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시절에 노동운동 투신
- 주민 중심 생활정치 꿈꾸며
- 진보적 비영리단체 꾸려

- “재정 악화가 도시문제 키워
- 대개조 사업도 여론 반영을”

“정부와 지자체의 입장이 아닌 부산시민의 눈으로 이슈를 분석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할 계획입니다.”

양은진 부산플랜 대표는 “시민 입장에서 부산을 위한 연구 과제를 만들고 정책적 대안을 내놓는 역할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성효 전문기자

지난달 30일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만난 부산플랜 양은진(59) 대표는 ‘시민 중심의 생활 정치·경제’를 여러 번 강조했다. 부산플랜은 지역의 대안적 정치·경제를 꿈꾸는 새로운 진보적 비영리단체다. 지난 3, 4월 두 차례 발기인 모임을 거쳐 지난달 18일 창립총회를 열었다. 진보적인 정당인과 활동가 35명이 참여했다. 양 대표는 현직 세무사다.

부산플랜의 창립 배경에 대해 양 대표는 “촛불혁명은 전 정권에 대한 심판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전반의 소득 불평등, 양극화를 참지 못해 일어났다. 그러나 국가 권력이 바뀌어도 우리 삶은 바뀌지 않았다”며 “부산플랜은 자립적 지역경제를 만들고, 이를 통해 시민생활정치를 실현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쓴소리를 이어갔다.

“노무현 대통령이건 문재인 대통령이건 집권 2년만 지나면 신자유주의로 돌아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어요. 재벌 지배구조를 바꾸려면 가장 힘이 있는 집권 초기에 그래야 하는데 기존 정책 방향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는 거죠. 예비타당성 면제로 토건 정책을 추진하고, 대기업에 20조 원이 넘는 세금을 아껴줄 정책을 제안하고요. 부산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부산시가 말하는 ‘부산대개조’는 1970년대 일본이 했던 ‘열도대개조’를 떠오르게 합니다. 토건 정책인 열도대개조는 지역 자본과 공무원 카르텔 형성, 부동산 거품 등 많은 문제점을 발생시켰습니다. 이를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부산플랜의 등장 배경입니다.”

양 대표는 20대에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삼성여고를 졸업하고 부산대학교 사회학과에 진학한 그는 지역사회문제 자료연구실을 만들어 ‘지역과 노동’이라는 잡지를 발간하기도 했다.

하지만 출산을 계기로 한동안 사회 활동을 잠시 중단했다가 1999년 세무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후 부산대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학위도 취득했다. 이후 2012년 우연한 기회에 부산시 주민참여예산위원회에 참여하면서 다시 시민사회 활동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시 예산위와 결산위에 참여하면서 부산시 재정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시정의 핵심이 무엇인지, 예산 낭비는 어디서 발생하는지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부산은 구조적인 문제에 봉착했다고 설명했다.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민간 자본이 투입되면서 지금의 상황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부산은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주택 도로 공해 등 문제가 과밀지역에 발생했습니다. 그러다 1980년대 부산이 성장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서 한국 경제성장에서 소외됐습니다. 지역 경제는 활력을 잃고, 부산은 낙후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도시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부산시 재정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시에는 재정이 없었고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게 됩니다. 이렇게 공공성을 띠어야 할 공공개발에 민자가 투입되면서 공공성은 사라지게 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센텀시티입니다. BTO·BTL 같은 민자를 끌어들인 사업도 다시 지역 재정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에 빠졌습니다.”

양 대표는 “이 같은 개발일변도 정책에 브레이크를 걸고, 개별 사업과 시정 방향에 시민 의견이 반영되게 하는 것이 부산플랜의 궁극적인 목표”라며 향후 계획을 밝혔다.

“가덕도 신공항만 보더라도 시민의 관점에서 문제 제기를 하고 싶어요. 신공항이 정말 우리 시민 모두에게 이익인지 천천히 살펴봐야 한다는 거죠. 가령 가덕도 지가 상승으로 발생한 이익을 어떻게 함께 나눌 것인지, 가덕도 주민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도 반드시 살펴야 봐야 합니다. 시민 사회도 모금을 통해 연구 과제를 만들고 정책적 대안을 내놓겠습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