지기까지 부산지역 동물 단체의 역할이 컸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동학방)은 2007년부터 구포시장에서 개고기 판매 및 도축 반대 집회를 진행했다. 구포가축시장이 완전히 폐쇄될 때까지 ‘전쟁’을 치른 동학방 김애라(52) 대표는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18일 만난 김 대표는 기쁨보다는 아쉬움을 먼저 토로했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김애라 대표는 “구포가축시장 폐쇄는 지역 동물단체가 오랫동안 싸운 결과물인데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김종진 기자

“구포가축시장 폐쇄는 부산지역 동물보호단체가 오랫동안 싸워온 결과물이죠. 그런데 사람들이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대부분 전국적 규모의 대형 동물 보호단체가 개시장 폐쇄를 이끌어 낸 것으로 알고 있어요.”

김 대표는 구포가축시장 폐쇄의 전 과정에 참여했다. 처음으로 가축시장 폐쇄의 물꼬가 트였을 때는 2016년이다. 당시 구포가축시장의 한 상인이 “전업을 하고 싶다. 도와달라”는 뜻을 전해왔다. 이 말 한마디에 동물자유연대 부산지부와 함께 힘을 모았다. 부산시 북구 등을 찾아가 가축시장 폐쇄를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요청한 것도 김 대표다.

김 대표는 SNS 등을 통한 여론전도 이어갔다. 여론이 모이자 정치권이 반응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동물보호특위를 만들었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부산시장 후보 모두가 구포가축시장 폐쇄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후 시장 상인들에게 전업하겠다는 뜻을 담은 사인을 받는 등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이 모여 구포가축시장 폐쇄가 이뤄졌다. 이처럼 성과를 냈지만 김 대표에게는 찜찜함이 남았다. 구포가축시장 폐쇄를 끝까지 지역 단체가 이끌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학방과 동물자유연대 부산지부는 구포가축시장에서 구출한 개의 사후 위탁 등을 위해 대형 동물보호단체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어미와 새끼 5마리가 우리 가게 앞에 버려져 있다”는 제보를 받은 순간을 꼽았다. 개고기를 파는 상인조차 어미와 새끼를 모두 버리고 간 주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구포가축시장 폐쇄 이후 구출된 개 일부는 훈련받은 흔적이 있더라고요. 주인이 있었던 개라는 뜻인데, 자신이 기르던 개를 개고깃집 앞에 버리고 가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는 부산시가 ‘동물학대 특별사법경찰’을 서둘러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포가축시장에서 전업을 약속했던 상인들이 다른 지역에서 개고기 유통을 다시 시작하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그는 개농장, 개고기 판매업소 등에서 벌어질 수 있는 동물 학대를 막으려면 특사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에서도 수사를 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동물과 관련된 사건에는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하는 것 같아요. 시에서 특사경을 만들어야 각지에서 벌어지는 동물 학대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