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토가 도용복(76) 회장이 피아노 앞에 앉아 노래를 시작했다. 도 회장은 오는 7일 오후 7시7분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77콘서트’를 개최한다. 노래는 이 콘서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를 최근 부산 부산진구 사라토가 사무실에서 만났다.

유엔평화기념관이 후원하는 77콘서트는 ‘UN참전국송 작사 기념’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UN참전국송은 지난 3월 도 회장이 직접 한국전쟁 참전국 병사들의 희생정신을 기리는 뜻을 담아 만든 노래다. ‘반짝반짝 작은 별’로 잘 알려진 모차르트 변주곡에 호주 콜롬비아 캐나다 프랑스 필리핀 등 16개 UN 참전국명을 넣어 작사했다. 그는 “유치원 선생님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세계 지도를 그리고 참전국을 표시해 밟으면서 노래하는 율동 스텝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강연을 들었던 선생님이 아이들이 잘 따라 한다고 알려왔다”며 웃었다. 도 회장에게 한국전쟁은 교과서 속 역사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뒤흔든 생생한 기억이다. 경북 안동 태생인 그는 한국전쟁 당시 어머니, 두 동생과 함께 부산으로 향하는 피란길에 올랐다. 산골을 헤매며 배를 곯던 중 경북 칠곡에서 ‘쌀밥을 고봉으로 준다’는 말을 듣고 국군 총알을 나르는 일을 하게 된다. 낙동강 방어선인 다부동 전투였다. 그의 나이 겨우 7살이었다. 자신의 키만 한 지게에 총알을 가득 짊어지고 다부동 계곡을 올랐다. 총알을 나르다 아이들이 하나둘 보이지 않는 걸 알게 되면서도 일을 그만두지 못했다. “인생에서 제일 무서운 게 뭔지 아세요? 죽음? (고개를 흔들며) 배고픈 겁니다. (총알 나르는 일을) 안 한다고 작심하고도 아침이 되면 쌀밥 유혹에 또 가는 겁니다.”

전쟁이 끝난 뒤 고향으로 돌아가 중학교를 마친 그는 도시로 가겠다는 일념으로 차비만 들고 부산으로 왔다. 새벽에 부산항 부두에서 석탄을 나르고 밤에는 음악다방 DJ로 일하며 고학했다. 20대에는 3년간 월남전에도 참전했다. 이번엔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전쟁에서 번 돈을 밑천으로 일군 사업은 번창했지만 건강은 잃었다. 40대부터 고엽제 후유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도 회장은 쉰이 되던 1993년 더는 ‘돈의 노예’로 살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때부터 ‘오지(奧地)’와 ‘음악’이라는 새로운 세계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1년 365일 중 65일을 해외 오지에서 보내는데 올해까지 172개국을 누볐다. 오지 경험을 담은 책도 여러 권 펴냈고 기행 사진집을 내기도 했다. 골프공 제작회사인 사라토가는 유명한 인디언 추장의 이름에서 따온 것인데 지난 1, 2월에는 사라토가  후손이 사는 인디언 마을에도 다녀왔다.

둘째 딸의 권유로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음악 공부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멜로메니아 중창단 활동도 하고 2011년에는 부산오페라단 주최 ‘나비부인’에 참여했다. 음악 해설을 하면서 강연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최근에는 한 달에 10~15회 강연할 정도로 강사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강연 준비를 위해 매일 책을 읽고 좋은 글귀를 메모한 뒤 밤 9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어린이대공원을 돌며 외우고 있습니다.”

콘서트 이름에 들어간 숫자 ‘77’은 올해 희수(喜壽)를 맞은 그의 나이를 뜻한다. 이날 공연은 피아니스트 도진아, 플루티스트 도진경, 바이올리니스트 도진미 등 음악을 전공한 그의 세 딸과 취미로 색소폰을 부는 아들, 음악과 무용을 배우는 손자 손녀까지 총출동하는 가족음악회다. “아직도 고엽제 약을 먹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기쁨이 약보다 효과가 큽니다. 음악이 저를 살렸습니다. 제가 살아 있는 것은 음악 덕분 입니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