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성의 실천이 필요하다는 걸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저 ‘좋으니까 하자’ 이게 아니라 잡지를 통해 사회적 경제 관련 이슈들을 전하고, 설득하는 거지요.”

	남기수 편집장은 “잡지를 통해 앞으로 커먼즈(공유자산), 공원일몰제, 지역개발사업 등 사회적경제 이슈들을 두루 다룰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수현 선임기자

지난달 새로운 지역 잡지가 발간됐다. 이름은 ‘로컬 퍼스트’. 격월간지로, 이름만 보더라도 ‘지역 잡지’임이 강하게 드러난다. 잡지를 표방하고 있지만 다루고 있는 이슈들은 어지간한 논문만큼 묵직하다. 150페이지로 엮은 창간호에는 도시재생, 마을공동체, 공동체의 부(富), 앵커기관 등을 두루 담았다.

잡지를 펴낸 다른경제협동조합 남기수(59) 앵커팀장(로컬 퍼스트 편집장)을 만나 잡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남 편집장은 동아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부산민주시민협의회에서 활동하는 등 민주화 운동에 오랫동안 참여해왔다. 1988년 고 노무현 대통령의 의견을 따라 중앙동에 출판사를 차려 중요한 투쟁시점마다 일명 지라시를 인쇄하는 역할을 맡았다. 노 대통령 서거 이후 출판사를 닫은 후 2017년 다른경제협동조합에 합류했다.

“조합에 있는 분들과 어떤 일을 할까 두루 고민하다가 잡지를 만들어보자 의기투합했어요. 전중근(다른경제협동조합 이사장) 선배가 오랫동안 연구를 해 자료를 많이 가지고 있었고, 정윤식(부산사회적경제포럼 사무국장) 선배는 인터뷰를 잘합니다. 저는 오랫동안 인쇄·출판업을 해와서 시작이 어렵진 않았어요.”

실제로 제본을 제외한 잡지 제작 전 과정을 조합 내에서 해결한다. 상근 3명이 주축이 되지만 20여 명의 편집위원도 필자 역할을 맡는다. 편집 위원에는 세무사 시인 교수 등 다양한 분야 지식인이 두루 참여하고 있다.

남 편집장에게 잡지를 통해 궁극적으로 알리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지역성의 실천’을 여러 번 강조했다. “‘부산=로컬’이 아닙니다. 부산이 있다면 ‘로컬’은 이러한 부산을 바라보는 ‘시선’인 거죠. 이 시선들을 모은 것이 로컬리티, 즉 지역성입니다. ‘로컬 퍼스트’라는 잡지 타이틀은 바로 이 지역성을 우선하고 실천해 나가자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지역 생산품 혹은 특산품을 말한다면 그 대상이 단순히 해당 지역 내에서 생산된 제품이 아니라 지역성을 갖춘 물건을 말하며, 이를 발굴하자는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특히 그는 창간호에 담은 ‘앵커기관을 활용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앵커기관은 병원 대학처럼 경제가 어려워져도 해당 지역에 닻(anchor)을 내린 것처럼 떠나지 않는 기관을 지칭하는 것으로, 미국·영국 등에서는 이미 이들 기관이 중심이 돼 지역의 부를 재생산하는 새로운 움직임이 시작됐다.

“앵커기관은 구매력이 큽니다. 이를 다 부산에서 해결한다면 비즈니스가 창출되고 일자리도 생기는 거죠. 현재 대형 병원의 의료용 세탁물은 모두 천안에서 처리합니다. 만약 지자체와 협동조합 등이 힘을 합쳐 이를 처리할 회사를 설립한다면 지역 내 부가 창출되는 겁니다. 저는 이게 바로 지역성의 실천이라고 봅니다.”

남 편집장은 앞으로 잡지를 통해 커먼즈(공유자산), 공원일몰제, 지역 개발사업 등을 다룰 예정이라고 했다. 우선 오는 6월에 발간되는 2호에서는 ‘지역성의 실천’을 전면에 내세워 다각도로 다룰 계획이다.

그에게 최종 목표를 묻자 ‘정기 회원 1000명 확보’라고 했다.

“현재 300명 정도인 정기구독자를 1000명 정도로 늘리면 특정한 일부가 아닌, 일반 대중에게 판매되는 잡지가 될 거라고 봅니다. 보통 잡지에 광고가 있기 마련이고, 일부 도움을 주겠다는 기업도 있는데, 기업 광고가 우리 잡지의 정체성과 맞는지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에요. 분량도 100~120쪽 수준으로 줄여 특정 주제를 힘있게 다루려고 합니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