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출신 PD 겸 영화감독
- 1편 다큐 스타일서 탈피
- 백악기 장면 구현에 구슬땀

- “부산, 단순 촬영명소 넘어
- 창작자 눌러앉힐 터 닦아야”

지난해 연말 개봉해 가족 관객에게 호평을 얻고 있는 우리나라 토종 공룡 애니메이션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2:새로운 낙원’에서 입담으로 육식 공룡들을 제압하는 감초 캐릭터 ‘싸이’가 눈길을 끈다. 찰진 경상도 사투리로 “내 잡아먹어도 맛없다. 묵지 마라”고 너스레를 떠는 싸이의 등장은 이 작품이 한반도를 배경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실감나게 한다.

	‘한반도의 공룡’ 2탄으로 돌아온 한상호 감독이 속편의 제작 경위와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2012년 한반도의 공룡 1편을 내놓은 이후 6년 만에 속편을 들고 돌아온 한상호(49)감독은 ‘싸이’ 캐릭터 등장에 반대도 많았지만 뚝심 있게 밀어붙였고, 이는 주효했다. 한 감독은 “거제에서 나고 자랐고, 고등학교(마산고)가 있는 마산으로 가는 중간에는 공룡 화석이 대규모로 발굴된 고성이 있다. 제 무의식중에 공룡에 대한 관심도 자라났을 것이고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캐릭터도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싸이 캐릭터에서도 볼 수 있듯, 2편은 1편에 비해 등장하는 캐릭터가 더 입체적으로 바뀌었다. 1편이 다큐멘터리 느낌이 강했다면 2편에 들어서는 ‘점박이’와 아들 ‘막내’ 간 일어나는 갈등과 화해, ‘막내’의 성장기 등 이야기가 다채로워지고 캐릭터 수도 많아졌다. 다만 1편의 느낌을 기대했던 관객 중에는 낯설다는 반응도 있다. 한 감독은 이에 대해 “1편 마지막에서 점박이와 막내, 둘이서 앞으로 어떻게 살게 될까 생각하며 그때 떠오른 단상을 써놓았는데 그것이 이번 편의 시나리오가 됐다”며 “1편의 다큐 스타일에서 벗어나는 것에 내부적으로 문제 제기도 있었지만 이런 흐름으로 가야 속편으로 확장,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다른 스타일을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속편 제작인 만큼 제작과정이 더 쉬웠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한 감독은 “이렇게 오래 걸리고 힘들 줄 몰랐다”고 말한다. 가령 영화 속 배경인 8000만 년 전 백악기라는 공간적 배경을 컴퓨터그래픽(CG)에만 의지해서 구현하기가 쉽지 않아 한 감독과 제작진은 몽골과 맞닿아 있는 중국 서북부 간쑤성에 위치한 협곡,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사막인 네이멍구 자치구의 바단지린 사막, 중국 3대 폭포 중 하나인 후커우 폭포 등을 실사로 촬영해 이를 애니메이션과 합성시켰다. 이동한 거리만 3만4000㎞ 이상이었다.

전편과 비교해 캐릭터가 풍부해지면서 공룡들의 표정연기도 중요한 부분이 됐다. 한 감독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보이는 공룡들의 모습이 정극 연기 속 배우와 같아 보이기를 원했다. 미국의 디즈니나 픽사는 오랜 경험을 바탕 삼아 애니메이션으로 표정을 나타내는 것이 어렵지 않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애니메이션 제작 경험이 짧아 제약도 많았다. 주연이자 극을 이끄는 싸이 캐릭터의 경우 처음부터 성우를 경북 대구 출신의 배우 김성균 씨로 점찍어 두고 출연요청을 했는데, 마침 자녀 셋 모두가 ‘한반도의 공룡’ 팬이라며 흔쾌히 출연을 수락했다.

한 감독은 이 같은 작업에 대해 ‘맨땅에 헤딩하기’라며 가장 힘든 것이 예산 편성, 그다음 어려운 것은 기술과 노하우를 꼽았다. 그러면서도 한반도의 공룡 1편 개봉 당시 관련 책자만 80만 부 이상 판매되고 해외에도 수출되며 체험전에도 43만 명이 몰리는 등 ‘킬러콘텐츠’로 부각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콘텐츠가 영화관 상영에서 끝나지 않고 근본적으로 원소스 멀티유즈로 확대돼 문화산업의 한 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공룡 유적지가 있는 고성이나 같은 권역인 부산 같은 곳에 점박이 테마파크가 만들어지면 어떨까 생각한다”며 “영국 BBC 다큐인 ‘워킹 위드 다이노소어’의 경우 실물 크기의 움직이는 공룡을 제작, 초대형 공룡쇼를 월드투어로 진행해 성공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공룡과 연관이 있는 지역에 이런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면 좋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이와 함께 영상문화도시로 도약을 꿈꾸고 있는 부산에 대해서는 “부산이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창작자 감독 제작자 등이 부산에서 눌러앉을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주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감독은 거제 외간초, 제일중을 졸업한 뒤 마산고로 진학했다.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1995년부터 EBS에서 PD로 재직 중이다. 런던대 로열할러웨이대학에서 다큐멘터리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