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학계 26년 누빈 생태학자
- 시 환경행정에 작심 쓴소리
- “낙동강 람사르 등재 활동 없어
- 도심 습지 관리체계 일원화해
- 시민 자부심 일깨우도록 해야”
“오거돈 부산시장이 당선된 후 생태 관련 현안의 진척도는 0%입니다. 공약해놓고 이뤄진 게 하나도 없다는 말입니다.” 부산대학교 주기재(59·생명과학과) 교수는 작심한 듯 쓴소리를 이어갔다. 환경단체와 학계의 20년 염원인 낙동강 하구 습지 람사르 등재가 오 시장 공약으로 채택됐지만, 부산시가 관련 정책을 지난해 10월 이후 지금까지 ‘올스톱’한 데 항의였다.
| |  |
| 주기재 부산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정년퇴임하면 보수를 받지 않고서라도 습지 관련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
주 교수는 26년간 학계와 현장을 오간 부산의 대표 생태학자다. 경남 하동 출신으로, 1983년 부산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미국 앨라배마주립대에서 강생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3년 부산대 생물학과 교수에 임용됐으며, 부산하천살리기시민운동본부 공동대표 등을 맡고 있다. 동아시아람사르지역센터를 한국에 유치한 공로로 2015년 한국인 최초로 람사르 습지 보전상을 받았다.
주 교수는 부산시의 람사르 등재 의지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서병수 전 시장 시절엔 람사르 등재에 대한 얘기 자체가 금기시됐습니다. 신공항 유치에 장애가 된다는 소문 때문입니다. 오 시장이 후보 시절 낙동강 하구 람사르 등재를 공약으로 채택해 기대가 컸었죠.” 그는 “학계는 협조할 준비가 돼 있는데 시가 움직임이 전혀 없다. 시가 습지에 대한 정책 의지를 상실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뷰 내내 주 교수는 ‘도심형 습지의 가치’를 강조했다. 2030년이 되면 세계 인구의 70%가 도시에 살게 되는 만큼 도심 습지는 재해 감소 역할과 함께 심미적 가치도 크다는 것. “과거 낙동강 하구 습지는 도심 외곽에 있었기 때문에 ‘외곽에 가면 그런 게 있다’는 정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서부산이 개발되면서 도시 중심에 하구 습지가 위치하게 되었어요. 그만큼 가치가 커진 셈이죠.”
낙동강 하구 습지의 람사르 등록 의미를 물었더니 “의미가 없던 곳을 의미가 풍부한 곳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했다. “단순히 자연을 보호해 철새가 많이 오게 하자는 게 아닙니다. 등록 전에는 전문가밖에 몰랐던 낙동강 하구 습지의 생태적 가치를 모든 시민에게 알리는 게 중요합니다. 시 전체가 자부심이 생기는 것이죠.” 주 교수는 “특히 도심 습지는 사막의 오아시스다. 시민에게 주는 아름다움과 편안함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주 교수는 “울산은 공업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습지 관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지난해 국내 첫 ‘생물다양성센터’를 만들어 체계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며 “경북 안동도 부산에 머물던 쇠제비갈매기가 안동댐으로 몰리자 생태 자원화, 서식처 보호 등 노력을 쏟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부산시는 금정산 장산에 산재한 습지의 진면목을 모르는 데다 오는 새마저 발로 차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주 교수는 ‘오 시장의 고함’을 주문했다. “낙동강 하구 정책 업무 중 기획은 환경정책실이, 집행은 낙동강관리본부가 하도록 이원화 돼 있어요. 두 기관 수장이 모두 3급이라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아 통일된 목소리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결국 오 시장이 나서서 람사르 등록 의지를 보여야 하죠. 시장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조직도 결코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그는 “정년퇴임 후 무보수라도 습지 관련 활동을 하겠다”며 “하굿둑이 개방되면 습지보호구역 생태계가 달라지는 만큼 람사르 등록 후 체계적 관리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