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감각 지닌 장애인 찾아
- 재능 키우는 대인관계 교육
- 국립대 첫 시행 비학위과정

- “비장애인 인식변화 효과 기대”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은 자폐증이나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이 암산, 기억, 음악, 퍼즐 맞추기 등 특정 분야에서 우수한 능력을 발휘하는 현상이다.

	부산대 강영심 평생교육원장이 오는 3월 처음 시작하는 성인 발달장애인 대상 예술 교육 ‘PNU 꿈나래 대학’을 소개하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우리 주변에도 특정 분야에 우수한 능력을 발휘하는 발달장애인(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들이 있다. 서번트 증후군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억력이 아주 뛰어나 “몇 월 며칠에 무엇을 했나”고 질문하면 잠시 생각할 겨를도 없이 술술 기억해내거나, 타고난 예술적 감각으로 비장애인보다 악기 연주를 능숙하게 해내는 발달장애인이 있다.

아쉽게도 발달장애인의 빼어난 능력이 직업이나 사회활동까지 연계되는 사례는 드물다. 특히 예술적 재능은 더욱 사장되기 쉽다. “비장애인도 예술로는 먹고살기 힘든 세상”이라는 사회적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부산대 평생교육원이 예술적 재능은 있지만 이를 살리지 못한 성인 발달장애인(만 18~28세)에게 새 길을 열어준다. 올해 ‘국립대학 육성사업’과 연계해 예술재능이 있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2년제 비학위과정인 ‘PNU 꿈나래 대학’을 국립대 처음으로 개설(국제신문 지난달 20일 자 7면 보도)했다. 음악, 미술, 무용 분야에서 20명을 모집한다. 첫 수업은 오는 3월 시작한다.

부산대 강영심(56·특수교육과 교수) 평생교육원장은 “일반적으로 발달장애인의 지적 능력은 비장애인보다 낮다. 그러나 예술만큼은 예외적인 사례가 있다. 말을 잘 못하지만 노래를 부를 땐 가사를 완벽하게 구사한다던가 악보를 볼 줄 모르지만 선생님의 연주 소리를 듣고 그대로 따라 연주한다. 발달장애인이 문화·예술적 재능을 살리면 삶에서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고 잠재력을 발휘해 자신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기대로 ‘PNU 꿈나래 대학’을 기획했다”고 했다.

거부감 없이 비장애인들의 인식 변화를 이끄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비장애인이 자신보다 어떤 측면에서 더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발달장애인을 보면 그동안 가졌던 편견을 버리게 되지 않을까요. 또 비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이 함께하는 공연은 발달장애인과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첫해이다 보니 시행착오도 있다. 무엇보다 어느 정도의 예술적 재능, 숙련도를 가진 학생을 모집할지 그 기준을 정하기가 어려웠다. 강 원장은 “수상 경력이나 대회 입상을 지원 자격으로 했더니 1차 모집에서 인원이 미달했다. 우리 사회에서 발달장애인이 예술적 재능을 갈고닦아 테스트받을 기회조차 많지 않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에 추가 모집을 할 때는 지원 자격을 완화했다.

입학한 학생들은 주 3일 교육받을 예정이다. 오전에는 자기 주장, 대인관계, 의사표현, 직업기술을 배우는 공통교육을 2시간 받는다. 오후에는 자신이 강한 예술 분야를 중심으로 타 분야 예술도 두루 배운다. 강 원장은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더라도 미술, 무용과 결합하면 더 창조적인 작업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수진은 예술분야 교수와 강사, 대학원생 15명으로 구성됐다. 성인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수업을 한 경험이 있는 교수진도 있고, 아닌 교수진도 있다. 강 원장은 “4학기 학습계획을 넓게 짜놓았고, 첫 번째 학기 15주 수업 계획을 꼼꼼하게 짜는 과정에 있다. 교수진이 수시로 소통하며 수정·보완하는 중”이라고 했다.

강 원장은 부산대 교육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유타주립대 특수교육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을 거쳤다. 1995년 부산대 특수교육과에 부임해 지적장애와 발달장애 영역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며 가르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 조정위원과 발달장애인복지재단 나사함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2016년 8월 부산대 평생교육원장에 취임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