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원들과 규모 키우는데 힘써
- 5년간 연 160~170편 상영
- 올 행사 개막과 함께 ‘희소식’
- 국제영화제 육성사업 선정
- 해외 출품 쇄도… 위상 높아져

지난 9일 제14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 영화제(Busan International Kids&Youth Film Festival, BIKY)가 개막했다. BIKY에게 올해는 특별한 해다. 국내 영화제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영화진흥위원회의 국제영화제 육성 사업에 선정돼 세계적인 축제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BIKY는 지난 5년간 노력해왔고 그 중심에는 14년 동안 영화제를 이끌어온 김상화 BIKY 집행위원장이 있다.

김상화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BIKY) 집행위원장이 BIKY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김 집행위원장은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빠듯한 예산에도 자격 요건에 맞게 영화제 규모를 키우고자 노력해온 BIKY 구성원들의 공이 크다”며 직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어 “규모를 키우느라 지금까지 다른 생각은 전혀 할 수 없었다. 목표를 달성하고 나니 그토록 경계했던 한국식 성장주의, 성과 위주의 방식을 추구한 것은 아닌가 싶어 자기반성을 하게 된다”면서도 “규모와 함께 인지도가 높아져 영화인과 관객이 더 많은 작품을 접하고, 폭넓은 교류를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는 점이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처럼 국제영화제 육성 사업에 뽑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3년 연속 20개국 70편(단편 영화는 4편을 1편으로 산정) 이상 상영을 유지해야 한다. 어린이 영화제였던 BIKY는 10회부터 어린이·청소년으로 참가 범위를 확대한 뒤 매년 160~170편의 장·단편을 상영해 자격을 얻게 됐다. 지원금은 ‘어린이 자동차 박스 극장’ ‘시네마 스포츠’ 등 그간 운영해온 다양한 부대행사를 내실 있게 치르는 데 사용했다.

규모가 커지자 영화제 위상도 높아졌다. BIKY를 통해 처음 혹은 국내 최초로 공개하는 프리미어 작품의 편수가 급증한 것이 단적인 예다. 2014년 32편에 불과하던 프리미어 작품은 올해 123편으로 4배 정도 증가했다. 김 집행위원장은 “BIKY를 통해 한국에 소개되면 해외에 잇달아 초청되는 사례가 많았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기꺼이 작품을 내주는 영화인이 늘었다”며 “해외 영화제 프로그래머의 방문도 늘어 올해는 폴란드 체코 중국 일본 등에서 100명 정도가 온다”고 설명했다.

BIKY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어린이·청소년 영화제 중 하나로 평소에도 영화를 이용한 교육 커리큘럼을 꾸준히 실행했다. 그 덕분에 전국 각지에서 자문을 구하려는 요청이 이어져 올해부터 국내 네트워킹을 강화할 생각이다. 김 집행위원장은 “서울 김포 제주 등 어린이·청소년 영화제 개최를 원하는 10개 지역이 모여 원탁회의를 할 예정”이라며 “BIKY 순차 개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알렸다.

다음 목표는 어린이·청소년 집행위원 중 일부를 영화제 운영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달려라 비키’라는 시스템으로 아이들을 교육하고 영화제를 직접 운영해보는 기회를 주고 싶다”는 그의 대답에서 BIKY를 진정한 어린이·청소년 영화제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김 집행위원장은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일하다 부산에 정착해 영화와 인연을 맺었다. 지역 일상에 영화 문화가 스며드는 것을 목표로 부산예술대 만화애니메이션과 교수,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 등을 맡았고 현재 영화네트워크부산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