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뿔을 가진 소년’ 전국 개봉
- 고교 때 벌써 작품 2편 제작
- 현장 진출해 방황하던 때
- 스페인액션영화제에 초청
- 대중적인 성공작 만들 것

부산 영화계의 기대주 김휘근(24) 감독이 만든 ‘뿔을 가진 소년’이 지난 13일 부산 서울 광주 등 전국 주요 지역에서 개봉했다.

지난 13일 개봉한 영화 ‘뿔을 가진 소년’을 연출한 김휘근 감독이 포스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최근 영화의전당에서 만난 김 감독에게 개봉 소감을 묻자 “일단 영화를 많은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어 기쁘다. 객관적 평가를 받을 기회를 얻었다는 것도 큰 수확이라 생각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김 감독은 “지난 3일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언론 시사회는 정말 냉혹하게 평가받는 자리였다. ‘제대로 안 하면 큰일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를 돌아봤다”며 “3년 전 촬영한 작품을 다시 보니 당시 신경 쓰지 않았던 것까지 발견할 수 있어 좋았다”고 밝혔다.

곧이어 출연진과 제작진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어릴 때부터 함께한 팀과 배우들의 공이 크다. 서로 도우면서 성장하니 점점 더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 같다. 차기작도 같이할 생각인데 정말 든든하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에는 팀에 대한 깊은 신뢰가 드러났다. 음악 감독에게는 특별히 다시 한번 감사를 표했다. 김 감독은 “이번 영화는 음악 감독의 역할이 매우 컸다. 음악이 없었으면 영화의 매력이 반감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뿔을 가진 소년’은 김 감독에게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기 때문에 개봉의 의미가 더욱더 남다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들과 영상을 만들고 고등학생 때만 2편의 영화를 완성할 정도로 영화 제작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이후 영화감독의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선택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던 상태에서 이 작품을 만들었다. 영화를 완성하고 나서 뚜렷한 성과가 없어 포기라는 단어를 떠올릴 무렵 제3회 스페인액션영화제에 초청됐다. 김 감독은 “스페인의 조그마한 시골에서 열린 영화제였다. 그곳 어르신들과 함께 내 영화를 보면서 ‘인생은 알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용기를 얻었다”며 웃음을 터뜨린 뒤 “곧이어 제19회 부산독립영화제 대상까지 받으면서 영화감독이라는 꿈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고 전했다.

영화는 뿔 달린 소년과 이를 쫓는 사람들 사이에 벌어지는 일을 그린 추격 액션 스릴러로 인간의 잔혹성과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참신하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인간 녹용’이라는 독특한 설정이 눈길을 끈다. 김 감독은 “어느 날 시장을 지나다 보양식 재료로 팔려 가기 위해 우리에 갇혀 있는 동물을 발견했다. 인간의 이기심과 근거 없는 믿음이 많은 것을 희생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헛된 믿음이라도 잡아야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가진 순수가 어떻게 파괴되는지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며 뿔 달린 소년이라는 소재를 떠올린 계기를 밝혔다.

작품은 저예산 독립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장르적 재미를 갖췄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은다. 김 감독은 “독립영화도 장르적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망각자’라는 차기작 역시 미래를 보는 무당 소녀와 인간 병기를 소재로 한국이 가진 군사적 상처에 관해 이야기하는 액션 밀리터리가 될 것이다”며 “언젠가 대중적으로 확실히 성공한 작품이 나오기를 바란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뿔을 가진 소년’은 전국 12개 관에서 오는 26일까지 상영되며 부산에서는 20일까지 영화의전당에서 볼 수 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