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0곳 회원사 둔 업계 맏형
- 만장일치 추대… 취임식 가져
- SOC예산확대·규제완화 건의
- “지역업계 패배 의식 버리고
- 대기업 맞먹는 기술력 갖춰야”

“스스로 발굴해 먹거리를 주도적으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무엇보다 하면 된다는 의지를 회원사에 심어주겠습니다.”

박만일 신임 부산건설협회장이 협회 운영과 관련한 계획을 말하며 웃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최근 부산 해운대구 서린건설 사무실에서 만난 박만일(66) 회장은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지역 건설업계의 현황과 문제점을 많이 고민한 것으로 보였고 그 끝에 나름의 해결책도 찾은 것으로 보였다.

박 회장은 지난달 29일 열린 대한건설협회 부산시회 임시총회에서 협회 22대 회장으로 추대됐다. 지난 26일 열린 취임식에서 정식으로 협회 회장 자리에 올랐다. 추대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후보로 추대된 덕분에 찬반 투표 없이 신임 회장으로 선출됐다.

지역 건설사 370곳을 회원사로 둔 대한건설협회 부산시회는 지역 건설 관련 민간 단체의 ‘맏형’ 격으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오랜 시간 침체에 빠진 지역 건설업계에는 아무런 잡음 없이 회장 자리에 오른 박 회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박 회장은 부동산과 건설 경기가 함께 침체기에 빠진 원인으로 정부의 부동산 억제 정책,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삭감 등을 들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박 회장은 “SOC 예산을 늘려달라고 정부에 건의할 것이다. 또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도 함께 필요하다. 이것이 기본적으로 할 일이고 그다음에는 건설업계가 자구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관급공사에만 의존해서 건설사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자체 사업을 만들어서 극복하고 해외 사업장에도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무엇보다 지역 업계 스스로 패배 의식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지역 영세 사업장이 해외 진출할 수 있겠나’는 의식이 팽배하다. 우리 수준에 맞는 해외 사업장도 있다. 우리가 발굴해서 먹거리를 주도적으로 만들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역 기업 중에서는 동원개발을 우수 사례로 꼽았다. 박 회장은 “동원개발이 베트남 시장을 개척 중이다. 부산 건설사도 규모는 작지만 ‘디벨로퍼형’ 건설사로 갈 필요가 있다. 규모가 작으면 작은 대로 원룸을 지어도 된다. 그렇게 시작해서 시장을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의지와 인식의 전환을 회원사에 심어주고 가는 것이 내가 협회장 임기 중 가장 하고 싶은 일이다. 직접 해외에도 나가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협회장으로 있는 동안 ‘건설업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바꾸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박 회장은 “건설 사업자 이미지가 좋지 않다. 윤리 경영을 통해 회원사들이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건설사가 되도록 하겠다. 협회 차원에서 사회공헌 활동도 많이 할 것”이라고 전했다.

행정의 도움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박 회장은 “부산에는 원도심이나 재건축 재개발이 아니면 큰 사업이 없다. 부산 업체가 많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장은 가로 주택 정비 사업이나 소규모 재건축 사업 등이다. 이런 사업이 활성화되도록 시 차원에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원사에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대규모 건설 사업에 지역 건설사 스스로 포기하는 부분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대형 건설사와 견줄 수 있는 기술력 등을 우리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1984년 처음 건설업계에 뛰어들었다. 상가 오피스텔 관급 공사를 주력으로 하다 2010년께 경남 김해에서 아파트를 시행했다. 이후 ‘서린 엘마르’로 대표되는 주택 건설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김영록 기자 kiyur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