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생 때부터 여성잡지 제작
- 졸업과 동시에 인권활동 시작
- 성평등 문화제·퍼레이드 개최

- “현재 규정된 성매매 방지법은
- 매수자인 남성 보호하는 것”

“최근 몇 년 사이 여성의제는 가장 뜨거운 사회 현안으로 떠올랐습니다. 미투(#MeToo) 운동은 사회 분위기를 크게 바꿨죠. 앞으로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른 성인지 감수성을 갖춘 세대가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성평등을 실현하려고 노력할 겁니다. 부산여성단체연합도 이런 움직임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부산여성단체연합 신임 변정희 대표는 “임기 동안 성평등 인식이 자리 잡고 특히 남성·권위주의적 성격이 강한 부산이 변화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종진 기자

부산여성단체연합 신임 대표로 선출된 변정희 대표는 이 같은 말로 취임 포부를 밝혔다.

부산대 국어국문학과 00학번인 그는 대학 시절부터 여성인권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잡지 ‘허스토리(herstory)’를 제작하는 등 활동에 힘썼다. 대학 졸업과 함께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에서 본격적인 여성인권가로서 삶을 시작한 그는 부산 ‘완월동’(현 충무동 3가) ‘텍사스촌’ 같은 성매매업소 집결지를 파고들어 성매매 여성들을 직접 만나 고충을 듣고,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보호하려 애썼다.

2017년부터 2년간 살림 소장직을 맡았고, 지난 1월 31일 부산여성단체연합 20차 정기총회에서 추천돼 2년 임기의 대표직에 앉았다. 부산여성회, 부산성폭력상담소 등 진보적 성향의 회원·참관단체 10곳이 연대해 1999년 설립된 부산여성단체연합 대표로 살림 상임이사직을 겸임한다.

변 대표가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여성·노동단체에 속하지 않은 보통 시민도 여성의제에 관심을 두게 하는 일이다. 변 대표는 “지난해 5월부터 8개월간 서면에서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가 이어졌다. 특정 조직이 기획했던 과거 집회와 달리 스쿨미투, 불법촬영 등의 피해자나 목격자가 스스로 거리로 나와 이어졌다는 게 끝장집회의 특징이었다”며 “세계여성의날(3월 8일)을 전후해 부산여성상담소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와 ‘성평등이 부산의 미래다’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하고, 서면에서 문화제 퍼레이드 등 여러 행사를 했다. 궁극적으로 여성의제에 관심을 두는 보통 시민 누구나 부담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취지를 살리기 위해 최근 부산 곳곳에서 ‘끝장집회 1년 평가 토론회’나 ‘초량 텍사스촌 여성인권역사기행’ ‘동네책방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북토크’ ‘비(非)멤버 집담회-성평등이 지역의 미래다’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임기 중 변 대표는 성차별적인 법과 제도 개선에 힘쓸 계획이다. 그는 “성폭력 관련 판결에서 여전히 ‘여성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저항했는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성매매 방지법조차 성매매를 ‘여성이 불특정 다수에게 돈을 받고 하는 성적 거래’로 규정한다”며 “이는 오히려 피해자인 여성을 부각시키고 가해자, 매수자인 남성을 교묘히 숨겨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에서 가장 시급한 여성 현안을 묻자 변 대표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여성단체는 오거돈 캠프에 ‘시장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 ‘성평등 고용감독관 배치’등 10대 개혁 과제를 제안했다. 시장 인수위도 특별위원회 설치를 권고했으나 받아들여진 것이 전혀 없다”며 “시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행정을 수행하는 행정기관의 경우 고위직 인사 때 성평등 인식을 갖춘 인물인지 평가할 지표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대개조라는 말이 각광받고 있는데, 개조는 시설이 아니라 인식 등 소프트웨어 변화에서 시작돼야 합니다. 성평등 인식이 자리 잡고 특히 남성·권위주의적 성격이 강한 부산이 변화하도록 힘쓰겠습니다.”

임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