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학 교수 출신 이색 이력
- “동남아 국제교류 자신 있어”

- ‘센터 → 진흥원’ 개명 추진
- “과거 디자인전람회 상 남발
- 수상작 줄여 권위 되찾을 것”

2006년 설립된 부산디자인센터는 그동안 디자인 업계에서 경력을 다진 전문가가 원장을 맡으며 조직을 진두지휘했다. 지난해 12월 제7대 원장으로 취임한 강경태(55) 원장은 정치학과 교수 출신이라는 점에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강 원장은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국제교류 분야에 자신이 있다”며 “‘전문가’보다 ‘세일즈맨’이라는 생각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부산디자인센터 강경태 원장이 22일 공공디자인을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강 원장은 취임한 직후 조직을 새롭게 정비했다. 그동안 부산디자인센터는 3개로 출발한 팀 조직이 8개로 늘었다. 조직이 병렬 구조로 나열되면서 부서 간 소통은 오히려 줄었다. 부산디자인센터는 공공디자인과 기업진흥 부문을 나눠 본부체제로 꾸리고, 경영지원실을 만들어 지원 체계를 갖췄다. 공간을 리모델링해 2명의 사업 본부장이 나란히 앉도록 꾸며 협업과 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부서 간 장벽을 없앴다.

강 원장은 이번 조직 개편을 시작으로 부산디자인센터의 명칭을 부산디자인진흥원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강 원장은 “전국 4개 디자인 관련 기관 중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부산 대구 광주)은 모두 ‘센터’라는 명칭을 달고 있다”며 “센터라는 명칭은 전문적이고 작은 조직에 붙인다는 통념 때문에 진흥원으로 명칭을 바꿔 업계 종사자의 사기를 진작하고 더 폭넓은 사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지난 37년 동안 후원했던 부산산업디자인전람회(이하 디자인전람회)도 지난해부터 부산디자인센터가 맡으면서 대대적인 개편 작업에 착수한다. 수십 년 동안 이어졌던 사업을 부산상의가 갑작스레 내려놓은 원인을 찾던 강 원장은 우선 전람회에서 무분별하게 상을 남발해 행사의 권위가 떨어졌다고 파악했다. 강 원장은 “출품비를 내면서 지난해 800점의 출품작 중 무려 500점을 시상했다”며 “올해부터는 출품작의 10% 수준을 시상해 상의 권위를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출품을 하기 위해서는 2만 원의 참가비를 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올해부터는 무료로 출품할 수 있도록 손을 볼 예정이다.

전문 영역을 다져 디자인전람회를 아시아지역에서 참여하는 행사로 꾸밀 예정이다. 이를 위해 출품 대상지역을 아시아로 확대하고, 심사인도 아시아 권역에서 다양하게 뽑을 방침이다. 모든 출품작은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해 플랫폼을 만들 예정이다. 이른바 ‘아시아 디자인 플랫폼’을 개발해 출품작이 기업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사전 작업에 들어갔다. 3500명의 디자인 전공자를 배출하는 인도네시아 대학, 베트남 대학과 교육 교류에 관한 협약을 추진 중이다. 강 원장은 “동남아의 제조업 호황으로 산업 디자인 수요가 많다”며 “디자인도 국제적인 무대에서 활약해야 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산업 디자인뿐 아니라 공공 디자인도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릴 준비에 들어갔다. 특히 부산디자인센터의 공공 디자인은 전국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자갈치시장 글로벌 명품화 사업으로 한 해 190만 명이던 관광객은 사업이 끝난 지 1년 만에 100만 명이 더 늘었다. 셉테드(CPTED, 환경 설계를 통한 범죄 예방) 디자인도 사업 대상지에서 주민 만족도가 100%에 이르는 등 경쟁력을 보였다. 강 원장은 “200개에 달하는 공공디자인 사업을 모두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며 “산업디자인과 공공디자인을 축으로 디자인 ‘수출’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강 원장은 미국 노스텍사스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1년 신라대 국제학부 교수를 맡으며 부산경실련 운영집행위원으로도 활약했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